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신글모든게시글모음 인기글(7일간 조회수높은순서)
m-5.jpg
현재접속자

영혼의 샘터

옹달샘

 

개인적인 맨토들의 글을 모았습니다. 천천히 읽으면 더 좋은 글들입니다.

[시골편지] 헛지서리

임의진 임의진............... 조회 수 15 추천 수 0 2021.12.05 21:13:23
.........

[시골편지] 헛지서리


“당신의 상처를 진주로 만들라. 눈물이 많은 이여. 진주로 가득한 가슴이여.” 중세음악가 힐데가르트 폰 빙엔 수녀의 노래. 옛사람들은 얼마나 많은 눈물의 세월을 살았던가. “시아버지 호랑새요 시어머니 꾸중새요 동서 하난 할림새요 시누 하난 뾰족새요 시아재비 뾰중새요 남편이라 미련새요 자식들은 우는 새요 나 하나는 썩는 샐세.” 며느리의 시집살이 노래는 쥐며느리도 외우던 노래.
진주조개잡이 대신 꼬막을 파서 너구리처럼 웅크리고 들어온 초가집. 보리쌀을 물 불려 밥을 짓고, 새벽 일찍 보성장, 다음은 장흥 해남. 뻘밭을 걸어댕겼으니 신작로 걷는 일은 일도 아니었지. “요샌 뭐 하고 지내세요?” 물으면 “보믄 몰러? 헛지서리하재”라는 말이 퉁명스럽게 나온다. 헛짓거리를 이 동네에선 ‘헛지서리’라고 하는데, 해봐도 그닥 ‘션찮은 일’, 시원찮은 일. 헛짓이라 여기는 농사며 갯일이며 손해 안 봐야 그나마 천운을 입는 격.
빈부의 격차를 줄이기 위해 밤낮없이 고생하는 사업가인 ‘도둑’이 들어도 가져갈 거라곤 마늘쪼가리밖에 없는 벽촌. 그래도 하늘이 아끼시어 마을을 오가는 군내버스를 타면 모두 신내림을 받게 돼. 하느님이 차에서 내리면 ‘신 내림’. 따로 교회나 절에 나가는 ‘헛지서리’ 할 필요조차 없어라. 아무 데서나 신내림.
도둑은 없나 마을을 한 바퀴 순찰하고 돌아와 밥을 안쳤어. 밥냄새도 좋고 책냄새도 좋아라. 엄마가 일어나 노래하면 아빠가 책을 보는 곳은 집이 아니라 노래방. 빌보드 차트에 오를 일 없는, 시집살이 노래라도 부르던 읍내 노래방들이 코로나로 다들 문 닫았다. 배롱나무 꽃그늘 달려갔다 돌아와 보니 곧 추석이라네. “무덤이고 벌초가 다 헛지서리다. 바다에 그냥 뿌려라.” 말씀을 거역하고 선산에 모셨는데, 길이 멀고 벌초도 간단치 않아. 풀벌레가 서럽게 노래한다. 무덤가 노래방.
임의진 목사·시인
2021.09.09

List of Articles
번호 제목 글쓴이 날짜sort 조회 수
11675 이현주 호숫가에서(마15:29-31) 이현주 2022-01-12 26
11674 이현주 가나안 여인의 딸(마15:21-28) 이현주 2022-01-12 23
11673 이현주 바리새 사람들(마15:1-20) 이현주 2022-01-12 21
11672 이현주 온갖 병든 자들(마14:34-35) 이현주 2021-12-29 38
11671 이현주 물위를 걸으신 예수(마14:22-33) 이현주 2021-12-29 24
11670 이현주 빵과 생선(마14:13-21) 이현주 2021-12-29 28
11669 이현주 처형된 세례요한(마14:1-12) 이현주 2021-12-29 14
11668 이현주 고향 사람들(마13:53-58) 이현주 2021-12-29 26
11667 이현주 그물로 고기를 잡는(마13:47-52) 이현주 2021-12-29 21
11666 이현주 진주를 찾아다니는(마13:45-46) 이현주 2021-12-29 16
11665 이현주 묻혀있는 보물(마13:44) 이현주 2021-12-29 38
11664 이현주 가라지(마13:36-43) 이현주 2021-12-29 29
11663 이현주 비유로만 말씀하신 예수(마13:34-35) 이현주 2021-12-29 22
11662 임의진 [시골편지] 금메 말시 임의진 2021-12-20 38
11661 임의진 [시골편지] 찬 공기 임의진 2021-12-19 32
11660 임의진 [시골편지] 수도원의 겨울나기 임의진 2021-12-18 20
11659 임의진 [시골편지] 누나 이름 임의진 2021-12-17 20
11658 이현주 누룩 비유(마13:33) 이현주 2021-12-16 22
11657 이현주 겨자씨 비유(마13:31-32) 이현주 2021-12-16 24
11656 이현주 가라지 비유(마13:24-30) 이현주 2021-12-16 22
11655 이현주 비유로 말씀하신 이유(마13:10-23) 이현주 2021-12-16 12
11654 이현주 씨 뿌리는 사람(마13:1-9) 이현주 2021-12-16 19
11653 이현주 누가 내 어머니인가?(마12:46-50) 이현주 2021-12-16 19
11652 이현주 요나의 표적(마12:38-45) 이현주 2021-12-16 21
11651 이현주 바알세불과 성령(마12:22-37) 이현주 2021-12-16 11
11650 이현주 예수를 죽이려는 사람들(마12:9-21) 이현주 2021-12-16 16
11649 이현주 이삭을 잘라먹은 제자들(마12:1-8) 이현주 2021-12-16 17
11648 임의진 [시골편지] 단벌 신사 임의진 2021-12-15 15
11647 임의진 [시골편지] 인기척 임의진 2021-12-14 11
11646 임의진 [시골편지] 유기농 밥상 레시피 임의진 2021-12-13 10
11645 임의진 [시골편지] 고야의 귀 임의진 2021-12-12 14
11644 임의진 [시골편지] 전화교환원 임의진 2021-12-11 19
11643 임의진 [시골편지] 평범한 인생 임의진 2021-12-10 31
11642 임의진 [시골편지] 개구리 왕자님 임의진 2021-12-09 15
11641 임의진 [시골편지] 주사기 바늘 임의진 2021-12-08 20

 

 

 

저자 프로필 ㅣ 이현주한희철이해인김남준임의진홍승표ㅣ 사막교부ㅣ ㅣ

 

개인적인 맨토들의 글을 모았습니다. 천천히 읽으면 더 좋은 글들입니다.

 

(글의 저작권은 각 저자들에게 있습니다. 여기에 있는 글을 다른데로 옮기면 안됩니다)

    본 홈페이지는 조건없이 주고가신 예수님 처럼, 조건없이 퍼가기, 인용, 링크 모두 허용합니다.(단, 이단단체나, 상업적, 불법이용은 엄금)
    *운영자: 최용우 (010-7162-3514) * 9191az@hanmail.net * 30083 세종특별시 금남면 용포쑥티2길 5-7 (용포리 53-3)
XE Login