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신글모든게시글모음 인기글(7일간 조회수높은순서)
m-5.jpg
현재접속자

영혼의 샘터

옹달샘

 

개인적인 맨토들의 글을 모았습니다. 천천히 읽으면 더 좋은 글들입니다.

[시골편지] 강철 새잎

임의진 임의진............... 조회 수 149 추천 수 0 2016.04.25 23:58:16
.........

l_2015011501001901300157751.jpg


기상캐스터만 짧은 미니 차림일 뿐 아직 세한도 그림 속 까마득한 절벽인데, 연초 날씨가 풀려 양지 쪽 나무들은 새순이 날름 보인다. 이런 풀린 날이 며칠 더 가면 철 잊고 핀 꽃대궁도 더러 보게 되리라. 기미라고 해야 하나? 봄이 올 것 같은 기미. 정치권에선 도무지 찾아보기 힘든 기미….


박노해 시인을 가끔 길에서 뵙고 반갑게 약주 한 잔 나눈 지도 꽤 되었다. 옛날 목사관에 하룻밤 주무시고 가신 일이 있었는데 그날 청했던 시가 바로 강철 새잎이었다.

“저거 봐라 새잎 돋는다. 아가손 마냥 고물고물 잼잼. 봄볕에 가느란 눈 부비며 새록새록 고목에 새순 돋는다. 하 연둣빛 새 이파리. 네가 바로 강철이다.” 대충 첫술이라도 외우는 몇 안되는 시다.

이 시를 읽으면 나도 모르게 뭔가 꿈틀거리는 게 느껴져. 손끝에서 귓불에서 발가락에서 팔꿈치에서도 새순이 돋아날 거 같아. 온갖 패배주의와 기회주의가 판을 치는 세상에 ‘부드러운 만큼 강하고 여린 만큼 우람한 사람’, 그런 새순 같은 친구를 만나고 싶다.

 
시란 사람을 힘나게 하는 것이어야 한다고 믿는다. 언젠가 손택수 시인의 글을 읽었는데, 아버지가 시란 쓸모없는 짓이니 그만두라셨단다. 그런데 어느날 아버지가 기왕 시작한 일이니 최선을 다해보라셨단다. 시인의 슬픔이고 시인을 버티게 하는 힘은 바로 쓸모없는 짓에 최선을 다하라는 아버지 말씀이라니 코끝이 찡해질밖에. 시란 아주 작은 목소리이지만 강철 새잎이나 진배없다. 작년이나 올해나 똑같은 누구의 기자회견보다 시인들의 시낭송은 그래서 무시무시한 일갈이요, 일성인 게다.


나는 강철 새잎을 수없이 만나고 산다. 말뿐인 어설픈 친척들보다 피붙이 같은 분들. 겨울에 구워먹는 은행 알처럼 구수한 지혜를 가득가득 알고 계시는…. 재산이 29만1000원인 전직 대통령보다는 더 부자여서 행복했는데, 그 군인 출신 대통령은 생때같은 가족들을 죽였지. 남녘에는 새순이 더러 보인다. 죽은 청춘들의 부활이겠다.


임의진 | 목사·시인  2015.01.14

List of Articles
번호 제목 글쓴이 날짜 조회 수
365 임의진 [시골편지]고독과 은둔 file 임의진 2016-06-16 135
364 임의진 [시골편지]이매진, 상상력 file 임의진 2016-06-16 139
363 임의진 [시골편지]진실을 찾는 사람 file 임의진 2016-06-05 124
362 임의진 [시골편지]댄서의 순정 file 임의진 2016-06-05 97
361 임의진 [시골편지]산티아고 순례길 file 임의진 2016-06-05 101
360 임의진 [시골편지]부채춤 file 임의진 2016-06-05 146
359 임의진 [시골편지] 걱정 하나 없는 밤길 file 임의진 2016-05-31 141
358 임의진 [시골편지] 피부 색깔 file 임의진 2016-05-31 135
357 임의진 [시골편지]장서의 즐거움 file 임의진 2016-05-31 103
356 임의진 [시골편지]설국의 터널 file 임의진 2016-05-31 172
355 임의진 [시골편지] 삼시 세끼 file 임의진 2016-04-25 152
354 임의진 [시골편지] 꿩이 꿩꿩 우는 날 file 임의진 2016-04-25 243
» 임의진 [시골편지] 강철 새잎 file 임의진 2016-04-25 149
352 임의진 [시골편지] 군산 노을 file 임의진 2016-04-25 333
351 임의진 [시골편지] 옹가, 긍가, 강가 file 임의진 2016-04-25 206
350 임의진 [시골편지] 바라나시 file 임의진 2016-04-25 132
349 임의진 [시골편지] 마을 위를 날아서 file 임의진 2016-04-25 188
348 임의진 [시골편지]금은보화의 크리스마스 file 임의진 2016-04-25 143
347 임의진 [시골편지] 타오르는 불꽃 file 임의진 2016-04-21 160
346 임의진 [시골편지] 땅콩만 한 별들 file 임의진 2016-04-21 244
345 임의진 [시골편지] 보리차 끓는 소리 file [1] 임의진 2016-04-21 193
344 임의진 [시골편지] 튀밥이 내리는 날 file 임의진 2015-10-18 196
343 임의진 [시골편지]산타 오빠 산타 언니 file 임의진 2015-10-18 285
342 임의진 [시골편지]국화꽃 향기 file 임의진 2015-10-18 193
341 임의진 [시골편지]하루만 햇새 file 임의진 2015-10-18 196
340 임의진 [시골편지] 피카소, 추위와 사랑 file 임의진 2015-10-18 196
339 임의진 [시골편지] 연탄검댕이 file 임의진 2015-10-18 163
338 임의진 [시골편지]풍선과 평화 file 임의진 2015-10-10 166
337 임의진 [시골편지]샹송을 듣는 시간 file 임의진 2015-10-10 180
336 임의진 [시골편지]이상한 사람 file 임의진 2015-10-10 137
335 임의진 [시골편지]석별의 정 file 임의진 2015-10-10 336
334 임의진 [시골편지]오브리가도 file 임의진 2015-10-10 356
333 임의진 [시골편지]코흘리개 file 임의진 2015-10-10 133
332 임의진 [시골편지] 책상 위에 램프등 임의진 2014-10-26 622
331 임의진 [시골편지] 하모니카와 키스하는 법 임의진 2014-10-26 643

 

 

 

저자 프로필 ㅣ 이현주한희철이해인김남준임의진홍승표ㅣ 사막교부ㅣ ㅣ

 

개인적인 맨토들의 글을 모았습니다. 천천히 읽으면 더 좋은 글들입니다.

 

(글의 저작권은 각 저자들에게 있습니다. 여기에 있는 글을 다른데로 옮기면 안됩니다)

    본 홈페이지는 조건없이 주고가신 예수님 처럼, 조건없이 퍼가기, 인용, 링크 모두 허용합니다.(단, 이단단체나, 상업적, 불법이용은 엄금)
    *운영자: 최용우 (010-7162-3514) * 9191az@hanmail.net * 30083 세종특별시 금남면 용포쑥티2길 5-7 (용포리 53-3)
XE Login