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개인적인 맨토들의 글을 모았습니다. 천천히 읽으면 더 좋은 글들입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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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현주2741.<사랑 아니면 두려움/분도>
48.전화번호
주머니를 있는 대로 털어 본다. 5백 원짜리 동전 하나에 백 원짜리 동전 셋, 8백 원이 있다. 이것으로 전화 두 통은 할 수 있겠다. 가까운 데 있는 도와줄 만한 사람을 생각한다.
청주에 홍 목사가 있지. 그런데 그 친구 전화번호를 모른다. 공주에 소하가 있지. 하지만 거기도 전화번호를 알 수 없으니 틀렸다. 난감하다. 충주 홍삼이도 있는데 있으면 뭐해? 그 친구 전화번호도 모르는걸. 번호를 모르면 세상에 없는 물건이 전화인 줄 비로소 안다. 날은 어둑어둑 저무는데 연락할 곳은 있지만 연락할 방법이 없다. 그런데 어째서 충주 집에 연락할 생각은 못했을까? 깨고 나서 생각해도 미스터리다.
꿈속 에서야 제가 그러고 있는 줄도 몰랐으니 그렇다 치고, 그래도 그렇지 사람이 비록 꿈이라 하여도 어쩌면 그렇게 멍청하단 말인가? 도무지 이 난감함에서 헤어날 방법이 없는데, 어라? 저만큼 깡통 위에 지갑이 놓여 있다. 달려가 집어 들고 속을 살핀다. 주민등록증, 전화카드, 종로서적 회원카드, 모두 있는데 돈만 없다. 돈 대신 서툰 글씨로 ‘어떠신가? 음성 쓰리本 솜씨? 맥 빠지지?’라고 쓴 쪽지가 들어있다. 거리는 존 웨인 서부영화 세트장처럼 황량한데 갈 곳은 없고 어디 연락할 데도 없고 제자리에서 맴돌다가, 어깨가 들썩 올라갈 만큼 크게 흔들리며 잠에 서 깨어난다. ⓒ이현주 (목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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