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신글모든게시글모음 인기글(7일간 조회수높은순서)
m-5.jpg
현재접속자

영혼의 샘터

옹달샘

 

개인적인 맨토들의 글을 모았습니다. 천천히 읽으면 더 좋은 글들입니다.

[시골편지] 쿠바 친구들

임의진 임의진............... 조회 수 13 추천 수 0 2021.09.28 21:01:47
.........

1018683.jpg

[시골편지] 쿠바 친구들


클럽 하면 젊은이들 춤추고 노는 곳으로만 안다. 사람이 모이면 그게 자동으로 클럽 활동. 더운 날 누군 죽어라 밥벌이 땜에 곤죽이 되어 사는데 핑핑 놀고먹는 치들을 보면 부아가 치민다. 부아가 난다고 ‘부에나’인가. 하지만 인간이 줄곧 침울하게 살 필요는 없다. 춤도 추고 술도 마시며 사는 게 인생이다. 이른 더위에 ‘부에나비스타 소셜 클럽’이 생각나서 음반을 틀어놓고 편지를 쓰고 있는데, 엉덩이가 나도 모르게 들썩거리게 된다.

헤밍웨이는 럼과 라임과 설탕을 갈아 녹인 칵테일 다이키리, 톡 쏘는 향의 애플민트를 섞은 칵테일 모히토를 매일 야채주스를 마시듯 즐겨 했다. 선선한 아침바람을 쐬며 <노인과 바다>를 집필하고, 저녁이면 해변 어느 쿠반 재즈밴드가 있는 클럽에서 술친구들을 찾았다. 어부들 눈에 하릴없는 백수로 보일 이 영감에 대해선 부아가 날 일이 없었던 게, 술값 계산을 종종 해주는 골든벨의 센스. 거기다 음악가들에게 팁을 쥐여주고는 했으며 자택 파티에 초대했다.

쿠바엔 중국인 노동자들이 대거 노예상인에 의해 집합되었다. 돼지우리 쿨리에 싣고 왔다고 해서 이들을 ‘쿨리’라 부른다. 아프리카 노예들만 배에서 죽어나간 게 아니었다. 중국인 노예들도 아바나에 도착하면 알몸으로 신체 검진을 받았다. 여기엔 우리 한국인들도 여럿 포함되어 있었다. 흑인 노예에 이어 차별과 수모를 겪어야 했다. 노래와 춤으로 견디며 지내다가 혁명이 터지자 흑인과 쿨리와 혼혈인들은 어깨를 겯고 동참했다.

쿠바엔 단골로 드나들던 술집, 음반사, 연락처를 나눈 친구들이 여럿이다. 내게 살사를 가르쳐준 여인과 최상의 모히토를 마는 비법을 전수해준 친구들. “두 송이의 치자꽃을 당신께 드려요. 해질 녘 한 송이라도 시들면 당신 마음이 떠났음을 꽃들도 눈치챈 거겠지요. 부디 내 특별한 입맞춤의 사랑을 기억해줘요.” 간곡한 사랑의 발라드를 기억한다. 미국에 없는 사랑과 연민이 작고 가난한 섬나라 쿠바엔 있다. 돈과 무력이 지배하는 시대는 끝내야 한다.

임의진 목사·시인

2020.06.04

List of Articles
번호 제목 글쓴이 날짜sort 조회 수
11535 임의진 [시골편지] 기억력 임의진 2021-10-10 27
11534 임의진 [시골편지] 닮은 사람 임의진 2021-10-09 24
11533 임의진 [시골편지] 선녀와 산골짜기 임의진 2021-10-08 27
11532 임의진 [시골편지] 장마 독재 [1] 임의진 2021-10-07 19
11531 임의진 [시골편지] 돌고래 말 임의진 2021-10-06 19
11530 임의진 [시골편지] 사과처럼 아름다운 별 [1] 임의진 2021-10-05 40
11529 임의진 [시골편지] 솔 푸드 임의진 2021-10-04 19
11528 임의진 [시골편지] 한 채의 집 임의진 2021-10-03 29
11527 임의진 [시골편지] 대롱대롱 임의진 2021-10-02 22
11526 이현주 맹세하지 말라(마5:33-37) 이현주 2021-10-02 37
11525 이현주 간음과 이혼에 대하여(마5:27-32) 이현주 2021-10-02 23
11524 이현주 제단에 예물을 바치려 할 때(마5:21-26) 이현주 2021-10-02 31
11523 이현주 율법의 완성을 위하여(마5:17-20) 이현주 2021-10-02 23
11522 이현주 세상의 빛과 소금(마5:13-16) 이현주 2021-10-02 51
11521 이현주 복 있는 사람들(마5:3-12) 이현주 2021-10-02 52
11520 이현주 산에 올라 자리에 앉으시니(마5:1-2) 이현주 2021-10-02 29
11519 이현주 갈릴리를 두루 다니심(마4:23-25) 이현주 2021-10-02 16
11518 이현주 제자들을 부르심 (마4:18-22) 이현주 2021-10-02 23
11517 이현주 다시 갈릴리로(마4:12-17) 이현주 2021-10-02 25
11516 임의진 [시골편지] 집 없는 유랑자들 [1] 임의진 2021-10-01 22
11515 임의진 [시골편지] 우편마차 임의진 2021-09-30 21
11514 임의진 [시골편지] 검은 하늘 흰 개 임의진 2021-09-29 19
» 임의진 [시골편지] 쿠바 친구들 임의진 2021-09-28 13
11512 임의진 [시골편지] 귀동냥 임의진 2021-09-27 14
11511 임의진 [시골편지] 기분 좋은 날 임의진 2021-09-26 22
11510 임의진 [시골편지] 부적 장수 임의진 2021-09-26 30
11509 임의진 [시골편지] 아바이 순대 임의진 2021-09-24 22
11508 임의진 [시골편지] 앉아계신 부처님 임의진 2021-09-23 22
11507 이현주 사탄의 유혹(4:1-11) 이현주 2021-09-19 32
11506 이현주 요한의 세례를 받으심 이현주 2021-09-19 21
11505 이현주 세례를 주는 요한(마3:4-12) 이현주 2021-09-19 24
11504 이현주 세례 요한의 등장(마3:1-3) 이현주 2021-09-19 24
11503 이현주 나사렛에 자리잡다(마2:19-23) 이현주 2021-09-19 18
11502 이현주 아이들을 학살하는 헤롯(마2:16-18) 이현주 2021-09-19 23
11501 이현주 애굽으로 몸을 피하다(마2:13-15) 이현주 2021-09-19 17

 

 

 

저자 프로필 ㅣ 이현주한희철이해인김남준임의진홍승표ㅣ 사막교부ㅣ ㅣ

 

개인적인 맨토들의 글을 모았습니다. 천천히 읽으면 더 좋은 글들입니다.

 

(글의 저작권은 각 저자들에게 있습니다. 여기에 있는 글을 다른데로 옮기면 안됩니다)

    본 홈페이지는 조건없이 주고가신 예수님 처럼, 조건없이 퍼가기, 인용, 링크 모두 허용합니다.(단, 이단단체나, 상업적, 불법이용은 엄금)
    *운영자: 최용우 (010-7162-3514) * 9191az@hanmail.net * 30083 세종특별시 금남면 용포쑥티2길 5-7 (용포리 53-3)
XE Login