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개인적인 맨토들의 글을 모았습니다. 천천히 읽으면 더 좋은 글들입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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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래전 ‘마중물’이란 시를 쓴 일이 있었다. 변변한 시집 한 권 없다보니 작자 미상으로 입에서 입으로들 떠돌밖에. 그러다 여쿵저쿵 첨삭을 당하기도 하고, 한편 좋은 뜻의 모임이나 각오들을 낳기도 하고. 이미 나를 떠났으니 내버려두며 혼자서 기억할 뿐이었다.
용면 돌짝밭으로 귀농한 젊은 부부가 ‘마중물’을 알고 있었다. “마중물을 닮고 싶어요.” 선한 부부의 기도에 맞장구를 쳐주었다. 오늘날 농촌에 산다는 게 마중물인지 구정물인지 헷갈릴 때가 가끔 있다. 하여도, 시대의 마중물이라 믿으며 낮고 캄캄한 생명살림의 외길을 두려움 없이 끝내 걸어가고 싶구나.
“우리 어릴 적 작두질로 물 길어 먹을 때 마중물이라고 있었다. 한 바가지 먼저 윗구멍에 붓고 부지런히 뿜어 대면 그 물이 땅 속 깊이 마중 나가 큰 물을 데불고 왔다. 마중물을 넣고 얼마간 뿜다 보면 낭창하게 손에 느껴지는 물의 무게가 오졌다. 누군가 먼저 슬픔의 마중물이 되어준 사랑이 우리들 곁에 있다. 누군가 먼저 슬픔의 무저갱으로 제 몸을 던져 모두를 구원한 사람이 있다. 그가 먼저 굵은 눈물을 하염없이 흘렸기에, 그가 먼저 감당할 수 없는 현실을 꿋꿋이 견뎠기에.”
〈임의진|목사·시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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