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개인적인 맨토들의 글을 모았습니다. 천천히 읽으면 더 좋은 글들입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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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현주2777.<사랑 아니면 두려움/분도>
84.노래와 늑대
아, 그 장엄하고 슬프고 힘 있고 아련한 멜로디! 꿈에서 깨어난 뒤에도 한동안 귓가를 떠나지 않는다. 빼앗긴 나라의 망명객이라고 했다. 곁에 아무도 없다. 홀로 황혼의 강 언덕에 서서 한 늙은이가 노래를 부르는데 누구라도 함께 부를 수 있을 만큼 익숙하지만 동요처럼 단순하고 쉬운 멜로디는 아니다. 볼가강 뱃사공 노래를 연상시킨다. 낯선 땅을 망명객으로 떠도는 한 인간의 모든 것이 슬프면서 힘차고 아련하면서 당당한 멜로디에 녹아 있다. 함께 부르지 않을 수 없는 노래였다.
밤중에 깨었다가 새벽에 다시 잠들었는데 황갈색 늑대들이 떼를 지어 찾아온다. 무서워서 피하다 보니 더 갈 데 없는 옥상이다. 안전한 방에 들어가서 문을 닫아걸기는 이제 글러 버렸 다. 늑대 대장이 눈을 번들거리며 옥상으로 올라온다. 두려움이 폭풍처럼 몸을 휩싼다. 하지만 다른 방도가 없다. ‘오냐, 이렇게 당하는구나! 올 테면 오너라. 늑대한테 물어뜯겨서 죽는 게 어떤 건지 마지막으로 한번 겪어 보자.’ 이런 마음이 날카로운 송곳처럼 몸을 뚫고 들어오면서 빙그레 웃음이 난다. 얼핏, 늑대도 웃고 있다는 느낌과 함께 꿈을 벗는다. ⓒ이현주 (목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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