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신글모든게시글모음 인기글(7일간 조회수높은순서)
m-5.jpg
현재접속자

영혼의 샘터

옹달샘

 

개인적인 맨토들의 글을 모았습니다. 천천히 읽으면 더 좋은 글들입니다.

[시골편지] 시집 코너

임의진 임의진............... 조회 수 18 추천 수 0 2021.11.06 21:54:34
.........

[시골편지] 시집 코너


이산하 시인은 과거 내가 책을 낼 때 모출판사의 편집주간으로 종종 얼굴을 뵙곤 했었다. 최근 무려 22년 만에 낸 시집 <악의 평범성>을 읽다 옛 생각에 젖는다. 내 기억이 맞는지 모르지만, 시의 현장에 나도 있었던 듯. “40대 중반 서교동 골목길의 교통사고와 50대 초반 합정동 골목길의 백색테러로 죽음의 문턱까지 갔다가 반품된 후 모든 게 허망해지고 오랫동안 애써 부정하고 망각했던 고문의 악몽마저 되살아나 날마다 피가 하늘로 올라간다.”(버킷리스트) 우리는 흘린 피를 닦아주면서 길을 걸었고 또 집으로 돌아들 간다. 시인이 애써 살아온 세월의 모든 굴곡들이 글로 쏟아져 내리는 건 그나마 씻김과 해원의 은총이겠다.
가수 하덕규씨와 기타리스트 함춘호씨가 함께한 ‘시인과 촌장’에서 시인은 글쟁이 시인이 아니라 시민을 가리키는 시인(市人)이란다. 시민의 다난하고 가련한 일상은 하루하루 시가 되었다가 모래톱처럼 사라져간다. 과하게 뽐내려는 글은 병든 가슴의 환각일지도 몰라. 여러 겹 줄을 타고 승승장구한 자들이 떵떵거리는 세상에서 우리 시인들은 울울하고 왜소해졌다.
시집 코너 근처엔 공교롭게도 정치인으로 변신한 전 공안검사가 자서전을 펴내 쌓아두고 있었다. “담당변호사가 급히 교도소로 달려와 말을 더듬거리며 ‘다, 당신, 주, 죽으려고 환장했느냐. 지금 검찰과 법원까지 발칵 뒤집혀 황교안 공안검사가 이자는 손목을 잘라 평생 콩밥을 먹이겠다고 난리’라며 잔뜩 흥분해 소리쳤다.”(항소이유서) 인파가 정치경제서 쪽에 몰려들 있었다. 시집 코너엔 인기척도 없을까 봐 나는 발길을 떼지 못하고 한참 서 있었다. 시인이 살기에는 그때나 지금이나 혹독한 세상이렷다. 매캐한 지하에서 메슥거리는 속을 간신히 재우고 빠져나온 서점 바깥은 도심 복판, 빌딩숲 사이로 도글도글 이른 별들이 떠 있었다. 뒷산의 별들만큼 밝지는 않지만, 부디 도시의 시인들에게도 따습게 비추려무나.
임의진 목사·시인
2021.03.11

List of Articles
번호 제목 글쓴이 날짜sort 조회 수
11605 이현주 회당장의 딸을 살리심(마9:18-26) 이현주 2021-11-20 13
11604 임의진 [시골편지] 여신의 십계명 임의진 2021-11-19 16
11603 임의진 [시골편지] 무담시 임의진 2021-11-18 18
11602 임의진 [시골편지] 절울소리 임의진 2021-11-17 18
11601 임의진 [시골편지] 아브라카다브라 임의진 2021-11-16 22
11600 임의진 [시골편지] 콧구멍 킁킁 임의진 2021-11-15 24
11599 임의진 [시골편지] 숨돌리기 임의진 2021-11-14 20
11598 임의진 [시골편지] 직업소개소 임의진 2021-11-13 20
11597 임의진 [시골편지] 케 세라 세라 임의진 2021-11-12 31
11596 임의진 [시골편지] 애갱이 왕자와 갱아지 임의진 2021-11-11 26
11595 임의진 [시골편지] 애비 로드 임의진 2021-11-10 22
11594 이현주 새 술은 새 부대에(마9:14-17) 이현주 2021-11-09 38
11593 이현주 세리 마태를 부르심(마9:9-13) 이현주 2021-11-09 22
11592 이현주 침상에 누운 중풍병자(마9:1-8) 이현주 2021-11-09 24
11591 이현주 돼지들이 비탈을 내달려(마8:28-34) 이현주 2021-11-09 24
11590 이현주 바람과 물을 꾸짖어 (마8:23-27) 이현주 2021-11-09 20
11589 이현주 여우도 굴이 있고(마8:18-22) 이현주 2021-11-09 23
11588 이현주 말씀으로 귀신들을 쫓아내심(마8:14-17) 이현주 2021-11-09 17
11587 이현주 그저 한 말씀만 하시면(마8:5-13) 이현주 2021-11-09 22
11586 이현주 나병환자를 고쳐주심(마8:1-4) 이현주 2021-11-09 19
11585 이현주 권위 있는 가르침(마7:28-29) 이현주 2021-11-09 20
11584 임의진 [시골편지] 5인조 임의진 2021-11-08 21
11583 임의진 [시골편지] 미나리밭 임의진 2021-11-07 24
» 임의진 [시골편지] 시집 코너 임의진 2021-11-06 18
11581 임의진 [시골편지] 장수마을 소리꾼 임의진 2021-11-05 23
11580 임의진 [시골편지] 알통 임의진 2021-11-04 39
11579 임의진 [시골편지] 실수맨 임의진 2021-11-03 25
11578 임의진 [시골편지] 심야식당 임의진 2021-11-02 23
11577 임의진 [시골편지] 건강 백세 임의진 2021-11-01 32
11576 임의진 [시골편지] 호구 임의진 2021-10-31 24
11575 임의진 [시골편지] 담배 묵는 할매 임의진 2021-10-30 26
11574 임의진 [시골편지] 제발 임의진 2021-10-29 41
11573 임의진 [시골편지] 어흥! 임의진 2021-10-28 24
11572 임의진 [시골편지] 산채 비빔밥 임의진 2021-10-27 30
11571 임의진 [시골편지] 주식 밥상 임의진 2021-10-26 17

 

 

 

저자 프로필 ㅣ 이현주한희철이해인김남준임의진홍승표ㅣ 사막교부ㅣ ㅣ

 

개인적인 맨토들의 글을 모았습니다. 천천히 읽으면 더 좋은 글들입니다.

 

(글의 저작권은 각 저자들에게 있습니다. 여기에 있는 글을 다른데로 옮기면 안됩니다)

    본 홈페이지는 조건없이 주고가신 예수님 처럼, 조건없이 퍼가기, 인용, 링크 모두 허용합니다.(단, 이단단체나, 상업적, 불법이용은 엄금)
    *운영자: 최용우 (010-7162-3514) * 9191az@hanmail.net * 30083 세종특별시 금남면 용포쑥티2길 5-7 (용포리 53-3)
XE Login