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신글모든게시글모음 인기글(7일간 조회수높은순서)
m-5.jpg
현재접속자

영혼의 샘터

옹달샘

 

개인적인 맨토들의 글을 모았습니다. 천천히 읽으면 더 좋은 글들입니다.

[시골편지] 벼락 치는 날

임의진 임의진............... 조회 수 66 추천 수 0 2019.03.27 22:33:10
.........

l_2017080301000238000023761.jpg

데이비드 보위를 들으며 거닐었던 런던을 떠나 지금은 내 집 내 골목. 폭염주의보를 알리는 새벽 문자는 간신히 잠든 새벽잠을 폭망하게 만드네. 낮에는 갑자기 비구름이 달려들어 낙뢰가 치고, 깜박 졸던 나를 깨우던 무서운 물리 선생님. 피뢰침이 있던 교회에 얹혀 살 때는 두꺼비집이 여간해선 내려가지 않았는데, 마을 속 한데 섞여 살게 된 이 집은 약한 벼락에도 걸핏하면 차단기가 내려간다. 집을 비우고 타지에 머물 땐 든든히 장만한 김치와 간고등어를 못 먹고 버리기도 했다. 죄는 내가 지었는데 벌은 왜 냉장고가 받는 걸까. 벼락이 치면 개들도 깜짝 놀라 칭얼거린다. 컹컹대고 짖는 하늘을 상상도 못했을 테니까. 보위가 쓴 노래 ‘모든 멋진 놈들(All the young Dudes)’이란 노래도 벼락만큼 큰 소리로 세상에 울려 퍼졌다. “형은 비틀스와 롤링 스톤스를 듣고서 집에 왔다네. 하지만 나는 그런 혁명에 빠져들 수는 없었다네. 유들유들하고 거추장스러워. 지루한 것은 딱 질색이야. 깨부숴야 할 이 세상이 콘크리트인지 내 머릿속이 콘크리트인지 알다가도 모르겠는걸.” 이런 노랠 듣고 자란다면 벼락 따위 무서운 소리도 아니겠다.
수평으로 이동하며 살던 사람이 수직하는 생각을 갖게 된 것. 벼락이 치는 순간 아마도 그런 생각이 번쩍 든 것은 아닐까. 인류는 농사법과 가축, 발효 음식을 얻게 되자 유목 생활을 접게 된다. 문화철학자 토마스 마호는 인간이 근원에 대한 공간적 생각 대신 수직적 사고를 하게 되자 이성의 존재로 진화했다고 말한다. 내가 누구로부터 태어났는지, 언제 태어났는지. 여권이나 각종 증명서에 지금도 우리는 그 질문에 답을 하고, 그걸 인간의 정체성으로 삼고 살아간다. 인간은 어디에서 왔나 고민하다가 어머니 자궁을 점토로 빚기도 하고, 예수처럼 신을 가리켜 아버지라 부르기도 하고. 고요는 좋으나 늘 고요하면 나태하고 머무르게만 된다. 나른한 날들을 깨우는 벼락에게 우리 심심한 감사를 표해야 하지 않을까. 무섭게 밀치고 후비다가도 어느덧 단비를 몰고 오는 사랑스러운 밀어. 때론 그 속에 날벼락 같은 슬픈 소식이 살짝 끼어 있기도 해. 정말 그런 일들은 그대 인생에선 멀찌감치 비켜가기를….
임의진 목사·시인
 2017.08.02

List of Articles
번호 제목 글쓴이 날짜 조회 수
505 임의진 [시골편지] 어촌 겨울풍경 file 임의진 2019-05-06 53
504 임의진 [시골편지] 눈썰매 file 임의진 2019-05-05 44
503 임의진 [시골편지] 통일 올림픽 file 임의진 2019-05-04 43
502 임의진 [시골편지] 솔로 천국 file 임의진 2019-05-02 40
501 임의진 [시골편지] 동계 캠핑장 file 임의진 2019-05-01 55
500 임의진 [시골편지] 손난로 같은 사람 file 임의진 2019-04-30 35
499 임의진 [시골편지]늑대가 우는 겨울밤 file 임의진 2019-04-29 42
498 임의진 [시골편지] 시인의 사랑 file 임의진 2019-04-28 30
497 임의진 [시골편지] 별이야! 눈이야! file 임의진 2019-04-26 36
496 임의진 [시골편지] 하나님 file [1] 임의진 2019-04-24 46
495 임의진 [시골편지] 치통 불통 file 임의진 2019-04-22 52
494 임의진 [시골편지]폴라로이드 즉석 사진기 file 임의진 2019-04-21 99
493 임의진 [시골편지] 삼십육계 file 임의진 2019-04-20 26
492 임의진 [시골편지] 치유하는 약 file 임의진 2019-04-19 47
491 임의진 [시골편지] 불바다 불산 file 임의진 2019-04-18 34
490 임의진 [시골편지] 백조의 호수 빵집 file 임의진 2019-04-17 67
489 임의진 [시골편지] 재방송 file 임의진 2019-04-16 36
488 임의진 [시골편지] 분홍 스웨터 구름과 별 file 임의진 2019-04-15 106
487 임의진 [시골편지] 에코백 천가방 file 임의진 2019-04-08 85
486 임의진 [시골편지] 흙집에 흙 얼굴 file 임의진 2019-04-07 64
485 임의진 [시골편지]오리알 file [1] 임의진 2019-04-02 69
484 임의진 [시골편지] 택시운전사 file 임의진 2019-04-01 54
483 임의진 [시골편지] 냉장고 file [1] 임의진 2019-03-30 143
» 임의진 [시골편지] 벼락 치는 날 file 임의진 2019-03-27 66
481 임의진 [시골편지] 낚시꾼 file 임의진 2019-03-23 48
480 임의진 [시골편지] 런던 시계탑 file [1] 임의진 2019-03-21 164
479 임의진 [시골편지] 비틀스 팬 file 임의진 2019-03-20 37
478 임의진 [시골편지] 치맥 피맥 file [1] 임의진 2019-03-19 66
477 임의진 [시골편지] 구유 file 임의진 2019-03-18 42
476 임의진 [시골편지] 아라비아의 로렌스 file [1] 임의진 2019-03-14 48
475 임의진 [시골편지] 평양 순안공항 file 임의진 2019-03-13 35
474 임의진 [시골편지] 오월광장 회화나무 file [1] 임의진 2019-03-12 66
473 임의진 [시골편지] 백진강 전설 file [1] 임의진 2019-03-10 45
472 임의진 [시골편지] 아꼼빠니에또 file 임의진 2019-03-08 60
471 임의진 [시골편지] 세잔과 미세먼지 file 임의진 2019-03-05 65

 

 

 

저자 프로필 ㅣ 이현주한희철이해인김남준임의진홍승표ㅣ 사막교부ㅣ ㅣ

 

개인적인 맨토들의 글을 모았습니다. 천천히 읽으면 더 좋은 글들입니다.

 

(글의 저작권은 각 저자들에게 있습니다. 여기에 있는 글을 다른데로 옮기면 안됩니다)

    본 홈페이지는 조건없이 주고가신 예수님 처럼, 조건없이 퍼가기, 인용, 링크 모두 허용합니다.(단, 이단단체나, 상업적, 불법이용은 엄금)
    *운영자: 최용우 (010-7162-3514) * 9191az@hanmail.net * 30083 세종특별시 금남면 용포쑥티2길 5-7 (용포리 53-3)
XE Login