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신글모든게시글모음 인기글(7일간 조회수높은순서)
m-5.jpg
현재접속자

영혼의 샘터

옹달샘

 

개인적인 맨토들의 글을 모았습니다. 천천히 읽으면 더 좋은 글들입니다.

[시골편지]설국의 터널

임의진 임의진............... 조회 수 172 추천 수 0 2016.05.31 07:36:21
.........

l_2015022601003502500269271.jpg

차바퀴가 미끄러질 만큼 제대로 눈폭탄 한번 없이 복수초 피고 봄까치꽃 융융해라. 이맘때 춘설이 장관이곤 하였으며 삼월에도 눈구름으로 거무스름해지곤 그랬는데… 이제 얼마 후면 벚꽃 피고 벚꽃 엔딩. 가수 박지윤은 망사로 된 옷을 입지 않고 댄스곡도 접더니 ‘봄눈’을 어떻게 불렀다지? 그게 이상하게 슬프더라.

“자, 내 얘기를 들어보렴… 계절을 견디고 이렇게 마주앉은 그대여. 벚꽃은 봄눈 되어 하얗게 덮인 거리. 겨우내 움을 틔우듯 돋아난 사랑….” 벚꽃은 말할 것 없고 세상의 눈이라는 눈은 죄다 내리는 고장이 있다.

가와바타 야스나리는 <설국>을 써서 노벨상을 받았는데, 첫 구절은 위대한 문학적 성취일 것이다. “긴 국경의 터널을 지나니 설국이었다. 밤은 아랫녘까지 새하얗구나. 비로소 신호소에 열차가 멈추었다.”

얼마 전 눈으로 뒤덮인 니가타현을 홀로 걸었다. 소설 속 무대 마을. 계속되는 폭설에 모두 길을 잃고 이른 잠을 청해야 했지. 문명의 잃어버린 밤이 그곳에 실재하였다. 길이 끊기는 산간의 폭설이 그런 것처럼 밤의 어둠도 세상을 신비와 무욕의 편으로 이끈다. “논리와 설교로는 확신을 얻기 힘들다네. 밤의 습기야말로 나를 영혼 속으로 더 깊이 스며들게 해.” 월트 휘트먼의 시 한 구절.

전도사 시절, 밤이면 일기장 첫머리에 히브리어로 ‘아도나이 오리’라 적고는 했다. “주님은 빛이시라!” 빛을 좇아 살아가는 순례의 생애. 설국의 터널을 지나면 빛의 영지에 다다를거 “살아재샜소? 불살개(불쏘시개) 잔(조금) 할라고 나왔는디 금매 더와불겄소. 꽃멍얼도 간간이 뵈이고잉.” 코빼기도 뵈지 않던 할매들이 쏟아져 나온 경칩 목전. “저녁답엔(무렵엔) 춥습디다. 뒤바람(북풍)이 아직은 거세라. 새해복 합북(듬뿍) 받으십시오.” 목례를 드렸다.

날씨와 다르게 세계는 차가운 설국이구나. 노벨문학상까지 받은 나라가 우경화되어 한심스럽기 짝이 없어라. 과거 침략전쟁에 진심 어린 사죄도 없고. 또 이 땅의 비뚤어진 몽니들은 일가친척을 홍어라 낄낄대며 고인들을 어묵에 빗댄다. 우리가 인간이지 짐승인가.

임의진 | 목사·시인  2015.2.25

List of Articles
번호 제목 글쓴이 날짜 조회 수
365 임의진 [시골편지]고독과 은둔 file 임의진 2016-06-16 135
364 임의진 [시골편지]이매진, 상상력 file 임의진 2016-06-16 139
363 임의진 [시골편지]진실을 찾는 사람 file 임의진 2016-06-05 124
362 임의진 [시골편지]댄서의 순정 file 임의진 2016-06-05 97
361 임의진 [시골편지]산티아고 순례길 file 임의진 2016-06-05 101
360 임의진 [시골편지]부채춤 file 임의진 2016-06-05 146
359 임의진 [시골편지] 걱정 하나 없는 밤길 file 임의진 2016-05-31 141
358 임의진 [시골편지] 피부 색깔 file 임의진 2016-05-31 135
357 임의진 [시골편지]장서의 즐거움 file 임의진 2016-05-31 103
» 임의진 [시골편지]설국의 터널 file 임의진 2016-05-31 172
355 임의진 [시골편지] 삼시 세끼 file 임의진 2016-04-25 152
354 임의진 [시골편지] 꿩이 꿩꿩 우는 날 file 임의진 2016-04-25 243
353 임의진 [시골편지] 강철 새잎 file 임의진 2016-04-25 149
352 임의진 [시골편지] 군산 노을 file 임의진 2016-04-25 333
351 임의진 [시골편지] 옹가, 긍가, 강가 file 임의진 2016-04-25 206
350 임의진 [시골편지] 바라나시 file 임의진 2016-04-25 132
349 임의진 [시골편지] 마을 위를 날아서 file 임의진 2016-04-25 188
348 임의진 [시골편지]금은보화의 크리스마스 file 임의진 2016-04-25 143
347 임의진 [시골편지] 타오르는 불꽃 file 임의진 2016-04-21 160
346 임의진 [시골편지] 땅콩만 한 별들 file 임의진 2016-04-21 244
345 임의진 [시골편지] 보리차 끓는 소리 file [1] 임의진 2016-04-21 193
344 임의진 [시골편지] 튀밥이 내리는 날 file 임의진 2015-10-18 196
343 임의진 [시골편지]산타 오빠 산타 언니 file 임의진 2015-10-18 285
342 임의진 [시골편지]국화꽃 향기 file 임의진 2015-10-18 193
341 임의진 [시골편지]하루만 햇새 file 임의진 2015-10-18 196
340 임의진 [시골편지] 피카소, 추위와 사랑 file 임의진 2015-10-18 196
339 임의진 [시골편지] 연탄검댕이 file 임의진 2015-10-18 163
338 임의진 [시골편지]풍선과 평화 file 임의진 2015-10-10 166
337 임의진 [시골편지]샹송을 듣는 시간 file 임의진 2015-10-10 180
336 임의진 [시골편지]이상한 사람 file 임의진 2015-10-10 137
335 임의진 [시골편지]석별의 정 file 임의진 2015-10-10 336
334 임의진 [시골편지]오브리가도 file 임의진 2015-10-10 356
333 임의진 [시골편지]코흘리개 file 임의진 2015-10-10 133
332 임의진 [시골편지] 책상 위에 램프등 임의진 2014-10-26 622
331 임의진 [시골편지] 하모니카와 키스하는 법 임의진 2014-10-26 643

 

 

 

저자 프로필 ㅣ 이현주한희철이해인김남준임의진홍승표ㅣ 사막교부ㅣ ㅣ

 

개인적인 맨토들의 글을 모았습니다. 천천히 읽으면 더 좋은 글들입니다.

 

(글의 저작권은 각 저자들에게 있습니다. 여기에 있는 글을 다른데로 옮기면 안됩니다)

    본 홈페이지는 조건없이 주고가신 예수님 처럼, 조건없이 퍼가기, 인용, 링크 모두 허용합니다.(단, 이단단체나, 상업적, 불법이용은 엄금)
    *운영자: 최용우 (010-7162-3514) * 9191az@hanmail.net * 30083 세종특별시 금남면 용포쑥티2길 5-7 (용포리 53-3)
XE Login