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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골편지] 걱정 하나 없는 밤길

임의진 임의진............... 조회 수 141 추천 수 0 2016.05.31 08:04:4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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햇빛이 따뜻한 강변에서 놀다가 매화 생각나 얼른 산골로. 며칠 전부터 밭에도 뜰에도 매화가 피어 가지째 꺾어설랑 매화차도 마시고 꿀벌 날아오는 구경도 하며 늴리리야 니나노.

감기에 쿨럭이던 아짐이 자리 털고 일어나 쑥 캐러 나온 청답길. 전에 보이지 않던 털북숭이 강아지들이 대문을 넘어설랑 재주를 구르며 노닐었다. 장날 분명히 내다 팔릴 운명들. 어미 개는 짐작도 못하고 본숭만숭 딴청이로고. 아직도 젖을 찾으니 괴롭기도 해서겠지.

인생도 헤어질 줄 모르고 이렇게 소원하게 사는갑다. 꽃피는 봄이니만큼 꽃등심이나 먹자며 출발한 서울 친구놈은 오다가 낮술에 퍼져 소식이 없네. 여자들을 만난다더니 누구 하나 예뻤을까.
고기 구우려고 숯불도 지폈는데 밍밍한 누룽지밥. 운동 겸 밤길이 걷고 싶어 손전등을 꺼냈다. 가을에 폐막한 그림자 영화제가 다시 열릴 듯. 나무들은 새로 돋아난 잎사귀들을 부지런히 연기훈련 중이었다. 가로등이 켜지자 잎사귀 그림자들이 일제히 땅바닥 스크린에다 낮에 본 새를 그리기도 하고 먼 미래의 구름을 보여주기도. 이 야외극장을 독차지하며 한 발 두 발. 밭에 들러 달밤에 핀 매화도 구경했지. 소복 입고 설치는 귀신 할머니만 안 계시면 시골의 밤길은 두려울 게 하나 없어라.
작년 이맘때 부에노스아이레스에서 음악공연을 찾아갔다. 택시 기사가 밤길 무서우니 조심하라더니 잔금을 위조지폐로 주는 것이었다. 공연도 별로였고 호텔로 귀가하려니 야심한 시간. 치안이라곤 가로등이 전부. 그런데 애당초 가진 게 없는 인간이니 두려울 게 또 없어 꽤 먼 길을 걷기 시작했다. 최소한의 호신용으로 맥주병을 하나 사들고서 병나발을 불어댔지.
어떤 부흥사는 찬송가를 부르면 밤길이 염려없다고. 모르는 소리. 주님도 밤에는 영업 접으시고 푹 쉬신다. 가난하면 두렵지가 않아라. 가진 게 없으면 밤길이 걱정 없는 법이다. 내세의 여행까지도….

임의진 | 목사·시인 2015.03.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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