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개인적인 맨토들의 글을 모았습니다. 천천히 읽으면 더 좋은 글들입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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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현주2806.<사랑 아니면 두려움/분도>
113.인류의 유산
원불교 고위 성직자 하나가 여자와 재물에 연관되어 저지른 비위 사실이 교단보다 사회에 먼저 알려졌다. 언론들이 대서특필로 무슨 전쟁이나 일어난 것처럼 호들갑을 떤다. 류하가 방송국 기자라는 젊은이들에 둘러싸여 이야기를 나 누고 있는데 저쪽에서 한 무리가 팔을 휘두르며 누군가를 또는 무언가를 성토한다. 허공이 먼지로 자욱하다.
기독교 목사라는 늙은이가 우려 섞인 말투로, 하지만 속으로는 오히려 재미있어하는 게 분명한 말투로 중얼거린다. "아무래도 교단에 치명적인 상처가 될 것 같아." 곁에 있던 다른 누가 맞장구친다. "갈 더 있겠어? 분열되거나 부서지거나 뭐 그러겠지." 그들의 말을 듣는데 문득 화가 치밀어, "같잖은 소리 집어치워라! 너희 종교는 스승을 세 번이나 등진 배신자 위에 세워지지 않았더냐? 그 정도의 스캔들로 무너지거나 쪼개질 종교라면 진작 없어졌을 거다!" 호통을 치다가 제소리에 놀라 꿈에서 깨어난다. 깨어나 생각한다. 말은 옳았다만 큰소리로 호통을 친 것은 잘한 일이 못 된다. 분노라는 정서는 참으로 소중한 인류의 유산이라 상대를 가려서 내는 것이 마땅하다. 이웃 종교의 곤경을 두고 겉으로는 우려하는 척하면서 속으로는 오히려 고소해하는, 그 정도로 미숙한 인간들에게 화를 내는 거야말로 우려할 만한 일이다. 그래서 예수 이르시기를 돼지에게 진주를 던지지 말라고, 그것들이 너희를 물어뜯을지 모른다고 하신 것 아니겠는가? 화를 낼 때 내더라도 모쪼록 상대를 가려서 지혜롭게 낼 일이다. ⓒ이현주 (목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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