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개인적인 맨토들의 글을 모았습니다. 천천히 읽으면 더 좋은 글들입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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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골편지] 달달 식혜
안동에서 일주일 살기에 도전. 남쪽 나라에서 나고 자란 나로선 안동은 굽이굽이 산골. 게다가 말투와 입맛도 다른 경상도 땅. 신학교 교수 출신의 목사 동무가 같이 공부 겸해 놀러 가자고 해서 왔는데, 이 맛난 안동소주를 소 닭 보듯 하는 깜깜이들과 어우렁더우렁. 다만 흥미로운 몇 가지 재미가 있는데, 아름답게 살다간 분들의 향기가 곳곳에 배어 있어 마음이 따스워지는 경험. 한때 굴렁쇠라는 어린이신문에 연재를 같이하면서 가까워진 이오덕 샘은 청송 출신이지만 안동에 자주 출몰하셨지. 내 잡글을 모은 수필집에다가 격려의 뒷글을 써주셨던 권정생 샘도 이곳 안동 일직면에 사셨는데, 은혜를 입고도 생전 자주 찾아뵙지 못했다. 내려가는 길에 고인의 생가라도 들려 캔에 든 식혜라도 따드리고 올 생각이다.
하루는 이곳에서 사귄 학교 샘이 안동만의 자랑인 식혜를 내주어 마셔봤다. 고춧가루를 푼 기이한 식혜였다. ‘달달한’ 맛도 풍미를 지니고, ‘뽄새’ 비주얼도 그다지 나쁘지 않았다. 처음엔 김칫국인가 싶었지. 우리네 인생에 달달한 일이 드물 때 식혜를 마실 일이다. 당신이 준비되어 있지 않았지 식혜는 항상 목구멍에 들어갈 준비가 되어 있다. ‘내돈내산’으로다가 식혜를 더 먹어봐야겠다고 벼르는 중이렷다.
새벽에 눈뜬 밤이다. “아직도 어두운 밤인가 봐.” 올빼미는 잘 잤을까. 출출하다. 문득 식혜 생각이 간절해. 이곳 박쥐는 뭘 먹고 살까. 박쥐 각시가 식혜 한 그릇은 담가 놨겠지. 예전에 어머니가 윗방에 식혜를 안치고선 빙긋이 미소짓던 기억. 침을 꼴깍거리며 얼음 둥둥 띄운 식혜를 기다리던 여름밤이 아슴아슴하다. 흉흉한 세상살이. 못난 인간들이 권력을 탐하고, 이웃들에게 무례하고 험상궂은 ‘에고’의 세계에서 달달한 ‘에코’의 먹거리는 그나마 인생의 위로가 된다. 신경을 ‘살려’ 살아야 한다. 신경을 죽이는 일을 하는 사람은? 정답 치과 의사. 그밖에는 신경을 살리고, “달달하게 살아가야 안캤능교”
임의진 목사·시인
2021.07.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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