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신글모든게시글모음 인기글(7일간 조회수높은순서)
m-5.jpg
현재접속자

영혼의 샘터

옹달샘

 

개인적인 맨토들의 글을 모았습니다. 천천히 읽으면 더 좋은 글들입니다.

[시골편지] 처갓집

임의진 임의진............... 조회 수 17 추천 수 0 2022.06.25 22:07:12
.........

Cap 2022-06-25 22-02-53-809.jpg

 

[시골편지] 처갓집

 

수도원 맥주를 좋아하는데, 수도승들은 맥주 창고를 처갓집이라 불렀단다. 수도사와 수녀에게 배필이 있을 리 없고, 그만큼 맥주 창고에 가면 ‘성모, 주모, 시모, 장모’ 사랑을 입는다는 뜻이겠지. 그러고 보니 한때 ‘처갓집 양념통닭’이란 상호도 먹자골목마다 성황을 이루곤 했었어. 지질하고 못난 사내를 가리킬 때 ‘처가살이하는 사위’를 꼽았는데, 요샌 그도 재복이요 타고난 여복, 부인복이겠다. 여기에 스리 쿠션으로다가 장모복까지. 장모님의 지극한 사위 사랑으로 사는 자들을 보면 하냥 부러워. 마누라랑 싸우다 그만 장모와도 사이가 틀어지면 쬐끔 꼬시다.

마을의 집들은 죄다 누군가의 시댁이자 동시에 처갓집. 며느리는 달달 볶고, 딸은 애지중지하지만 시집을 보내고 나면 딸도 며느리 신세. 피장파장인 이 시집살이는 여인네들의 오랜 설움이었다. 요샌 그도 다 옛이야기. 열불이 난 며느리가 집을 나가면 손주들을 데려다가 길러야 해. 시골 동네에 보면 할머니 손에 자라는 아이들이 보인다. 친할머니보다 외할머니 손에 자랄 때 태깔이 조금은 곱더라. 자세한 내막은 나도 잘 몰라.

러시아가 처갓집인 친구도 한 명 아는데, 침략전쟁을 일으킨 조국이 부끄러운 시절이겠다. 예전 사회주의 유머는 세계적으로 유명해. 한 모스크바 시민이 크레믈린 광장에서 “스탈린 동무는 바보 머저리다!”라고 피케팅을 했대. 체포되어 무려 11년형을 선고받았는데, 당 서기장 모독죄 1년, 국가기밀 누설죄가 10년이었다고 한다. 공산당 유머는 웃으려면 좀 시간이 걸린다. 러시아 아가씨가 한국 남자에게 시집와선 그 쪼잔함에 실망들 한대. 보드카도 아니고 소주 따위에 혀가 꼬부라지고, 피식하면 춥다며 이불 속으로. 또 처갓집이 멀다며 안 가려 하는데 러시아에선 화장실만 가려도 반나절쯤 걸어간다지. 한국 남자들은 보기보다 연약해.

처갓집 덕분에 어깨를 펴고 사는 분들이 꽤 된다. 덕분에 정치에도 뛰어들고 말이야. ‘리스크’조차 ‘내조’다. 안티도 팬심. 처가의 도움 없이 연명하는 가난한 부부나 솔로도 좀 공정하게 사람답게 살아보자.

임의진 시인 경향신문 2022.03.03 

List of Articles
번호 제목 글쓴이 날짜 조회 수
11290 이현주 범아일여2 이현주 2020-12-29 25
11289 이현주 범아일여1 이현주 2020-12-29 26
11288 이현주 생명의 논리 [1] 이현주 2020-12-29 37
11287 이현주 하나님의 일 이현주 2020-12-20 58
11286 이현주 최고의 직업 [1] 이현주 2020-12-20 53
11285 이현주 시선 이현주 2020-12-20 34
11284 이현주 지금 여기 이현주 2020-12-20 44
11283 이현주 불경죄 이현주 2020-12-20 24
11282 이현주 마지막 순간 이현주 2020-12-20 46
11281 이현주 어미 비둘기 이현주 2020-12-13 28
11280 이현주 갈대 이현주 2020-12-13 23
11279 이현주 새벽기도 이현주 2020-12-13 37
11278 이현주 세상에 원... 이현주 2020-12-13 39
11277 이현주 슬픈 날 이현주 2020-12-13 40
11276 이현주 분명히 말해둔다 이현주 2020-12-13 44
11275 이현주 불멸의 다이아몬드 이현주 2020-12-06 33
11274 이현주 잘했다! 이현주 2020-12-06 31
11273 이현주 지금이라도 이현주 2020-12-06 29
11272 이현주 나는 가만있는데 이현주 2020-12-06 41
11271 이현주 여기까지 왔구나! 이현주 2020-12-06 37
11270 이현주 문득 이현주 2020-12-06 30
11269 이현주 흐르는 개울 이현주 2020-11-28 58
11268 이현주 새소리 이현주 2020-11-28 37
11267 이현주 몇 번이나? 이현주 2020-11-28 32
11266 이현주 때로는 우주라 부르지만 이현주 2020-11-28 33
11265 이현주 험난한 길 이현주 2020-11-28 39
11264 이현주 산 속의 오케스트라 이현주 2020-11-28 30
11263 이현주 죽은 나무들 위에 이현주 2020-11-22 52
11262 이현주 가난한 사람이 복이 있다고 이현주 2020-11-22 40
11261 이현주 누가 말리겠느냐? 이현주 2020-11-22 32
11260 이현주 내가 너를 보는 것이 이현주 2020-11-22 27
11259 이현주 성남 가는 버스 이현주 2020-11-22 31
11258 이현주 이냥 이렇게 이현주 2020-11-22 32
11257 이현주 누군가? 이현주 2020-11-15 41
11256 이현주 아서라, 마라 이현주 2020-11-15 60

 

 

 

저자 프로필 ㅣ 이현주한희철이해인김남준임의진홍승표ㅣ 사막교부ㅣ ㅣ

 

개인적인 맨토들의 글을 모았습니다. 천천히 읽으면 더 좋은 글들입니다.

 

(글의 저작권은 각 저자들에게 있습니다. 여기에 있는 글을 다른데로 옮기면 안됩니다)

    본 홈페이지는 조건없이 주고가신 예수님 처럼, 조건없이 퍼가기, 인용, 링크 모두 허용합니다.(단, 이단단체나, 상업적, 불법이용은 엄금)
    *운영자: 최용우 (010-7162-3514) * 9191az@hanmail.net * 30083 세종특별시 금남면 용포쑥티2길 5-7 (용포리 53-3)
XE Login