종교, 종파, 가문이 다른 것은 인간의 운명이다. 이를 바꾸려는 어떤 시도도 용납될 수 없다. 전도, 선교, 포교…전도왕은 어쩌면 폭력왕이 아닐까. 선행을 베풀 때 감동되어 회심도 하는 것이지 교리나 이념을 강제로 들이대는 짓은 폭력이고 범죄렷다. 빨갱이 사냥도 모자라 무슬림 사냥을 하는 개들을 보라. 달밤에 개 짖는 소리로 귀가 다 따가워라. 도종환 시인의 ‘미하일 고르바초프의 신’은 네덜란드에서 행한 고르바초프의 육성 인터뷰를 옮긴 시. “내가 자유의 복구를 시작하였지만 이 이데올로기 공백을 자본의 물결로 덮어버리는 걸 찬성하지 않습니다…… 나는 농부였던 우리 부모가 내게 물려준 상식을 잊지 않았습니다. 상식은 균형과 절제에 대한 감각이기도 합니다. 흙에 대한 애정은 내게 굴하지 않는 정신과 지혜를 주었습니다. 그리고 소박함과 겸손함, 함께 노동하는 마을공동체를 통해 연대하는 마음과 관용을 잊어버린 적 없습니다.”
첫눈 오는 날. 앗살라 알라이쿰(평화를 빕니다) 인사하는 초승달이 낮게 떴다. 자본의 물결이 아닌 관용의 물결을 윙크해본다.
임의진/목사·시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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