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개인적인 맨토들의 글을 모았습니다. 천천히 읽으면 더 좋은 글들입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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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연이 주는 선물
전에 읽었던 책을 다시 꺼내 읽는다는 것은 쉬운 일이 아닙니다. 일상이 분주하기도 하고, 새롭게 읽을 만한 책이 꾸준히 눈에 띄기 때문입니다. 이것이 현실이라면 지금 읽는 책을 더욱 마음을 담아 읽어야 한다는 생각이 듭니다.
오래 전에 읽으며 마음에 남은 구절들도 그러합니다. 기억이 희미하거나 정확한 문장을 알고 싶을 때면 다시 책을 찾아보아야 하지만, 그러지 못할 때가 있습니다. 이런저런 이유로 지금 그 책이 책장에 없다면 더욱 그러합니다. 그 한 문장을 찾기 위하여 다시 책을 구입하기란 쉬운 일이 아니니까요.
파스칼의 <팡세>로 기억을 합니다. ‘생각’을 뜻하는 ‘팡세’라는 말이 강렬했기 때문일까요, 젊은 시절 충분히 이해하기 힘든 문장이 많았지만 그래도 애정을 가지고 읽었던 기억이 새롭습니다. 기억이 희미하고, 정확한 문장에 대한 자신도 없지만 지금까지 남아 있는 내용 중에는 다음과 같은 것이 있습니다. 인생에 있어 가장 중요한 것은 직업을 선택하는 일인데, 그것을 결정하는 것은 우연이라는 문장입니다.
미국에서 직업을 상담하는 일로 널리 알려진 크롬볼츠 또한 비슷한 말을 했더군요. “직업 선택은 자신의 능력이나 적성보다는 살면서 마주치는 다양한 우연적인 사건들에 더 큰 영향을 받는다.”고요. 그런 현상을 ‘계획된 우연이론(planned happenstance theory)’이라고 부른다 하니, 제법 체계를 갖춘 이론이지 싶습니다.
우연이 진로를 정한다는 말을 떠올리게 된 일이 최근에 있었습니다. 죽음에 대한 글을 읽기 위해 선택한 책이 <남아 있는 모든 것>이었습니다. ‘죽음이 삶에게 남긴 이야기들’이라는 부제가 달린 책이었지요.
죽음의 의미가 무엇인지, 사랑하는 사람을 어떻게 보내야 하는지, 떠난 사람을 어떻게 기억해야 하는지 등의 내용이 담겼는데, 재미있고도 따뜻한 내용으로 채워져 있습니다. 자칫 딱딱하고 무거울 수 있는 죽음에 대한 이야기를 진지하면서도 유머 있게 이어갑니다.
책 서두에서 저자 수 블랙은 자신의 첫 아르바이트 이야기를 합니다. 부모님의 확고한 직업윤리를 따라 열두 살이 되었을 때부터 아르바이트를 시작했는데, 저자가 택한 일은 정육점에서 일하는 것이었습니다. 다른 친구들이 약국이나 슈퍼마켓, 옷 가게 등에서 일을 하는 것과는 아주 다른 선택이었습니다.
그곳에서 고기를 다루는 일을 하면서 저자는 미래의 해부학자이자 법의인류학자의 꿈을 키워갑니다. 물론 그 때만 해도 자신이 그런 길을 걷게 되리라는 것을 전혀 알지 못한 채로 말이지요. 하지만 분명한 것은 그 때 그 일이 그의 길을 선택하는데 큰 영향을 미쳤다는 사실입니다.
세상이 정해놓은 검증된 길로 가라고, 그것도 남보다 앞서라고 자녀들을 닦달할 일이 아닙니다. 오히려 다양한 경험의 기회를 주어야 합니다. 생각하지 못한 순간 우연히 접한 경험이 자녀들의 삶의 방향과 길을 결정할 것이기 때문입니다.
<교차로> ‘아름다운 사회’ 2022.6.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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