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개인적인 맨토들의 글을 모았습니다. 천천히 읽으면 더 좋은 글들입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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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현주2802.<사랑 아니면 두려움/분도>
109.처녀
'범'이라는 이름의 젊은 망나니가 마을 처녀 하나를 말 그대로 단물만 빼먹고 길바닥에 내다버린다. 그런데도 누구 하나 말리거나 나무라지 않는다. 아니, 못한다. 그 밖에도 망나니는 행 패가 이만저만 아니다. 아무가 그를 찾아가서 말한다. "네가 그 토록 싸움질을 잘하느냐? 어디 나하고 겨뤄 보자." 그러고는 다짜고짜 발목을 잡아 바닥에 패대기친다. 망나니가 비명과 함께 두 다리를 개구리처럼 길게 뻗으며 기절한다.
아무가 그를 질질 끌어다 나무토막 근처에 두고서 말한다. "스님 말씀하시기를 이것이 사람 살린다 하셨다. 정신 돌아오거든 사람 한번 되어 보 아라." 얼마 만에 그가 깨어나서 나무토막을 움켜잡은 것까지는 알겠는데 뒷일은 기억나지 않는다. 물론 꿈속에서는 잘 알았지만.
한참 세월이 흐르고··· 왜구 서른 명이 마을을 습격한다. 벌거숭이 몸에 아랫도리만 가린 깡패들이다. 온 마을이 아수라장이다. 그때 어디선가 범이 벼락처럼 나타나 왜구들을 단신으로 일망타진하는데 인명은 다치지 않고 팔목이나 발목을 부러뜨려쓰지 못하게하는 정도다. 솜씨가 과연 호랑이답다. 아무가 그에게 "고맙다. 네가 짐승의 허울을 벗고 사람이 되었구나" 하는데 어느새 아무가 스님인 성주로 되어 있다. 범이 왜구들에게 말한다. “성주님 은혜로 너희를 살려 두니 다친 몸 추슬러 쓸 만해지거든 각자 고향으로 돌아가 부모에게 효도하고 남은 세월 착하게 살아라” 왜구들이 절하며 고개를 굽실거리는데 한 비구니가 나타나 그들의 다친 몸을 어루만진다. 놀라 바라보니 저 옛날 범한테 몸과 마음을 짓밟히고 버림받았던 바로 그 처녀다. 엄숙히 합장하며 "나무아미타불"을 뇌다가 꿈에서 깨어난다.
하나 더 생각나는 게 있다. 범이 이름을 무이라고 바꾸었다는데 무슨 뜻인지는 모르겠다. 무이無二면 둘이 아니라는 뜻이고 무이無異면 다르지 않다는 뜻인데, 뭐 그게 그거 아니겠는가만. ⓒ이현주 (목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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