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개인적인 맨토들의 글을 모았습니다. 천천히 읽으면 더 좋은 글들입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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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현주2835.<사랑 아니면 두려움/분도>
142.별로 없다
얼마 전 작고하신 캐나다 큰형님 윤명중 장로 장례식장이라고 했다. 사람들이 공원의 나무들 사이로 오가는데 얼핏 고인의 모습이 보인다. 아무렇지도 않게 본인 장례에 온 손님들을 만나고 다닌다. 갑자기 누가 책을 불쑥 내민다. 길게 자란 머리로 어깨를 덮어 조선 시대 산적을 연상시키는 늙은이다. 제목은 기억나지 않는데 아무가 평생 쓴 글을 편집하여 묶은 책이다. 제법 두툼하다. 대강 훑어보니 편집자가 아무를 통 째 꿰뚫었다. 이걸 엮은 게 누구냐고 묻자 어느새 삭발한 중머리로 바뀐 그가 대답한다.
"그건 알 수 없지. 알면 또 뭐하나? 허허허." 누가 그의 이름이 '염보'라고 일러 준다. '보'는 한문으로 '步'인 줄 알겠는데 염이 '炎'인지 '念'인지 모르겠다고 생각하다가 꿈에서 깨어난다.
「죽은 철학자들의 서書」를 쓴 사이먼 크리흘리의 문장이 떠 오른다. "죽음은 가까이 있고 언제나 더 가까이 다가오고 있다. 흥미롭다. 안 그런가?" 뒤를 돌아본다. 미련 있나? 없다. 아쉬움 있나? 없다. 아주 없다고 하면 거짓말 같고 그래서 말하자면, 별로 없다. 이래도 좋고 저래도 좋다. 옴. ⓒ이현주 (목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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