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신글모든게시글모음 인기글(7일간 조회수높은순서)
m-5.jpg
현재접속자

영혼의 샘터

옹달샘

 

개인적인 맨토들의 글을 모았습니다. 천천히 읽으면 더 좋은 글들입니다.

[시골편지] 기분 좋은 날

임의진 임의진............... 조회 수 22 추천 수 0 2021.09.26 21:58:06
.........
1018683.jpg

[시골편지]기분 좋은 날


몇 해 묵힌 산밭을 갈아엎고 고추와 토마토 모종을 심자 곧바로 하늘에서 단비 대령. 하느님과 합작 농사. 기분이 좋아졌다. 동네 이웃들 농사는 대기업(?) 수준이랄까. 흉내는 물론이고 엄두조차 낼 수 없는 고난도 기술 보유자들, 게다가 넓은 경작지. 여기서 나만의 틈새 농법은, 하늘에 매달리는 기도뿐이다. 월마트 건물 한쪽에 구멍가게를 낸 사람이 하도 장사가 안되자 현수막을 하나 달았는데 그날로 대박이 났단다. “출입구. 이쪽입니다.” 인생마다 ‘출입구’라고 현수막을 매달면 복이 요쪽으로 쏠쏠 들어올까. 하늘이 도와주면 조무래기라도 킹왕짱 인생으로 변신할 수 있음이렷다.
요샌 “포도시 밥 묵고 살아라우” 말하는 분들이 많다. 포도시란 간신히, 쥐오줌만 한 물로 모내기를 하듯 팍팍한 살림살이. 어렵다고 들어앉아서 염불만 외면 더 어려워진다고 스님이 그러시더구먼. 탁발을 해야 쌀이 생기냐 했더니 그 정도로 어려우면 매력이 일도 없는 스님이니만큼 환속해야지, 말끝에 우린 웃었다. ‘포도시’라도 살길은 열리게 되어 있지. 언젠가 할머니 한 분이 기도를 해달라고 해서 “무슨 기도요?” 했더니 병원에 가봐싸도 당최 무르팍이 안 좋아진다는 것이다. 옛날 같으면 킹왕짱 가마 타고 다니실 분인데, 늦게 태어나서 고생하신다고 그랬더니 흐흐 부끄럽게 웃으신다. 같은 말도 기분을 뭣같이 만드는 수가 있다. 가령 ‘인자 죽을 때가 안 되얏소?’라든가, ‘그라코롬 아프다가 죽는 거시재라이’라든가, ‘딸네들 뒀다가 뭐할라고 그라시요. 얼른 와보라 하쇼’라든가. 소가지 없는 소리로 염장을 지르는 치들이 있다.
포도시 살지만, 기분 좋은 날은 킹왕짱이 된다. 역병으로 마스크 쓰고 살지만 미소는 잃지 말자. 찡그리고 기분 나쁜 날이 많으면 저만 손해지. 그걸 밖으로 꺼내 주변까지 울상을 오염시킨다. 낮엔 출입구처럼 입 벌리고 해시시 웃으며 살고, 밤엔 입 벌리고 웃고 자야 공기도 더 들이마실 수 있다. 당신 날마다 기분 좋기를. 그분이 좋고 이분도 좋고, 아! 그러면 내 기분도 덩달아 좋은 날.
임의진 목사·시인
2020.05.21

List of Articles
번호 제목 글쓴이 날짜sort 조회 수
11535 임의진 [시골편지] 기억력 임의진 2021-10-10 27
11534 임의진 [시골편지] 닮은 사람 임의진 2021-10-09 24
11533 임의진 [시골편지] 선녀와 산골짜기 임의진 2021-10-08 27
11532 임의진 [시골편지] 장마 독재 [1] 임의진 2021-10-07 19
11531 임의진 [시골편지] 돌고래 말 임의진 2021-10-06 19
11530 임의진 [시골편지] 사과처럼 아름다운 별 [1] 임의진 2021-10-05 40
11529 임의진 [시골편지] 솔 푸드 임의진 2021-10-04 19
11528 임의진 [시골편지] 한 채의 집 임의진 2021-10-03 29
11527 임의진 [시골편지] 대롱대롱 임의진 2021-10-02 22
11526 이현주 맹세하지 말라(마5:33-37) 이현주 2021-10-02 37
11525 이현주 간음과 이혼에 대하여(마5:27-32) 이현주 2021-10-02 23
11524 이현주 제단에 예물을 바치려 할 때(마5:21-26) 이현주 2021-10-02 31
11523 이현주 율법의 완성을 위하여(마5:17-20) 이현주 2021-10-02 23
11522 이현주 세상의 빛과 소금(마5:13-16) 이현주 2021-10-02 51
11521 이현주 복 있는 사람들(마5:3-12) 이현주 2021-10-02 52
11520 이현주 산에 올라 자리에 앉으시니(마5:1-2) 이현주 2021-10-02 29
11519 이현주 갈릴리를 두루 다니심(마4:23-25) 이현주 2021-10-02 16
11518 이현주 제자들을 부르심 (마4:18-22) 이현주 2021-10-02 23
11517 이현주 다시 갈릴리로(마4:12-17) 이현주 2021-10-02 25
11516 임의진 [시골편지] 집 없는 유랑자들 [1] 임의진 2021-10-01 22
11515 임의진 [시골편지] 우편마차 임의진 2021-09-30 21
11514 임의진 [시골편지] 검은 하늘 흰 개 임의진 2021-09-29 19
11513 임의진 [시골편지] 쿠바 친구들 임의진 2021-09-28 13
11512 임의진 [시골편지] 귀동냥 임의진 2021-09-27 14
» 임의진 [시골편지] 기분 좋은 날 임의진 2021-09-26 22
11510 임의진 [시골편지] 부적 장수 임의진 2021-09-26 30
11509 임의진 [시골편지] 아바이 순대 임의진 2021-09-24 22
11508 임의진 [시골편지] 앉아계신 부처님 임의진 2021-09-23 22
11507 이현주 사탄의 유혹(4:1-11) 이현주 2021-09-19 32
11506 이현주 요한의 세례를 받으심 이현주 2021-09-19 21
11505 이현주 세례를 주는 요한(마3:4-12) 이현주 2021-09-19 24
11504 이현주 세례 요한의 등장(마3:1-3) 이현주 2021-09-19 24
11503 이현주 나사렛에 자리잡다(마2:19-23) 이현주 2021-09-19 18
11502 이현주 아이들을 학살하는 헤롯(마2:16-18) 이현주 2021-09-19 23
11501 이현주 애굽으로 몸을 피하다(마2:13-15) 이현주 2021-09-19 17

 

 

 

저자 프로필 ㅣ 이현주한희철이해인김남준임의진홍승표ㅣ 사막교부ㅣ ㅣ

 

개인적인 맨토들의 글을 모았습니다. 천천히 읽으면 더 좋은 글들입니다.

 

(글의 저작권은 각 저자들에게 있습니다. 여기에 있는 글을 다른데로 옮기면 안됩니다)

    본 홈페이지는 조건없이 주고가신 예수님 처럼, 조건없이 퍼가기, 인용, 링크 모두 허용합니다.(단, 이단단체나, 상업적, 불법이용은 엄금)
    *운영자: 최용우 (010-7162-3514) * 9191az@hanmail.net * 30083 세종특별시 금남면 용포쑥티2길 5-7 (용포리 53-3)
XE Login