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신글모든게시글모음 인기글(7일간 조회수높은순서)
m-5.jpg
현재접속자

영혼의 샘터

옹달샘

 

개인적인 맨토들의 글을 모았습니다. 천천히 읽으면 더 좋은 글들입니다.

[시골편지] 명절 국수

임의진 임의진............... 조회 수 34 추천 수 0 2020.05.02 23:43:53
.........

l_2019091201001366600113071.jpg

면은 간편해. 삶는데 냄새와 연기가 없다. 고기는 구울 때마다 기름이 튀고 냄새도 난리. 배지영의 단편소설 ‘근린 생활자’엔 501호 아줌마가 등장한다. “발코니에서 담배 피우거나 고기 굽는 것 삼가해주세요. 연기가 위쪽으로 그대로 올라가서 특히 3, 4층 분들은 창도 못 열어놓고 지낸다고요. 아셨죠. 꼭 좀 지켜주셨으면 좋겠어요.” 고기를 구워먹으려고 발코니가 있는 집을 계약해 들어간 아무개는 그러거나 말거나 계속 고기를 구워댔다. 이제는 아래층에서도 쫓아들 올라온다. 면이나 삶아먹지 총각들이 뭔 고기냐 이를 드러냈을 것이다. 시골집에 살면 삼시세끼 마당에서 고기를 구워먹는다고 믿는 이들이 있다. 낭설이다. 낙향처사들은 불이야 있으나 두 가지 돈이 없게 된다. 머니 돈과 돼지 돈.
산타 할아버지가 절대 먹을 수 없는 면, 울면. 울면 안돼. 당신은 산타가 아니니 울면도 드실 수 있겠다. 면을 너무 좋아했는데, 밀가루 당분 섭취를 줄이려다보니 메밀국수를 찾아먹게 되었다. 납품하는 곳을 알아냈고, 국수를 쟁여놓고 안심. 명절 긴긴날 뭘 먹을 건지, 장이라도 봐야 할 텐데 국수나 삶아먹을까 생각하니 개운하고 홀가분해라. 김치만 있으면 되었고, 얹어먹을 고기라도 들어온다면 불행 중 다행이겠다. 시인 백석은 먹는 타령을 지독히 했다. 시들 통째로 밥내와 모밀내, 오만가지 군침을 돌게 만드는 낱말들 잔치. “거리에서는 모밀내가 났다. 부처를 위하는 정갈한 노친네의 내음새 가튼 모밀내가 났다. 어쩐지 향산 부처님이 가까웁다는 거린데 국수집에서는 농짝 가튼 도야지를 잡아걸고 국수에 치는 도야지고기는 돗바늘 가튼 털이 드문드문 백였다… 또 털도 안 뽑는 고기를 시껌언 맨모밀국수에 언저서 한입에 꿀꺽 삼키는 사람들을 바라보며 나는 문득 가슴에 뜨끈한 것을 느끼며 소수림왕을 생각한다. 광개토대왕을 생각한다.” 이북에서는 돼지고기와 국수를 한 궁합으로 먹는 모양. 냉면과 온면, 고루 맛보는 겨레의 명절. 쟁반 속에 달이 둥그렇게 뜰 게야. 달 달 무슨 달, 쟁반같이 둥근 달.

임의진 목사·시인
2019.09.11


List of Articles
번호 제목 글쓴이 날짜sort 조회 수
9960 이현주 이만큼 떠나온 내 길은 이현주 2017-05-14 32
9959 이현주 지하철과 산 이현주 2017-05-14 30
9958 이현주 내가 귀를 열면 file 이현주 2017-05-14 24
9957 한희철 걸음을 멈춰 서서 한희철 2017-05-10 199
9956 한희철 이불 한희철 2017-05-10 73
9955 한희철 은총 한희철 2017-05-10 78
9954 한희철 드러나 한희철 2017-05-10 58
9953 한희철 믿음 없음 한희철 2017-05-10 81
9952 한희철 걸음 한희철 2017-05-10 54
9951 이현주 꽃과 이름 이현주 2017-05-08 57
9950 이현주 볼 수 있을까? 이현주 2017-05-08 11
9949 이현주 이사간 집 이현주 2017-05-08 35
9948 이현주 몸만 가지고 말한다면야 이현주 2017-05-08 22
9947 이현주 사랑이 꽃을 피우면 file 이현주 2017-05-08 39
9946 한희철 누가 있어 한희철 2017-05-04 95
9945 한희철 그럴듯한 지팡이 한희철 2017-05-04 72
9944 한희철 그럴 수 있다면 한희철 2017-05-04 74
9943 한희철 이슬비 내리던 자리 한희철 2017-05-04 41
9942 한희철 한희철 2017-05-04 42
9941 이현주 스승에게 이현주 2017-05-01 32
9940 이현주 시간 문제 이현주 2017-05-01 30
9939 이현주 천안 은석산 이현주 2017-05-01 55
9938 이현주 전화 벨 이현주 2017-05-01 28
9937 이현주 신기한 물건 file 이현주 2017-05-01 112
9936 한희철 감은 눈을 떠라 file 한희철 2017-04-26 195
9935 한희철 그늘을 만드는 사람 한희철 2017-04-22 125
9934 한희철 뿌리 한희철 2017-04-22 72
9933 한희철 사랑하게 하소서 한희철 2017-04-22 112
9932 이현주 나는 그 벌레 이름을 모른다 이현주 2017-04-21 52
9931 이현주 팔자걸음 이현주 2017-04-21 53
9930 이현주 쉬워보이는 길 이현주 2017-04-21 79
9929 이현주 단소를 잃어버리고 이현주 2017-04-21 46
9928 이현주 하늘 꽃 file 이현주 2017-04-21 34
9927 이현주 그 사람이 죽던 날 이현주 2017-04-21 45
9926 이현주 사랑 이현주 2017-04-21 46

 

 

 

저자 프로필 ㅣ 이현주한희철이해인김남준임의진홍승표ㅣ 사막교부ㅣ ㅣ

 

개인적인 맨토들의 글을 모았습니다. 천천히 읽으면 더 좋은 글들입니다.

 

(글의 저작권은 각 저자들에게 있습니다. 여기에 있는 글을 다른데로 옮기면 안됩니다)

    본 홈페이지는 조건없이 주고가신 예수님 처럼, 조건없이 퍼가기, 인용, 링크 모두 허용합니다.(단, 이단단체나, 상업적, 불법이용은 엄금)
    *운영자: 최용우 (010-7162-3514) * 9191az@hanmail.net * 30083 세종특별시 금남면 용포쑥티2길 5-7 (용포리 53-3)
XE Login