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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향시선-돈詩]꽃 피는 경마장
꽃 피는 경마장
경마장으로 건너가는 애마교 입구
비상하는 청동마상 두필
앞발이 허공을 힘차게 딛고 있는
그림자 밟으며
모든 비상의 첫발은 허공을 짚는 것이라고
희망에 중독된 사람들 우르르 몰려간다
정보지를 뒤적이며
지갑을 점검하며
걸인의 바구니에 반짝 동전을 떨구며
주차장 사이사이
한 나무가 수백 나무 꿈꾸는
고배당 노리는 벚꽃 화사하다
- 함민복(1962∼ )
△ 그 앞에 장사 없고 무쇠도 녹인다는 경마장. ‘경마공원’역 2번 출구는 ‘애마교(愛馬橋)’와 맞닿아 있다. 애마교 건너 ‘꿈으로(路)’를 지나면 청동마상이 있다. 인간을 태우고 비상하는 그 청동마상을 향해 애마교를 건너갔다 고개를 땅에 묻고 건너와 지하로 스며드는 사람들. 애마교에는 배짱 베팅의 배틀로 말달렸던 그들의 애환과 애증이 배어 있다.
‘한 방’의 요행을 찾아 우르르 달려가는 곳. 중인환시의 벌건 눈으로 희망의 프로포폴을 맞는 곳, 천당을 꿈꾸다 나락으로 추락하는 곳, 이것이 경마장의 ‘현대레알사전’이다.
“자본주의의 명함은 지폐다”(‘명함’)! 지폐의 놀이터는 경마장, 경마장의 명함은 고배당의 벚꽃, 그러므로 자본주의의 명함은 봄 벚꽃이다! 죄다 ‘한 방’에 중독된 채 그 앞발을 허공에 딛고 있는 것들이다. 우리의 벚꽃구경은 고배당을 열망하는 욕망의 투사였던 걸까? 고배당으로 ‘한 방’의 벚꽃이 터지고 있다. 은행과 증권이 몰려 있는 여의도 벚꽃축제도 낼부터 시작이다.
정끝별 | 시인·문학평론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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