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신글모든게시글모음 인기글(7일간 조회수높은순서)
m-5.jpg
현재접속자

영혼의 샘터

옹달샘

 

개인적인 맨토들의 글을 모았습니다. 천천히 읽으면 더 좋은 글들입니다.

[시골편지]풍선과 평화

임의진 임의진............... 조회 수 166 추천 수 0 2015.10.10 19:56:14
.........

     l_2014101601002391600184631.jpg
초미니 납작 만화책이 별책부록으로 들어있는 풍선껌이 있었다. 학교 앞 점방에서 주로 놓고 파는 물건이었는데 인기가 짱이었다. 잘근잘근 씹으면 단물이 나고 이어서 풍선을 이따만 하게 불었다. 풍선껌이 눈앞에서 팍 터지면 껌은 콧등에 달라붙었다. 그걸 또 걷어다가 입에 넣었지. 눈으로는 만화를 날렵하게 넘겨 읽고. 6·25 반공만화가 제법 많았는데 교회 주일학교에서 더 잔인한 살인과 전쟁 이야기를 숱하게 들은 통에 별로 놀랍지도 않았다.


난 풍선이라면 사족을 못 쓰는 아이였다. 용돈이 생기면 과자보다 먼저 풍선을 샀다. 달이나 태양도 풍선일 거라고, 풍선이 아니고서는 저 멀고 높은 곳에 떠다닐 수 없는 거라고 굳게 믿었다. 동물원에 처음 놀러갔을 땐 빨간 풍선을 하나 샀는데, 풍선을 실에 매달고 다니면서 홍학처럼 하늘로 날아오르고 싶었다. 실이 끊어져 도망가 버린 풍선은 늙은 당나귀가 가지고 놀다가 터트려버렸다.


풍선은 거미가 줄을 매달고 노니는 것처럼 실로 매달고 있어야 풍선이지 손에서 한번 떠나면 가시에 찔려 터지거나 시야에서 사라져버리는 물건이렷다. 애지중지 풍선을 꽉 쥔 손바닥에선 땀이 송송 맺혔다. 내 작은 손엔 늘 풍선실이 감겨있었고, 달아날까 안간힘으로 붙잡고 있으려니 손바닥은 소금땀 염전이었다. “가장 즐거운 것은 천진하게 마음속에서 이쪽을 신뢰하며 내미는 어린이의 손이다. 이것은 마치 동물의 앞발과 같아 전적으로 친애의 표시기 때문이다.”(<무서록>·이태준) 풍선을 만지던 내 손은 하늘에 닿아있었고, 그것은 정말 친애의 표시였다.


요즘 누군가들이 북녘땅으로 대형 풍선을 날린다는 소식을 들었다. 풍선에 매달아 보내는 대북 전단엔 무슨 내용이 들어있는 걸까. 총격전까지 벌어진 모양이니 짐작하여 알 수 있는 부분이겠다. 풍선에 매달아 동포들에게 닿게 해야 할 소식이 꼭 자존심을 짓밟는 조롱과 험담이어야 할까. 풍선은 풍선으로 족하고, ‘삐라’는 그만두기를. 남북 간 존중과 대화, 이산가족들의 자유로운 편지왕래가 속히 이뤄졌으면 좋겠다.

임의진 | 목사·시인

List of Articles
번호 제목 글쓴이 날짜 조회 수
365 임의진 [시골편지]고독과 은둔 file 임의진 2016-06-16 135
364 임의진 [시골편지]이매진, 상상력 file 임의진 2016-06-16 139
363 임의진 [시골편지]진실을 찾는 사람 file 임의진 2016-06-05 124
362 임의진 [시골편지]댄서의 순정 file 임의진 2016-06-05 97
361 임의진 [시골편지]산티아고 순례길 file 임의진 2016-06-05 101
360 임의진 [시골편지]부채춤 file 임의진 2016-06-05 146
359 임의진 [시골편지] 걱정 하나 없는 밤길 file 임의진 2016-05-31 141
358 임의진 [시골편지] 피부 색깔 file 임의진 2016-05-31 135
357 임의진 [시골편지]장서의 즐거움 file 임의진 2016-05-31 103
356 임의진 [시골편지]설국의 터널 file 임의진 2016-05-31 172
355 임의진 [시골편지] 삼시 세끼 file 임의진 2016-04-25 152
354 임의진 [시골편지] 꿩이 꿩꿩 우는 날 file 임의진 2016-04-25 243
353 임의진 [시골편지] 강철 새잎 file 임의진 2016-04-25 149
352 임의진 [시골편지] 군산 노을 file 임의진 2016-04-25 333
351 임의진 [시골편지] 옹가, 긍가, 강가 file 임의진 2016-04-25 206
350 임의진 [시골편지] 바라나시 file 임의진 2016-04-25 132
349 임의진 [시골편지] 마을 위를 날아서 file 임의진 2016-04-25 188
348 임의진 [시골편지]금은보화의 크리스마스 file 임의진 2016-04-25 143
347 임의진 [시골편지] 타오르는 불꽃 file 임의진 2016-04-21 160
346 임의진 [시골편지] 땅콩만 한 별들 file 임의진 2016-04-21 244
345 임의진 [시골편지] 보리차 끓는 소리 file [1] 임의진 2016-04-21 193
344 임의진 [시골편지] 튀밥이 내리는 날 file 임의진 2015-10-18 196
343 임의진 [시골편지]산타 오빠 산타 언니 file 임의진 2015-10-18 285
342 임의진 [시골편지]국화꽃 향기 file 임의진 2015-10-18 193
341 임의진 [시골편지]하루만 햇새 file 임의진 2015-10-18 196
340 임의진 [시골편지] 피카소, 추위와 사랑 file 임의진 2015-10-18 196
339 임의진 [시골편지] 연탄검댕이 file 임의진 2015-10-18 163
» 임의진 [시골편지]풍선과 평화 file 임의진 2015-10-10 166
337 임의진 [시골편지]샹송을 듣는 시간 file 임의진 2015-10-10 180
336 임의진 [시골편지]이상한 사람 file 임의진 2015-10-10 137
335 임의진 [시골편지]석별의 정 file 임의진 2015-10-10 336
334 임의진 [시골편지]오브리가도 file 임의진 2015-10-10 356
333 임의진 [시골편지]코흘리개 file 임의진 2015-10-10 133
332 임의진 [시골편지] 책상 위에 램프등 임의진 2014-10-26 622
331 임의진 [시골편지] 하모니카와 키스하는 법 임의진 2014-10-26 643

 

 

 

저자 프로필 ㅣ 이현주한희철이해인김남준임의진홍승표ㅣ 사막교부ㅣ ㅣ

 

개인적인 맨토들의 글을 모았습니다. 천천히 읽으면 더 좋은 글들입니다.

 

(글의 저작권은 각 저자들에게 있습니다. 여기에 있는 글을 다른데로 옮기면 안됩니다)

    본 홈페이지는 조건없이 주고가신 예수님 처럼, 조건없이 퍼가기, 인용, 링크 모두 허용합니다.(단, 이단단체나, 상업적, 불법이용은 엄금)
    *운영자: 최용우 (010-7162-3514) * 9191az@hanmail.net * 30083 세종특별시 금남면 용포쑥티2길 5-7 (용포리 53-3)
XE Login