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신글모든게시글모음 인기글(7일간 조회수높은순서)
m-5.jpg
현재접속자

영혼의 샘터

옹달샘

 

개인적인 맨토들의 글을 모았습니다. 천천히 읽으면 더 좋은 글들입니다.

[시골편지] 해피엔딩

임의진 임의진............... 조회 수 21 추천 수 0 2021.12.02 21:49:49
.........

[시골편지] 해피엔딩


기상 예보관은 ‘가을장마’라고 하더라. 이러다 여물지 못한 밤송이가 달릴까 염려돼. 다람쥐는 어찌 살라고. 설멍설멍 힘없는 국화가 귀웅젖이라도 동냥질할까 햇볕이 잠깐 나면 얼굴을 불쑥 내민다. 국화향기를 곧 맡을 수 있겠지?
줄창 내려쌌는 먹비에 나뭇잎들은 진녹색을 덜어내고 있다. 성질머리 급한 더러는 한장 두장 잎사귀를 떨구기도 해. 마치 이승의 숙박비를 지폐 현찰로 치르는 것 같더군. 추석이 오고, 열매를 거두고, 언젠가 첫눈도 내리겠지. 차 한잔 마시자며 찾던 손님들 발길이 추위와 함께 뚝 끊길 거야.
모차르트에게 배움을 청하러 오면 교습비가 천차만별이었다고 해. 초급반은 적게 받고 고급반은 많이 받았는데, 이유를 캐묻자 “어디서 이상한 걸 잔뜩 배워 온 분들을 교정하는 일이 가장 어려워요. 차라리 맹탕 모를 때가 가르치기 쉽죠.” 맛만 보다가 빈손으로 되돌아간 학생도 있었다. “인생도 예술도 어차피 빈손으로 돌아가는 게 목표죠. 저분은 많은 걸 배워서 돌아가는 길일 겁니다.” 인생에 남는 건 오로지 꽃처럼 활짝 핀 미소, 웃음, 사랑했던 날들의 기억들. 살벌한 금연 광고처럼 죽음으로 겁박한들 비행기가 추락하면 몽땅 하늘나라.
한 항공사에선 이런 방송을 했대. “승객 여러분! 환영합니다. 우리 항공기는 여러분들을 위해 특별히 흡연석을 준비했습니다. 흡연석은 날개 윗부분입니다. 담배와 함께 영화도 보실 수 있는데요. 제목은 ‘바람과 함께 사라지다’예요.” 장거리 비행에서 웃을 수 있다면, 잠시나마 고통을 덜 수 있을 텐데. 함께 보는 영화는 해피엔딩이면 더 바랄 나위가 없겠다.
반칙을 해서 만든 성공담들이 널려 있다. 해피엔딩 같지만, 그건 그냥 ‘같지만’일 뿐. 모두의 마음에 흡족한, 진실한 해피엔딩이 있을까. 끝이라는 말은 ‘끊다’는 말에서 나왔다는데, 끊은 게 많을수록 진짜 해피엔딩.
임의진 목사·시인
2021.08.26

List of Articles
번호 제목 글쓴이 날짜sort 조회 수
11665 이현주 묻혀있는 보물(마13:44) 이현주 2021-12-29 38
11664 이현주 가라지(마13:36-43) 이현주 2021-12-29 29
11663 이현주 비유로만 말씀하신 예수(마13:34-35) 이현주 2021-12-29 22
11662 임의진 [시골편지] 금메 말시 임의진 2021-12-20 38
11661 임의진 [시골편지] 찬 공기 임의진 2021-12-19 32
11660 임의진 [시골편지] 수도원의 겨울나기 임의진 2021-12-18 20
11659 임의진 [시골편지] 누나 이름 임의진 2021-12-17 20
11658 이현주 누룩 비유(마13:33) 이현주 2021-12-16 22
11657 이현주 겨자씨 비유(마13:31-32) 이현주 2021-12-16 24
11656 이현주 가라지 비유(마13:24-30) 이현주 2021-12-16 22
11655 이현주 비유로 말씀하신 이유(마13:10-23) 이현주 2021-12-16 12
11654 이현주 씨 뿌리는 사람(마13:1-9) 이현주 2021-12-16 19
11653 이현주 누가 내 어머니인가?(마12:46-50) 이현주 2021-12-16 19
11652 이현주 요나의 표적(마12:38-45) 이현주 2021-12-16 21
11651 이현주 바알세불과 성령(마12:22-37) 이현주 2021-12-16 11
11650 이현주 예수를 죽이려는 사람들(마12:9-21) 이현주 2021-12-16 16
11649 이현주 이삭을 잘라먹은 제자들(마12:1-8) 이현주 2021-12-16 17
11648 임의진 [시골편지] 단벌 신사 임의진 2021-12-15 15
11647 임의진 [시골편지] 인기척 임의진 2021-12-14 11
11646 임의진 [시골편지] 유기농 밥상 레시피 임의진 2021-12-13 10
11645 임의진 [시골편지] 고야의 귀 임의진 2021-12-12 14
11644 임의진 [시골편지] 전화교환원 임의진 2021-12-11 19
11643 임의진 [시골편지] 평범한 인생 임의진 2021-12-10 31
11642 임의진 [시골편지] 개구리 왕자님 임의진 2021-12-09 15
11641 임의진 [시골편지] 주사기 바늘 임의진 2021-12-08 20
11640 임의진 [시골편지]여행의 기술 임의진 2021-12-07 21
11639 임의진 [시골편지] 쓸쓸한 여관방 임의진 2021-12-06 18
11638 임의진 [시골편지] 헛지서리 임의진 2021-12-05 15
11637 임의진 [시골편지] 방구석 요리사 임의진 2021-12-04 19
11636 이현주 수고하고 무거운 짐 진 사람들(마11:28-30) 이현주 2021-12-03 57
11635 이현주 총명한 자들에겐 감추시고(마11:25-27) 이현주 2021-12-03 37
11634 이현주 화가 미칠 것이다.(마11:20-24) 이현주 2021-12-03 19
11633 이현주 장터 아이들(마11:16-19) 이현주 2021-12-03 25
11632 이현주 요한과 엘리야(마11:12-15) 이현주 2021-12-03 21
11631 이현주 광야의 예언자(마11:7-11) 이현주 2021-12-03 21

 

 

 

저자 프로필 ㅣ 이현주한희철이해인김남준임의진홍승표ㅣ 사막교부ㅣ ㅣ

 

개인적인 맨토들의 글을 모았습니다. 천천히 읽으면 더 좋은 글들입니다.

 

(글의 저작권은 각 저자들에게 있습니다. 여기에 있는 글을 다른데로 옮기면 안됩니다)

    본 홈페이지는 조건없이 주고가신 예수님 처럼, 조건없이 퍼가기, 인용, 링크 모두 허용합니다.(단, 이단단체나, 상업적, 불법이용은 엄금)
    *운영자: 최용우 (010-7162-3514) * 9191az@hanmail.net * 30083 세종특별시 금남면 용포쑥티2길 5-7 (용포리 53-3)
XE Login