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신글모든게시글모음 인기글(7일간 조회수높은순서)
m-5.jpg
현재접속자

영혼의 샘터

옹달샘

 

개인적인 맨토들의 글을 모았습니다. 천천히 읽으면 더 좋은 글들입니다.

[시골편지] 말이 필요 없어

임의진 임의진............... 조회 수 32 추천 수 0 2022.06.24 20:35:33
.........

Cap 2022-06-24 20-32-52-423.jpg

[시골편지] 말이 필요 없어

 

노래를 들을 때 가사를 모르고 들어도 가슴에 훅 와닿는 느낌. 동창 중에 영어 수업마다 잠만 핑핑 자던 녀석이 있었는데 팝송은 좔좌르르 외워 불렀어. 알고 보니 음반 테이프를 반복해서 틀고 받아 적은 것. “아저씨~콜 투쎄 알라뷰.” 스티비 원더의 노래에 아저씨가 나오는 지경. 그래도 뭐 우리는 그게 사랑 노래인지, 빨리 전화해달란 소리인지 느낌으로 알아차렸지. 언젠가 피아니스트 손열음의 편지를 봤어. 가장 사랑하는 노래가 무어냐 물으면 슈베르트의 ‘봄에’라고 답하겠대. “고요히 언덕비탈에 앉았다네. 청명한 하늘을 봐. 푸른 골짜기로 산들바람이 불어와. 태어나서 처음 봄볕을 만끽했던 곳이라네. 내가 얼마나 행복했던지….” 손열음씨는 이 곡을 설명하면서 “슈베르트의 가곡들이라면 가사를 모르고 듣는 것도 죽을 죄는 아니라고 생각해요. 종종 대단치 않은 시들마저 천상의 음악으로 바꾸어 놓는 것이 슈베르트니까”라고 했다.

봄볕 창가에서 슈베르트의 가곡을 듣는 일 자체가 봄날 풍경의 완성이 된다. 가사를 알아듣지 못해도 온몸으로 느낄 수 있어.

한 친구가 생전 처음 해외 가는 비행기를 탔는데 너무 피곤해 계속 잠을 잤대. 식사도 거른 채 말이야. 승무원이 깨어난 그에게 뭘 드시겠냐고 물었어. 답이 없자 채식주의자인 줄 알고 “베지테리언?” 하고 묻더래. 베지테리라는 나라가 있나 보다 생각했지. 아주 단호하게 “아임 코리안” 승무원이 조크인 줄 알고 웃고 가더라고만.

산들바람이 융융거리더니 남새밭에 푸른 싹들이 솟네. 뜰엔 벌써 수선화 애기손톱이 보여. 새들이 무슨 정찰기 염알이꾼처럼 마당을 순회하다 가곤 해. 봄볕 쬐면서 커피와 빵을 먹는 내 습관을 기억하는 것 같아. 먹다 남긴 빵부스러기를 물고 재빠르게 내뺀다. 불구덩이 같은 경쟁의 세계와 다른 순환의 세계가 여기에 있어. 다시, 봄날이다. 봄의 언어를 따로 배울 필요 없어라. 그냥 말이 필요 없어. 진심은 느낌으로 충분히 통해. 말의 홍수 속에서 그대 상처 입지 마시길.

 

임의진 목사·시인 경향신문 2022.02.24

List of Articles
번호 제목 글쓴이 날짜 조회 수
11849 이현주 231.무화과나무의 교훈 (막13:28-37) 이현주 2022-07-06 15
11848 한희철 인생의 해가 질 때에도 한희철 2022-07-06 39
11847 임의진 [시골편지] 불수감꽃 file 임의진 2022-07-04 16
11846 임의진 [시골편지] 예비군 아저씨 file 임의진 2022-07-03 19
11845 임의진 [시골편지] 돈타령 file 임의진 2022-07-02 29
11844 임의진 [시골편지] 남바리 file 임의진 2022-07-01 26
11843 임의진 [시골편지] 토끼 간 file 임의진 2022-06-30 13
11842 한희철 가까운 곳에 있는 거룩함 한희철 2022-06-29 29
11841 임의진 [시골편지] 라울 따뷔랭 아저씨 file 임의진 2022-06-29 10
11840 임의진 [시골편지] 시고르 자브종 file 임의진 2022-06-28 18
11839 임의진 [시골편지] 녹음 테이프 file 임의진 2022-06-27 12
11838 임의진 [시골편지] 다리미 file 임의진 2022-06-26 22
11837 임의진 [시골편지] 처갓집 file 임의진 2022-06-25 27
» 임의진 [시골편지] 말이 필요 없어 file 임의진 2022-06-24 32
11835 이현주 221.가이사의 것은 (막12:13-17) 이현주 2022-06-23 13
11834 이현주 부활에 대한 토론 (막12:18-27) 이현주 2022-06-23 10
11833 이현주 으뜸가는 계명 (막12:28-34) 이현주 2022-06-23 27
11832 이현주 누구의 자손? (막12:35-37) 이현주 2022-06-23 13
11831 이현주 높은 자리(막12:38-40) 이현주 2022-06-23 17
11830 이현주 가난한 과부의 헌금(막12:41-44) 이현주 2022-06-23 20
11829 이현주 성전은 무너질 것(막13:1-12) 이현주 2022-06-23 17
11828 이현주 재난의 징조들(막13:3-13) 이현주 2022-06-23 19
11827 이현주 가짜 그리스도들의 출연(막13:14-23) 이현주 2022-06-23 24
11826 이현주 하늘에서 내려오는(막13:24-27) 이현주 2022-06-23 22
11825 한희철 우연이 주는 선물 한희철 2022-06-22 47
11824 한희철 단 하나의 질문 [1] 한희철 2022-06-15 39
11823 이현주 211.부자와 낙타(막10:23-31) 이현주 2022-06-13 22
11822 이현주 죽음과 부활 예고(막10:32-34) 이현주 2022-06-13 11
11821 이현주 빛나는 자리 (막10:35-45) 이현주 2022-06-13 23
11820 이현주 여리고의 맹인 (막10:46-52) 이현주 2022-06-13 16
11819 이현주 예루살렘 입성(막11:1-11) 이현주 2022-06-13 10
11818 이현주 무화과나무1 (막11:12-14) 이현주 2022-06-13 18
11817 이현주 성전의 장사치들 (막11:15-19) 이현주 2022-06-13 14
11816 이현주 무화과나무2(막11:20-26) 이현주 2022-06-13 23
11815 이현주 율법학자들 (막11:11:27-33) 이현주 2022-06-13 12

 

 

 

저자 프로필 ㅣ 이현주한희철이해인김남준임의진홍승표ㅣ 사막교부ㅣ ㅣ

 

개인적인 맨토들의 글을 모았습니다. 천천히 읽으면 더 좋은 글들입니다.

 

(글의 저작권은 각 저자들에게 있습니다. 여기에 있는 글을 다른데로 옮기면 안됩니다)

    본 홈페이지는 조건없이 주고가신 예수님 처럼, 조건없이 퍼가기, 인용, 링크 모두 허용합니다.(단, 이단단체나, 상업적, 불법이용은 엄금)
    *운영자: 최용우 (010-7162-3514) * 9191az@hanmail.net * 30150 세종시 보람1길12 호려울마을2단지 201동 1608호
XE Login