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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골편지]산티아고 순례길

임의진 임의진............... 조회 수 101 추천 수 0 2016.06.05 08:53: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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누가 노란 리본을 걸어둔 걸까. 개나리가 동네 어귀마다 노란 물결로 출렁이누나.

단원고 2학년 아이들아. 금요일엔 돌아오렴. 지난주 안산이 집인 옛 친구 권현형 시인과 둘러앉아 담소를 나눴는데, 한 아이의 혼이 멀리 순례길을 걷고 있다는 시를 들려주더군.

“곡선의 순례길을 꼬불꼬불 따라 걷고 있어요…. 저는 그동안 2㎝ 더 자라 177㎝가 되었답니다. 여행지의 풍경들은 키가 크기에 좋은 자양분들이거든요. 엄마 아빠의 소원대로 저는 185㎝까지 클 자신 있어요…. 장자를, 불교의 초기 경전을, 구약을 읽으려고요. 거장의 위대함에 몰두하려고 하는 게 아니랍니다. 이제 열아홉이 된, 지적 영감이 폭발하는 나이인 저 자신에게 몰두할 거예요. 제 두 손은 날개를 닮았을 뿐, 영원히 여전히 엄마 아빠의 귀염둥이 아들이랍니다. 제 나이가 감당하기 어려운 시련을 겪은 후 가족과 친구들을 어제보다 더 사랑하게 되었어요. 저는 이제 ‘불멸의 사랑’이에요.” 이름이 승태라고 하던가. 그 아이는 지금 산티아고 순례길에 접어든 모양이었다. 나는 아이의 곱고 가뿐한 영혼에 축복했지. 요샌 노상강도가 나타나곤 한다는데 처음 산티아고 순례길은 그야말로 순박한 시골길이었다. 돌들도 자유롭게 누워 있더라.

“나는 자유롭다. 떨어진 곳에 놓여있는 돌처럼. 나는 자유롭다. 자기 명예를 걸고 맹세한 사람처럼”(리처드 와이너).

나를 찾아, 명예로운 걸음을 걷는 순례자들. 가끔 그런 생각을 갖곤 해. 산티아고 순례길이나 제주도 올레길이 모두 당신과 내가 걷는 길, 비좁은 농로로까지 연결되어 있음을. 도처가 순례길이지. 안전한 여행길, 아이들 누구 하나 점심을 굶거나 다치지 않는 여행길이길.

어른들의 욕심과 잘못으로 일어나는 사고와 불편은 어떻게든 막아내야지. 차갑고 빠른 물살과 무관심이 야속하기만 하여라.

임의진 | 목사·시인 2015.4.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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