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개인적인 맨토들의 글을 모았습니다. 천천히 읽으면 더 좋은 글들입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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낙타 등에 불쑥 솟은 혹만큼 주먹만한 보름달이 가는 길마다 뚜벅뚜벅 따라 오는 듯. 불 켜진 집 하나 발견하고 어찌 사는지 기웃거려 보는 건가. 눈이 빨개지도록 쳐다본 뒤끝, 구름을 당겨설랑 잠깐 눈을 비비기도 하면서…. 방을 얻어 도배와 장판을 마친 뒤 처음 나만을 위한 이불을 사와 누워본 시간처럼 이슥하도록 잠을 이루지 못해 겅둥거리고 있었다. 엊그제부터 불켜진 산수유 노란 꽃등, 달빛보다 배나 더 촉이 밝아 그냥 잠이나 자보련 애를 쓰는 마음을 억박적박 괴롭히고 있다. 아삼륙 싯노란 수선화도 날품팔이 인부들의 무거운 어깨마냥 축늘어져 있더니만 봄바람이 건듯 불자 고개를 살랑 들고서 달빛을 같이들 쐬러 나왔다. 기상청은 오로지 유일하신 ‘편서풍님’을 믿으라며 전도를 하였으나 ‘동풍님’도 간간이 부시는 거 같다. 이 땅에 동풍도 분명히 살아계심이다. 동풍에 화들짝 놀란 건 이번만이 아니었다.
오래전 기독교 성지를 따라서 이집트, 이스라엘, 시인 칼릴 지브란의 레바논과 형제의 나라 터키까지를 순례했었다. 예서처럼 봄여름가을겨울 뚜렷한 계절 징후도 없고 그저 모래바람과 완전무장한 콧수염의 경찰과 팔 다리 잘린 사이프러스 나무, 노란색 아네모네 꽃은 놋거울처럼 뿌연 먼지가 쌓여 우울한 얼굴이었다. 사륜구동 지프와 낙타를 번갈아 타고서 사막을 지나다가 집시들과 함께 노숙캠핑을 하던 날. 가이드의 예상과는 달리 동쪽에서 불어온 바람에 잠자던 천막 안은 모래 뒤범벅이 되고 말았다. 이집트 사내는 자다말고 담요를 탈탈 털더니 이렇게 말했다. “우리는 지금 바람의 영지를 방문한 겁니다. 주제 넘게 우리 쪽이 숙소를 잘못 잡은 거니까 이해들 하시기를….” 두 대의 차에 달라붙어 간신히 긴밤을 지샜고, 귀가 큰 사막여우가 모래를 뒤집어쓴 우리를 안쓰러워하며 쳐다보았다.
임의진|목사·시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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