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신글모든게시글모음 인기글(7일간 조회수높은순서)
m-5.jpg
현재접속자

영혼의 샘터

옹달샘

 

개인적인 맨토들의 글을 모았습니다. 천천히 읽으면 더 좋은 글들입니다.

[시골편지] 기억 상실

임의진 임의진............... 조회 수 49 추천 수 0 2020.05.13 22:54:43
.........

l_2019111401001495400124291.jpg
어디는 얼음이 얼었단 소식도 들린다. 유리창에 손을 대면 뽀드득 소리가 나. 뽀드득 소리란 말에 생각나는 얘기가 하나 있다. 택시 합승을 한 아가씨와 할머니. 아가씨가 방귀가 급해 창문에 대고 뽀드득 소리를 내면서 무사히 실례를 했어. 그런데 할머니가 아가씨를 급 째려봤대. “소리는 잘 처리했는가 몰르겄지만서두 이 냄새는 우짤거여.” 뽀드득 뽀드득…. 들킬 수밖에 없는 냄새.
알츠하이머에 걸려 법정에 출두하지 못한다고 해놓고서 골프장에 간 전모씨. 측근의 변명에 의하면, 골프장을 나오는 순간 자기가 골프를 쳤는지 안 쳤는지 기억을 못한다고 한다. 우와, 혀를 내두르게 만드는 지존급. 냄새가 너무 나지만 민주주의 아버지시라는데 어쩌랴. 그이에 비하면 새발에 피지만 나도 기억력이 많이 감퇴되었다. 감퇴란 어떤 욕구나 능력, 힘이 줄어서 약해진다는 말. 나이 들어가는 증거다. 글 연재를 신문 외에는 거절하다보니 마감 ‘빵구’를 낼 일은 없지만, 이도 모른다. 기자 동무가 챙겨주어야 한다. 어제 저녁에 개를 풀어놓고, 풀어놓은 걸 깜박 잊고 들어와 버렸나봐. 목줄을 하지 않고 넓은 견사에 넣어 두는데, 하루에 한두 시간은 마당에서 맘대로 놀게 해준다. 그러나 남의 밭에 쳐들어가 장난질을 했다간 동네 원성을 사게 되니 완전한 자유는 줄 수 없다. 아침에 문 열어 보니 현관 앞 그네 위에 올라가 그네를 즐기면서 쿨쿨 단잠. 멀리 안 도망가고 나를 지켜주었구나. 까맣게 잊고 나도 잠을 잤었다.
지난주엔 술자리에서 동무랑 낼 점심밥을 먹자고 약속해놓고서 까먹기도 했다. 식당에서 문자가 왔다. 나는 다른 데 가 있었고. “미안, 쏘리” 백번하고 다음에 비싼 회를 대접하기로 했다. 빨리 해외로 도망을 쳐야겠다. 아버지 어머니는 노화에 따른 기억 상실은 조금 있긴 했지만 치매나 알츠하이머는 아니었다. 내가 포도주를 좋아해 알코올성 치매가 걱정이 되긴 하다만, 그렇다고 주님의 포도주를 거절하는 것은 또 제자됨의 예의가 아니렷다. 곤란한 인생살이로다.

임의진 목사·시인
2019.11.13

List of Articles
번호 제목 글쓴이 날짜 조회 수
9985 이현주 내가 수염을 기르는이유 이현주 2017-05-29 37
9984 이현주 솔잎 갈잎 file 이현주 2017-05-29 47
9983 이현주 작은 새 이현주 2017-05-29 37
9982 이현주 모자가 나무가지에 걸려 이현주 2017-05-29 55
9981 이현주 돼지가 아니라 file 이현주 2017-05-29 32
9980 한희철 이쁜 사람들 [1] 한희철 2017-05-24 161
9979 한희철 풀은 풀대로 한희철 2017-05-24 136
9978 한희철 이제는 돌아오렴 한희철 2017-05-24 87
9977 한희철 꽃사태 한희철 2017-05-24 63
9976 한희철 꽃을 먹는 새 한희철 2017-05-24 130
9975 이현주 피할 수 없는 길 이현주 2017-05-23 63
9974 이현주 사랑 이현주 2017-05-23 48
9973 이현주 수증기 이현주 2017-05-23 22
9972 이현주 눈부신 공양 이현주 2017-05-23 19
9971 이현주 가난한 사람 file 이현주 2017-05-23 27
9970 한희철 묻지 마세요 한희철 2017-05-17 101
9969 한희철 민들레 한희철 2017-05-17 87
9968 한희철 경계 한희철 2017-05-17 51
9967 한희철 낮달 한희철 2017-05-17 33
9966 한희철 내 마음부터 한희철 2017-05-17 95
9965 한희철 새벽 한희철 2017-05-17 56
9964 이현주 바위로 앉아 이현주 2017-05-14 25
9963 이현주 먼 산의 아름다움 이현주 2017-05-14 41
9962 이현주 오줌으로 돌아가자 이현주 2017-05-14 34
9961 이현주 새로운 변증법 file 이현주 2017-05-14 26
9960 이현주 이만큼 떠나온 내 길은 이현주 2017-05-14 32
9959 이현주 지하철과 산 이현주 2017-05-14 30
9958 이현주 내가 귀를 열면 file 이현주 2017-05-14 24
9957 한희철 걸음을 멈춰 서서 한희철 2017-05-10 199
9956 한희철 이불 한희철 2017-05-10 73
9955 한희철 은총 한희철 2017-05-10 78
9954 한희철 드러나 한희철 2017-05-10 58
9953 한희철 믿음 없음 한희철 2017-05-10 81
9952 한희철 걸음 한희철 2017-05-10 54
9951 이현주 꽃과 이름 이현주 2017-05-08 57

 

 

 

저자 프로필 ㅣ 이현주한희철이해인김남준임의진홍승표ㅣ 사막교부ㅣ ㅣ

 

개인적인 맨토들의 글을 모았습니다. 천천히 읽으면 더 좋은 글들입니다.

 

(글의 저작권은 각 저자들에게 있습니다. 여기에 있는 글을 다른데로 옮기면 안됩니다)

    본 홈페이지는 조건없이 주고가신 예수님 처럼, 조건없이 퍼가기, 인용, 링크 모두 허용합니다.(단, 이단단체나, 상업적, 불법이용은 엄금)
    *운영자: 최용우 (010-7162-3514) * 9191az@hanmail.net * 30083 세종특별시 금남면 용포쑥티2길 5-7 (용포리 53-3)
XE Login