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신글모든게시글모음 인기글(7일간 조회수높은순서)
m-5.jpg
현재접속자

영혼의 샘터

옹달샘

 

개인적인 맨토들의 글을 모았습니다. 천천히 읽으면 더 좋은 글들입니다.

[시골편지] 자유인

임의진 임의진............... 조회 수 40 추천 수 0 2020.05.10 23:58:46
.........

l_2019103101003701900297001.jpg

수능이 다가오는지 아침저녁 쌀쌀함이 배나 더하다. 밤새 내린 이슬로 아침 마당이 촉촉하다. 뽀글이 점퍼를 하나 가지고 있는데 만날 찾아 입게 된다. 아이들아! 대학에 합격하려면 ‘재수 없는 꿈’을 꾸면 된단다. 대학에 가지 않아도 자유롭고 행복하게 살 수 있는 기회야 또 많단다.
입시 공부를 하는 것도 아닌데, 야무지게 책상에 달라붙어 책을 읽곤 한다. 그러다보면 하루가 금세 휙 지나가. 가을은 독서의 계절이니깐. 가르치는 일보다 배우는 일이 훨씬 즐겁다. 매주 설교를 하는 목사가 아니라서 마음이 편하고 홀가분하다. 입으로 뱉은 말처럼 살기가 얼마나 어려운가. 자유란 그래 말을 앞세우지 않고 몸으로 먼저 살 때 차오르는 기쁨이 맞다. “울안의 닭은 배불러도 솥 안에 삶아지고, 들판의 학은 배고파도 천지가 자유롭다.” 지공 선사의 시를 가슴에 새긴다.
남들보다 프로필이 장황한 편인데, 한마디로 줄이면 자유인. 사실 아무것도 되지 않고자 싸워왔는데, 그만 이력이 늘었다. 인도의 현자 크리슈나무르티는 말했다. “자유인은 사실 사제복이나 사타구니쯤 가리는 남루한 옷을 입거나 하루 한 끼 식사하는 이러이러한 인간이 되고 저러저러한 인간은 되지 않겠다고 무수히 선서를 한 그런 사람이 아니다. 내적으로 단순하며 ‘아무것도 안되려는 사람’이다. 그런 이성은 장애물이 없고 두려움이 없으며 무엇을 향한 전진이 없기 때문에 놀라운 수용력을 지닌다. 이로써 은총과 하느님과 진리, 원하는 모든 것을 지닐 능력을 가지게 된다.”
아무것도 안되려는 사람, 자유인들이 있어 예술도 있고 종교도 불을 밝힌다. 선생님이 장래 희망을 묻자 과학자, 장사꾼 쏟아지는데 한 여자아이가 말했어. “결혼해서 애 낳고 소박하게 살 거예요.” 그러자 옆에 있던 남자아이가 바통을 이어받았다. “그럼 저는 이 친구가 애 낳는 데 협조하면서 소박하게 살래요.” 힛, 그리 살아도 뭐 둘이 좋다면야. 우리 사회는 이제 이 소박한 꿈도 꾸기 힘든 비혼과 저출산의 시대로 접어들었다. 그렇다고 대범한 자유인들이 눈에 띄지도 않는다. 닭장에 갇혀 와글다글 살다가 솥 안에 삶아지기 일보 직전.

임의진 목사·시인
 2019.10.30

List of Articles
번호 제목 글쓴이 날짜 조회 수
9995 이현주 가랑잎 이현주 2017-06-13 26
9994 이현주 슬픔 이현주 2017-06-13 31
9993 이현주 우리는 서로 만나 무얼 버릴까 이현주 2017-06-07 79
9992 이현주 징검다리 이현주 2017-06-07 44
9991 이현주 물과 돌이 더불어 이현주 2017-06-07 97
9990 이현주 편견 이현주 2017-06-07 46
9989 홍승표 [정호승] 다시 자장면을 먹으며 최용우 2017-06-07 230
9988 홍승표 [정호승] 짜장면을 먹으며 최용우 2017-06-07 174
9987 홍승표 [정호승] 서울의 예수 file 최용우 2017-06-07 413
9986 이현주 겨울꽃 file 이현주 2017-05-29 70
9985 이현주 내가 수염을 기르는이유 이현주 2017-05-29 37
9984 이현주 솔잎 갈잎 file 이현주 2017-05-29 47
9983 이현주 작은 새 이현주 2017-05-29 37
9982 이현주 모자가 나무가지에 걸려 이현주 2017-05-29 55
9981 이현주 돼지가 아니라 file 이현주 2017-05-29 32
9980 한희철 이쁜 사람들 [1] 한희철 2017-05-24 161
9979 한희철 풀은 풀대로 한희철 2017-05-24 136
9978 한희철 이제는 돌아오렴 한희철 2017-05-24 87
9977 한희철 꽃사태 한희철 2017-05-24 63
9976 한희철 꽃을 먹는 새 한희철 2017-05-24 130
9975 이현주 피할 수 없는 길 이현주 2017-05-23 63
9974 이현주 사랑 이현주 2017-05-23 48
9973 이현주 수증기 이현주 2017-05-23 22
9972 이현주 눈부신 공양 이현주 2017-05-23 19
9971 이현주 가난한 사람 file 이현주 2017-05-23 27
9970 한희철 묻지 마세요 한희철 2017-05-17 101
9969 한희철 민들레 한희철 2017-05-17 87
9968 한희철 경계 한희철 2017-05-17 51
9967 한희철 낮달 한희철 2017-05-17 33
9966 한희철 내 마음부터 한희철 2017-05-17 95
9965 한희철 새벽 한희철 2017-05-17 56
9964 이현주 바위로 앉아 이현주 2017-05-14 25
9963 이현주 먼 산의 아름다움 이현주 2017-05-14 41
9962 이현주 오줌으로 돌아가자 이현주 2017-05-14 34
9961 이현주 새로운 변증법 file 이현주 2017-05-14 26

 

 

 

저자 프로필 ㅣ 이현주한희철이해인김남준임의진홍승표ㅣ 사막교부ㅣ ㅣ

 

개인적인 맨토들의 글을 모았습니다. 천천히 읽으면 더 좋은 글들입니다.

 

(글의 저작권은 각 저자들에게 있습니다. 여기에 있는 글을 다른데로 옮기면 안됩니다)

    본 홈페이지는 조건없이 주고가신 예수님 처럼, 조건없이 퍼가기, 인용, 링크 모두 허용합니다.(단, 이단단체나, 상업적, 불법이용은 엄금)
    *운영자: 최용우 (010-7162-3514) * 9191az@hanmail.net * 30083 세종특별시 금남면 용포쑥티2길 5-7 (용포리 53-3)
XE Login