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신글모든게시글모음 인기글(7일간 조회수높은순서)
m-5.jpg
현재접속자

영혼의 샘터

옹달샘

 

개인적인 맨토들의 글을 모았습니다. 천천히 읽으면 더 좋은 글들입니다.

두 팔을 벌려 서로를 끌어안을 일이다

한희철 한희철............... 조회 수 30 추천 수 0 2022.04.07 10:01:06
.........

두 팔을 벌려 서로를 끌어안을 일이다

‘환대’라는 말은 자주 쓰는 말이 아니지만, 그럴수록 그 의미는 소중하게 여겨집니다. ‘환대’(歡待)는 ‘기쁠 환’에 ‘기다릴 대’가 합해진 말로, 사전에서는 ‘반갑게 맞아 정성껏 후하게 대접함’이라고 설명을 합니다. 억지로가 아니라 마음에서 우러나 누군가를 맞이하여 정성으로 대접하는 것이니, 환대는 받는 이나 베푸는 이 모두에게 큰 기쁨이 되는 일이지요.

오래전 ‘환대’의 의미를 생각하며 쓴 짤막한 글이 있습니다. “누군가 상처 입은 모습으로 돌아왔다면 가슴을 열고 따뜻하게 맞으시라. 다친 날갯죽지로 둥지에 돌아온 것은 그의 최선이었을 터이니.” 상처 입은 모습으로, 초라하고 지친 모습으로 돌아오면 무시하기가 쉽습니다. 하지만 그런 모습을 하고도 둥지를 찾은 것은 그의 최선일지도 모른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다친 날갯죽지를 한 채 둥지로 돌아온 이들 중에는 하루의 노동을 술로 달랜 아버지가 있을 수도 있고, 최선을 다하고 있지만 아직도 취직을 하지 못해 마음이 무거운 자식도 있을 수 있는 일, 둥지로 돌아오는 걸음이 무거울수록 누군가 그를 따뜻하게 맞는 것은 그만큼 따뜻한 위로와 사랑이 되겠지요. 상처를 입어 몸과 마음이 지쳤다 해도 돌아갈 둥지가 있다는 것은 여간 큰 고마움이 아닐 수 없을 것입니다.

 

이제는 손으로 편지를 쓰는 일이 매우 드문 일이 되었습니다만, 편지를 쓸 때 로마 사람들이 즐겨 사용한 인사말이 있다고 합니다. ‘시 발레스 베네, 발레오!’라는 말인데, ‘당신이 평안하면, 나도 평안합니다!’ 하는 뜻입니다. 당신이 평안해야 내가 평안할 수 있다는, 당신이 평안하지 못하면 나도 평안할 수가 없다는, 당신과 나는 남이 아니어서 떼려야 뗄 수 없는 끈으로 묶여 있다는 그윽한 의미가 느껴집니다. 누군가 나에게 손으로 편지를 쓰면서 ‘당신이 평안해야 나도 평안합니다’라고 인사를 한다면, 그 마음이 더없는 따뜻함으로 전해질 것 같습니다.

 

남미 사람들은 누군가 내 집을 찾아오면 손님을 맞으며 이렇게 인사를 한다고 합니다. “미 까사 에스 뚜 까사.”(mi casa es tu casa) “내 집이 곧 당신의 집입니다.”라는 뜻인데, 발음 자체가 정겹게 여겨집니다. 조심스러운 마음이나 미안한 마음일랑 조금도 갖지 말고, 내 집처럼 편안하게 여기라는 세심한 마음이 물씬 전해집니다.  

 

어쩌면 오늘 우리가 사는 세상에서 우리가 잃어버린 정말로 소중한 가치 중의 하나는 ‘환대’일지도 모릅니다. 어느새 우리의 삶을 규정하는 말은 외로움, 소원함, 소외, 사나움, 분노, 불신 등이 되고 말았습니다. 우리 시대의 특징을 ‘외로움’이라고 본 헨리 나우웬은 외로움의 뿌리는 아무런 조건 없이 보살피고 사랑해 주는 사람이 아무도 없다는, 그리고 우리가 이용되지 않고 연약한 모습을 드러낼 수 있는 곳이 아무 데도 없다는 막연한 생각 속에서 자란다고 했습니다. ‘잔인함의 반대는 그저 잔인한 관계에서 자유 하는 것이 아니라, 손대접이다.’라는 필립 할리의 말속에도, 우리 시대의 문제와 그 처방이 어디에 있는지를 돌아보게 합니다. 

 

함께 살아가는 사람 사이가 거칠고 사나울수록 주먹을 쥐고 서로를 밀칠 것이 아니라, 두 팔을 벌려 서로를 끌어안을 일입니다.

<교차로>칼럼 2022.4.6

List of Articles
번호 제목 글쓴이 날짜 조회 수
11150 이현주 노을빛 이현주 2020-07-17 19
11149 이현주 방금 이현주 2020-07-11 38
11148 이현주 고맙다 이현주 2020-07-11 42
11147 이현주 불쌍한 사람 이현주 2020-07-11 37
11146 이현주 누구한테도 이현주 2020-07-11 18
11145 이현주 철부지 둘째 아들 이현주 2020-07-11 23
11144 임의진 [시골편지] 침 튀김 file 임의진 2020-07-11 60
11143 임의진 [시골편지] 예쁜 조약돌 file 임의진 2020-07-09 58
11142 임의진 [시골편지] 오줌싸개 file 임의진 2020-07-04 59
11141 임의진 [시골편지] 미나리 싹 file [1] 임의진 2020-07-03 97
11140 임의진 [시골편지] 잔정 file 임의진 2020-07-02 55
11139 임의진 [시골편지] 땅거미 file 임의진 2020-07-01 56
11138 이현주 허허허 이현주 2020-06-30 32
11137 이현주 세상에서 가장 맛있는 음식 이현주 2020-06-30 116
11136 이현주 오늘 이현주 2020-06-30 25
11135 이현주 덕분에 이현주 2020-06-30 46
11134 이현주 떨어지는 꽃잎처럼 이현주 2020-06-30 51
11133 이현주 기침 이현주 2020-06-24 36
11132 이현주 먼저 손을 펴라 이현주 2020-06-24 68
11131 이현주 암만 봐도 이현주 2020-06-24 34
11130 이현주 핸드폰 시대 이현주 2020-06-24 40
11129 이현주 돈 세다가 이현주 2020-06-24 54
11128 이현주 금빛 화살 이현주 2020-06-24 31
11127 이현주 눈이 좁아서 이현주 2020-06-19 48
11126 이현주 늙은이들에게 이현주 2020-06-19 44
11125 이현주 젊은이들에게 이현주 2020-06-19 35
11124 이현주 그런데 이현주 2020-06-15 35
11123 이현주 알 수 없어라 이현주 2020-06-15 35
11122 이현주 이현주 2020-06-15 33
11121 이현주 나뭇잎 되어 이현주 2020-06-14 37
11120 이현주 아무도 말이 없다 이현주 2020-06-14 41
11119 이현주 안 보이는 중심 이현주 2020-06-11 37
11118 이현주 남자는 울면 안 된다는 말에 대하여 이현주 2020-06-11 53
11117 이현주 저마다 제 꿈에서 이현주 2020-06-09 63
11116 이현주 거참 신통하다 이현주 2020-06-09 199

 

 

 

저자 프로필 ㅣ 이현주한희철이해인김남준임의진홍승표ㅣ 사막교부ㅣ ㅣ

 

개인적인 맨토들의 글을 모았습니다. 천천히 읽으면 더 좋은 글들입니다.

 

(글의 저작권은 각 저자들에게 있습니다. 여기에 있는 글을 다른데로 옮기면 안됩니다)

    본 홈페이지는 조건없이 주고가신 예수님 처럼, 조건없이 퍼가기, 인용, 링크 모두 허용합니다.(단, 이단단체나, 상업적, 불법이용은 엄금)
    *운영자: 최용우 (010-7162-3514) * 9191az@hanmail.net * 30083 세종특별시 금남면 용포쑥티2길 5-7 (용포리 53-3)
XE Login