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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골편지] 세상의 중심, 울루루

임의진 임의진............... 조회 수 46 추천 수 0 2020.05.16 23:43: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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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설을 영화로 만든 <세상의 중심에서 사랑을 외치다>엔 소형 녹음기가 자주 등장한다. 우리도 테이프로 녹음을 해서 선물하고 그랬던 때가 있었다. 지금도 외국에선 테이프가 생산된다. 우리는 뭐든 빨리 좋아하고 빨리 싫증을 느낀다. 슬프도록 아름답게 살았던 어른들의 시대를 후대가 가난하고 아픈 시절로만 여길까 두렵다.
영화음악에는 바흐와 구노의 아베마리아가 흐른다. 구노가 바흐의 평균율을 사랑해서 선율을 골라 만든 아베마리아. 사랑이 낳은 이야기들과 노래들로 세상은 꿈만 같다. 아기를 품에 안고 뛰는 호주의 캥거루. 엄마랑 떨어질까 등에 꼭 달라붙은 어린 코알라. 호주 원주민 말로 ‘그늘을 가진 산’이라는 뜻의 ‘울루루’를 향해 길을 떠난 이들. 캥거루 떼가 뛰노는 들길을 따라 캠핑 차는 꼬박 달린다. 사막 가운데 대지가 임신을 한 듯 불룩한 배처럼 생긴 돌산이 아득히 보인다. 배부르고 등 따신 여인네를 안다. 아이 하나 등에 업었는데 배 속엔 또 둘째가 생긴 여인이 바로 그렇다. 요샌 배부르고 등 따신 여인이 드물다. 사랑은 많아 보이는데 열매가 적은 시댄가. 배꼽을 달고 태어난 아이들이 드물다. 울루루 돌산 혼자 ‘마더’, 배가 부르시다.
가끔 우연히 뵙게 되는 분. 이현주 샘. 목사이자 번역가, 피리 연주가인 어른. <더 마더>라는 목사님이 번역한 책에 이런 얘기가 있다. 인도에서 살다간 프랑스 여인 마더는 스리 오르빈도 아슈람에서 평생 수행했다. 마더가 하루는 말했다. “영화는 사진으로 찍힌 장면을 보고 음악과 대사 듣는 걸 좋아하는 사람들에게 주어진 선물이야. 그들은 조용히 영화를 관람할 권리가 있다. 잡담하고 웃고 떠들며 시끄럽게 굴지 않을 수 없는 사람이 영화관에 있어서는 안돼. 조용하게 영화 보는 사람들 방해하지 말고 다른 데서 얼마든지 그럴 수 있다. 그러니 여기서는 선택을 해야 한다. 조용히 영화를 보든가 아니면 아예 보지 말든가.” 조용히 영화를 본 뒤에도 늦지 않다. 울루루로 달려가 웃고 떠들며 사랑을 외치자. 사랑을 외치면 지구별 어디나 울루루다.

임의진 목사·시인
 2019.11.2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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