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신글모든게시글모음 인기글(7일간 조회수높은순서)
m-5.jpg
현재접속자

영혼의 샘터

옹달샘

 

개인적인 맨토들의 글을 모았습니다. 천천히 읽으면 더 좋은 글들입니다.

[시골편지] 장수마을 소리꾼

임의진 임의진............... 조회 수 23 추천 수 0 2021.11.05 21:51:44
.........

[시골편지] 장수마을 소리꾼


남쪽 사람들은 개그 재능이 남다르다. <개그콘서트>가 문을 내린 이유가 정치인들 때문만일까. 백세 즈음 되시는 분들 뵈면 유머감각이 탁월하셔. 웃음은 장수 비결. 백세가 낼모레인 분에게 해서는 안 될 말이 하나 있지. 다름 아니라 “백세까지 사십시오잉”. 당사자 목표를 물어보고 해야 할 소리겠다. “어떻게 이렇게 장수하신 건가요?” “안 죽응께 오래 살재. 말이라고 물어?” 첫 번째 깨갱하게 된다.
“오래 사시다보면 꼴보기 싫은 인간들도 참 많으셨을 텐데요.” “암 그랬재. 그라등가 말든가 냅 둬부렀재. 그라자 차차 한나둘씩 죽어불듬마. 막상 떼(잔디) 덮고 돌아누웠당께 웬수라도 짠하듬마.” 두번째 깨갱. 깊이 잠 못 이루는 걸 가리켜 노루잠, 토끼잠, 괭이잠, 벼룩잠 이렇게 부른다던데, 장수하시는 분들 보면 그야말로 꿀잠에다 단잠이다. 충분히 누워 잠을 즐기고, 먹는 것도 좀체 가리질 않아. 또 지지재재 말씀도 많은 수다쟁이들. 숲이 짙으면 범이 들 듯 음험하고 좀체 속을 알 수 없는 군상들은 목숨줄이 짧다. 같이해도 덕을 베풀 줄 모르면 주변에 속엣말 나눌 동무가 없는 법.
가난살이에도 웃음이 피어나는 건 한이고 슬픔을 이겨내서렷다. 이청준의 소설 <서편제>에 보면 “목청도 목청이지만, 좋은 소리를 가꾸자면 소리를 지니는 사람 가슴에다 말 못할 한을 심어 줘야 한다던가요?” 유장하게 강물이 흘러가듯이 한이고 슬픔이었던 마음도 봄눈 녹듯 녹아 흘러서 가고, 막힌 목청이 탁 트이게 되는 봄날이다. 아픈 실도랑들 모여 큰 강물에 닿게 되면 해학이 넘실대고, 웃음조차 헤퍼지는 것이렷다. 소리꾼들 재미난 이야기에 귀기울이고 싶어라. 지루한 반복과 하나 마나 한 말로 흐리멍덩한 세상. 앞질러 걸으면서 사슴처럼 노래하는 소리꾼은 어디 있느뇨, 구성진 남도소리, 북장단에 콸콸 쏟아내는 장수마을 소릿재 주막이 그리운 봄날이다.
임의진 목사·시인
2021.03.04

List of Articles
번호 제목 글쓴이 날짜sort 조회 수
11605 이현주 회당장의 딸을 살리심(마9:18-26) 이현주 2021-11-20 13
11604 임의진 [시골편지] 여신의 십계명 임의진 2021-11-19 16
11603 임의진 [시골편지] 무담시 임의진 2021-11-18 18
11602 임의진 [시골편지] 절울소리 임의진 2021-11-17 18
11601 임의진 [시골편지] 아브라카다브라 임의진 2021-11-16 22
11600 임의진 [시골편지] 콧구멍 킁킁 임의진 2021-11-15 24
11599 임의진 [시골편지] 숨돌리기 임의진 2021-11-14 20
11598 임의진 [시골편지] 직업소개소 임의진 2021-11-13 20
11597 임의진 [시골편지] 케 세라 세라 임의진 2021-11-12 31
11596 임의진 [시골편지] 애갱이 왕자와 갱아지 임의진 2021-11-11 26
11595 임의진 [시골편지] 애비 로드 임의진 2021-11-10 22
11594 이현주 새 술은 새 부대에(마9:14-17) 이현주 2021-11-09 38
11593 이현주 세리 마태를 부르심(마9:9-13) 이현주 2021-11-09 22
11592 이현주 침상에 누운 중풍병자(마9:1-8) 이현주 2021-11-09 24
11591 이현주 돼지들이 비탈을 내달려(마8:28-34) 이현주 2021-11-09 24
11590 이현주 바람과 물을 꾸짖어 (마8:23-27) 이현주 2021-11-09 20
11589 이현주 여우도 굴이 있고(마8:18-22) 이현주 2021-11-09 23
11588 이현주 말씀으로 귀신들을 쫓아내심(마8:14-17) 이현주 2021-11-09 17
11587 이현주 그저 한 말씀만 하시면(마8:5-13) 이현주 2021-11-09 22
11586 이현주 나병환자를 고쳐주심(마8:1-4) 이현주 2021-11-09 19
11585 이현주 권위 있는 가르침(마7:28-29) 이현주 2021-11-09 20
11584 임의진 [시골편지] 5인조 임의진 2021-11-08 21
11583 임의진 [시골편지] 미나리밭 임의진 2021-11-07 24
11582 임의진 [시골편지] 시집 코너 임의진 2021-11-06 18
» 임의진 [시골편지] 장수마을 소리꾼 임의진 2021-11-05 23
11580 임의진 [시골편지] 알통 임의진 2021-11-04 39
11579 임의진 [시골편지] 실수맨 임의진 2021-11-03 25
11578 임의진 [시골편지] 심야식당 임의진 2021-11-02 23
11577 임의진 [시골편지] 건강 백세 임의진 2021-11-01 32
11576 임의진 [시골편지] 호구 임의진 2021-10-31 24
11575 임의진 [시골편지] 담배 묵는 할매 임의진 2021-10-30 26
11574 임의진 [시골편지] 제발 임의진 2021-10-29 41
11573 임의진 [시골편지] 어흥! 임의진 2021-10-28 24
11572 임의진 [시골편지] 산채 비빔밥 임의진 2021-10-27 30
11571 임의진 [시골편지] 주식 밥상 임의진 2021-10-26 17

 

 

 

저자 프로필 ㅣ 이현주한희철이해인김남준임의진홍승표ㅣ 사막교부ㅣ ㅣ

 

개인적인 맨토들의 글을 모았습니다. 천천히 읽으면 더 좋은 글들입니다.

 

(글의 저작권은 각 저자들에게 있습니다. 여기에 있는 글을 다른데로 옮기면 안됩니다)

    본 홈페이지는 조건없이 주고가신 예수님 처럼, 조건없이 퍼가기, 인용, 링크 모두 허용합니다.(단, 이단단체나, 상업적, 불법이용은 엄금)
    *운영자: 최용우 (010-7162-3514) * 9191az@hanmail.net * 30083 세종특별시 금남면 용포쑥티2길 5-7 (용포리 53-3)
XE Login