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신글모든게시글모음 인기글(7일간 조회수높은순서)
m-5.jpg
현재접속자

영혼의 샘터

옹달샘

 

개인적인 맨토들의 글을 모았습니다. 천천히 읽으면 더 좋은 글들입니다.

[시골편지] 당신의 새 이름표

임의진 임의진............... 조회 수 2352 추천 수 0 2011.09.04 21:09:17
.........

 20110428_01200130000003_01L.jpg

사람을 만나면 이름을 꼭 물어본다. 당신의 이름으로 기도하면 어둔 밤하늘이 별빛으로 휘황해지려나. 황지우 시인의 본명은 황재우다. 타자기를 쓰던 시절 오타가 그만 필명으로 굳어버렸단다. 우연히 얻은 이름으로 황재우는 황지우가 되었고, 세상은 시인의 새 이름을 기억하게 되었다. ‘새들도 세상을 뜨는구나’는 내 청춘을 시로 가득이 물들였다. 나는 시인의 이름을 기억하는 일이 가장 행복했고, 책장엔 시집이 하나둘씩 늘어갔다. 그러다가 이젠 시인의 시집 속에 있는 이름들조차 낱낱이 기억하게 되었다. 가령 파블로 네루다의 시집에 등장하는, 시집을 내지 않은 시인 아카리오 코타포스, 발파라이소의 시계공 돈 아스테리오 알라르콘, 아홉살하고 반 먹은 아이 엔리크 데 세구라…. 그들의 이름까지 기억한다. 대학 입학시험에 이런 이름들만 나왔다면 나는 전국 수석을 차지하고도 남았을 것이다.

 

베드로의 원래 이름은 시몬이었다. 그런데 ‘반석’이라는 뜻을 가진 ‘게바’라는 새 이름(게바를 라틴어로 옮기다가 베드로가 되었음)을 예수님에게서 선물받았다. 이후 베드로는 이름값을 하면서 교회의 굳건한 반석이 되었고, 철권통치 로마제국과 짱짱하게 맞서 싸웠다. 새 이름은 이처럼 힘이 세다.

여자는 아이를 낳으면 아무개 엄마라 불리며 새 이름을 얻더라. 영자다 숙자다 미자다 경자다 하는 이름들 모두 어찌 되었을까. 수박향기가 나던 이름 수자는 이름값대로 고향에서 농사를 짓는다. 제비꽃처럼 단아하던 정자는 군청 공무원으로 성실하게 살더라. 그리운 기억 속 이름들 말고 ‘옮겨영’이라는 새 이름까지 얻어들으며 독선과 배반의 정계에 발을 담근 분도 계시다.

임의진 (목사. 시인)

List of Articles
번호 제목 글쓴이 날짜 조회 수
295 임의진 [시골편지] 새들의 염불, 새들의 찬송 임의진 2014-02-24 693
294 임의진 [시골편지] 팔짱을 낀 달과 별과 골목과 사랑 임의진 2014-02-24 2555
293 임의진 [시골편지] 칠레로 가는 국경버스 임의진 2014-02-24 1104
292 임의진 [시골편지] 하얀 까마귀, 하얀 검둥개 임의진 2014-02-24 2099
291 임의진 [시골편지] 사람이 된 별 이야기 임의진 2014-02-24 781
290 임의진 [시골편지] 기차는 8시에 떠나가네 임의진 2014-02-24 1205
289 임의진 [시골편지] 마음의 온도를 올리는 방법 임의진 2013-12-15 1004
288 임의진 [시골편지] 오뎅과 뼈와 광주정신 임의진 2013-12-15 911
287 임의진 [시골편지] 볼리비아 겨울여행 임의진 2013-12-15 1075
286 임의진 [시골편지] 막걸리 송년회 임의진 2013-12-15 817
285 임의진 [시골편지] 몸으로 쓴 사랑편지 file 임의진 2011-09-04 2692
284 임의진 [시골편지] 대지의 노래 file 임의진 2011-09-04 2396
283 임의진 [시골편지] 냉콩물국수 file 임의진 2011-09-04 2302
282 임의진 [시골편지] 남태평양 바나나 file 임의진 2011-09-04 2485
281 임의진 [시골편지] 도라지꽃 소녀 file 임의진 2011-09-04 2650
280 임의진 [시골편지] 꽃무늬 브라자 file 임의진 2011-09-04 2382
279 임의진 [시골편지] 최 게바라와 야콘 농사 file 임의진 2011-09-04 2078
278 임의진 [시골편지] 그는 가수다 file 임의진 2011-09-04 2157
277 임의진 [시골편지] 강정마을 구럼비 file 임의진 2011-09-04 2263
» 임의진 [시골편지] 당신의 새 이름표 file 임의진 2011-09-04 2352
275 임의진 [시골편지] 서머타임 file 임의진 2011-09-04 2295
274 임의진 [시골편지] 낫의 낮 file 임의진 2011-06-06 2564
273 임의진 [시골편지] 토끼풀 file 임의진 2011-06-06 2616
272 임의진 [시골편지]튀밥 file 임의진 2011-06-06 2616
271 임의진 [시골편지] 이 별의 이별 file 임의진 2011-06-06 2699
270 임의진 [시골편지]꽃시계 별시계 file 임의진 2011-06-06 2727
269 임의진 [시골편지]삽자루 같은 사람 file 임의진 2011-06-06 2784
268 임의진 [시골편지]물귀신 file 임의진 2011-06-06 2585
267 임의진 [시골편지]이집트 낙타여행 file 임의진 2011-06-06 2659
266 임의진 [시골편지]매화 피는 교회 file 임의진 2011-06-06 2527
265 임의진 [시골편지]지팡이와 유모차 file 임의진 2011-06-06 2545
264 임의진 [시골편지]코끼리와 인도 여행 file 임의진 2011-06-06 2520
263 임의진 [시골편지]용감무쌍 지렁이 file 임의진 2011-06-06 2478
262 임의진 [시골편지]영국 시골마을 file 임의진 2011-06-06 2923
261 임의진 [시골편지]봄방학 file 임의진 2011-06-06 2282

 

 

 

저자 프로필 ㅣ 이현주한희철이해인김남준임의진홍승표ㅣ 사막교부ㅣ ㅣ

 

개인적인 맨토들의 글을 모았습니다. 천천히 읽으면 더 좋은 글들입니다.

 

(글의 저작권은 각 저자들에게 있습니다. 여기에 있는 글을 다른데로 옮기면 안됩니다)

    본 홈페이지는 조건없이 주고가신 예수님 처럼, 조건없이 퍼가기, 인용, 링크 모두 허용합니다.(단, 이단단체나, 상업적, 불법이용은 엄금)
    *운영자: 최용우 (010-7162-3514) * 9191az@hanmail.net * 30083 세종특별시 금남면 용포쑥티2길 5-7 (용포리 53-3)
XE Login