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신글모든게시글모음 인기글(7일간 조회수높은순서)
m-5.jpg
현재접속자

영혼의 샘터

옹달샘

 

개인적인 맨토들의 글을 모았습니다. 천천히 읽으면 더 좋은 글들입니다.

[시골편지] 시인의 사랑

임의진 임의진............... 조회 수 30 추천 수 0 2019.04.28 23:08:00
.........

l_2017113001003817300310131.jpg

울 나라 시인들은 촛불을 들고 길거리에 자주 서 있었다. 몸이 그곳에 없으면 마음이라도 밤새 세워놓고 나라를 나라답게 만들자며 거친 대자보를 이어갔다. 여행하고 사랑하는 일조차 미안한 시절이었다. 눈꽃이 피면 눈꽃 보러 지리산에 가야 한다. 억새가 보고 싶으면 제주도 올레길을 걸어야 직성이 풀리는 게 시인들. 하루는 비행기에 매달리다시피 하여 제주도에 다녀왔다. 김종해 시인의 ‘섬 하나’란 시를 펄럭거리면서 말이다. “어머니가 이고 오신 섬 하나. 슬픔 때문에 안개가 잦은 내 뱃길 위에 어머니가 부려놓은 섬 하나. 오늘은 벼랑 끝에 노란 원추리 꽃으로 매달려 있다, 우리 집 눈썹 밑에 매달려 있다. 서투른 물질 속에 날은 저무는데 어머니가 빌려주신 남빛 바다. 이젠 저 섬으로 내가 가야 할 때다.” 남빛 바다는 내가 없는데도 오래도록 잘 있어주었구나. 어느 날 캄캄한 극장에 들어가 영화를 보았다. <시인의 사랑>이라는 영화였다. 장소는 제주도. 원추리 꽃과 유채꽃이 노랗게 일렁거리는 남빛 바다가 눈앞에 수두룩했다.
“삶의 아름다움과 비애가 동시에 내재된 시어를 사용했다면 더 깊은 울림이 가능했을 것 같네요.” 곶자왈 시동인 턱주가리 샘의 조언에 끙끙 앓던 시인. 월수 30만원의 방과후 학교 글짓기 교사 현택기 시인. 병든 아버지를 돌보는 가난한 동네 청년을 사랑하게 된 시인. “세상에서 자기 혼자밖에 없다고 생각하는 사람에게 뭐가 필요한지 정도는 나도 알고 있어. 그건 한 사람이야. 무슨 일이 있어도 같이 있어줄 단 한 사람. 그런 사람이 곁에 있으면 그 사람 망가지지 않아.” 위태롭던 감정도 사랑도 파도에 쓸려가듯 떠나가고, 똑같은 일상에 팽개쳐진 시인은 그래도 또박또박 ‘희망’이라는 제목의 시를 써내려간다. 시인은 결국 시로써 구원을 입는 존재.
제주도 밤바다는 언제보아도 좋더라. 조선에선 북두칠성과 삼태성, 또 문창성. 서양에서는 한 덩어리로 큰곰자리 별하늘. 옛 선비들과 시인들은 급제하려고 문창성을 찾아 소원을 빌고 또 빌었단다. 좋은 시가 점지된다면 무슨 일을 못할까. 오래된 떡갈나무가 서 있는 풍경처럼 하늘엔 별들이, 땅에는 시인들이 살아주었으면 바란다.
임의진 목사·시인
2017.11.29

List of Articles
번호 제목 글쓴이 날짜 조회 수
505 임의진 [시골편지] 어촌 겨울풍경 file 임의진 2019-05-06 53
504 임의진 [시골편지] 눈썰매 file 임의진 2019-05-05 44
503 임의진 [시골편지] 통일 올림픽 file 임의진 2019-05-04 43
502 임의진 [시골편지] 솔로 천국 file 임의진 2019-05-02 40
501 임의진 [시골편지] 동계 캠핑장 file 임의진 2019-05-01 55
500 임의진 [시골편지] 손난로 같은 사람 file 임의진 2019-04-30 35
499 임의진 [시골편지]늑대가 우는 겨울밤 file 임의진 2019-04-29 42
» 임의진 [시골편지] 시인의 사랑 file 임의진 2019-04-28 30
497 임의진 [시골편지] 별이야! 눈이야! file 임의진 2019-04-26 36
496 임의진 [시골편지] 하나님 file [1] 임의진 2019-04-24 46
495 임의진 [시골편지] 치통 불통 file 임의진 2019-04-22 52
494 임의진 [시골편지]폴라로이드 즉석 사진기 file 임의진 2019-04-21 99
493 임의진 [시골편지] 삼십육계 file 임의진 2019-04-20 26
492 임의진 [시골편지] 치유하는 약 file 임의진 2019-04-19 47
491 임의진 [시골편지] 불바다 불산 file 임의진 2019-04-18 34
490 임의진 [시골편지] 백조의 호수 빵집 file 임의진 2019-04-17 67
489 임의진 [시골편지] 재방송 file 임의진 2019-04-16 36
488 임의진 [시골편지] 분홍 스웨터 구름과 별 file 임의진 2019-04-15 106
487 임의진 [시골편지] 에코백 천가방 file 임의진 2019-04-08 85
486 임의진 [시골편지] 흙집에 흙 얼굴 file 임의진 2019-04-07 64
485 임의진 [시골편지]오리알 file [1] 임의진 2019-04-02 69
484 임의진 [시골편지] 택시운전사 file 임의진 2019-04-01 54
483 임의진 [시골편지] 냉장고 file [1] 임의진 2019-03-30 143
482 임의진 [시골편지] 벼락 치는 날 file 임의진 2019-03-27 66
481 임의진 [시골편지] 낚시꾼 file 임의진 2019-03-23 48
480 임의진 [시골편지] 런던 시계탑 file [1] 임의진 2019-03-21 164
479 임의진 [시골편지] 비틀스 팬 file 임의진 2019-03-20 37
478 임의진 [시골편지] 치맥 피맥 file [1] 임의진 2019-03-19 66
477 임의진 [시골편지] 구유 file 임의진 2019-03-18 42
476 임의진 [시골편지] 아라비아의 로렌스 file [1] 임의진 2019-03-14 48
475 임의진 [시골편지] 평양 순안공항 file 임의진 2019-03-13 35
474 임의진 [시골편지] 오월광장 회화나무 file [1] 임의진 2019-03-12 66
473 임의진 [시골편지] 백진강 전설 file [1] 임의진 2019-03-10 45
472 임의진 [시골편지] 아꼼빠니에또 file 임의진 2019-03-08 60
471 임의진 [시골편지] 세잔과 미세먼지 file 임의진 2019-03-05 65

 

 

 

저자 프로필 ㅣ 이현주한희철이해인김남준임의진홍승표ㅣ 사막교부ㅣ ㅣ

 

개인적인 맨토들의 글을 모았습니다. 천천히 읽으면 더 좋은 글들입니다.

 

(글의 저작권은 각 저자들에게 있습니다. 여기에 있는 글을 다른데로 옮기면 안됩니다)

    본 홈페이지는 조건없이 주고가신 예수님 처럼, 조건없이 퍼가기, 인용, 링크 모두 허용합니다.(단, 이단단체나, 상업적, 불법이용은 엄금)
    *운영자: 최용우 (010-7162-3514) * 9191az@hanmail.net * 30083 세종특별시 금남면 용포쑥티2길 5-7 (용포리 53-3)
XE Login