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새와 인간

한희철 한희철............... 조회 수 28 추천 수 0 2022.05.25 08:03:3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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새와 인간
오래 전 강원도에서 지낼 때 허름한 흙집을 지은 적이 있습니다. 마을 할아버지들과 함께 쉬엄쉬엄 지은 집입니다. 동네 뒷산에서 벌목을 하는 이가 제법 많은 소나무를 전해주었고, 그 나무를 한 자 길이로 잘라 흙과 나무를 쌓아올린 집입니다.
동네 어떤 집이 불을 때던 아궁이를 헐어내고 기름을 사용하는 보일러로 바꾸면 거기서 나온 구들장을 모아두고, 집을 헐면 창문을 모아두고, 그렇게 모인 것들을 이용하여 집을 지었습니다. 아랫마을 허물어진 돌담의 돌도 좋은 도움을 주었지요. 흙과 나무와 돌로 지어진 집은 지을 때부터 허름한 집이 되었습니다.
아마도 가장 허술한 부분은 화장실일 것입니다. 흔히들 ‘푸세식’이라고도 말하는, 재래식 화장실입니다. 통을 묻었고 그 위를 죽데기로 가렸습니다. 제재소를 찾아가 나무를 켜고 남은 죽데기를 사서 벽으로 삼았습니다. 익숙해진 사람은 괜찮지만 수세식 화장실에 익숙한 사람에게는 불편하고 당황스러운 ‘변소’인 셈입니다. 상상이 될지 모르겠습니다만, 당연히 사방이 허술합니다. 곳곳에 숭숭 구멍이 뚫려 있어 바람과 햇빛이 무사통과입니다. 냉난방 기구가 따로 없으니, 겨울엔 무지 춥고 여름엔 무지 덥지요.
한 달 전쯤이었습니다. 화장실에 들어서다말고 깜짝 놀라고 말았습니다. 변기 뒤편에 화장지를 올려놓는 작은 선반을 만들어 놓았는데, 바로 그 선반 위에 생각하지 못한 것이 자리를 잡고 있었습니다.
새집이었습니다. 제법 긴 가지들을 물어다가 집을 지었는데, 둥지를 만든 가지보다는 선반 아래로 떨어진 것들이 더 많았습니다. 둥지 한 가운데에는 덩치가 제법 큰 새 한 마리가 틀어 앉아 있었습니다. 알을 품는 것인지, 도망을 치기는커녕 별 놀라는 기색조차 보이지를 않았습니다. 아무리 허름하다 하지만 어떻게 화장실 안에 집 지을 공간이 있다는 것을 알아낸 것인지, 신기하기가 그지없었지요.
일을 보는 동안 뒤통수가 따가웠습니다. 혹시라도 새를 놀라게 하는 것은 아닌가 싶어 조심스러웠습니다. 하지만 괜한 걱정이었습니다. 눈을 말똥말똥 뜨고 나를 바라보는 새의 표정을 보니, 마치 자기 집에 왜 들어왔느냐는 투였기 때문입니다.
그런 새를 두고 가만히 문을 닫고 밖으로 나올 때, 문득 마음속에 드는 생각이 있었습니다. 지구에서 살아가는 인간들의 태도와 마음이 저 새와 다를 게 없다 싶었습니다. 우리는 자연이 베푸는 수많은 배려와 선물을 받으며 살아갑니다. 그 중 어느 것 한 가지만 빠져도 우리는 이 땅에서 살아갈 수가 없게 될 것입니다.
그런데도 많은 순간 우리는 화장실의 새처럼 생각하며 살아갑니다. 마치 인간인 우리만이 주인인 것처럼 자연을 함부로 대하고 함부로 파괴하며 살아가고 있으니 말이지요. 코앞으로 다가온 기후위기를 극복하지 못하면 우리는 더 이상 이 땅에서 살 수가 없게 될 것입니다. 부디 우리가 화장실을 제 집으로 여기지 싶은 새처럼 잘못 생각하는 일이 없었으면 좋겠습니다.
<교차로> ‘아름다운 사회’ 2022.5.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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