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신글모든게시글모음 인기글(7일간 조회수높은순서)
m-5.jpg
현재접속자

영혼의 샘터

옹달샘

 

개인적인 맨토들의 글을 모았습니다. 천천히 읽으면 더 좋은 글들입니다.

[시골편지] 다리미

임의진 임의진............... 조회 수 16 추천 수 0 2022.06.26 20:40:31
.........

Cap 2022-06-26 20-35-29-577.jpg

[시골편지] 다리미

 

물건을 어디 뒀는지 찾느라 허둥지둥. 겨울옷 드라이를 맡겨놓고 왔으면서 찾느라 한참 옷장을 뒤졌어. 운전 중에 마시려고 커피를 내려 보온병에 담아뒀는데, 빈손으로 출발. 자주 그런다. 수다나 떨고 앉았을 노는 친구는 없고, 무엇보다 커피값이 비싸 커피집은 패스. 집에 놓고 온 맛난 커피가 계속 아른거려. 거절을 못해 금방 물고기처럼 잊고 낚싯바늘을 물곤 해. 이혼이란 인내력이 동날 때 가능, 재혼은 기억력이 없을 때 가능하다던가. 이 난리를 여러 번 치른 친구도 아는데, 아니면 말고 될 대로 되라 식 같더라. 그도 타고난 능력이겠지?

이런 얘기가 있어. 부인이 너무 건망증이 심해 국이며 생선이며 태우기 일쑤. 어딜 같이 나가면 “여보! 내가 다리미를 끄지 않고 나온 거 같아. 얼른 집으로 돌아갑시다” 이러기를 매번. 그러자 남편은 “응. 내 가방 좀 열어봐요” 부인이 뒷좌석 가방을 찾아 여는 순간 다리미가 들어 있더래. “내가 이제 다리미를 아예 갖고 다니기로 했소.” 아, 남편의 강력한 처방전.

사람들은 만나면 배틀이 붙곤 하는데, 건망증 배틀이 가장 재미있다. 택시에 타서 “기사님! 제가 어디 가자고 그랬죠?” 오히려 기사에게 묻고, 기사는 “손님! 도대체 언제 제 차에 타셨어요?” 하고 물으면 기사가 승.

스페인 여행 때 호텔에 딸린 헬스클럽에 가볼 기회가 있었어. 직원이 방향을 가리키며 “힘나시오” 하길래 ‘와, 한국말을 다 아네’ 큰소리로 ‘힘나시오’ 따라했더니 묘한 표정. 알고 보니 헬스클럽을 힘나시오(Gimnasio)라고 발음한다덩만. 이런 낱말은 금방금방 외우겠는데, 나머진 뒤통수부터 골머리가 띵. 나이 들면 어학공부가 힘든 게 기억력이 깜박깜박, 오락가락.

요즘은 마스크 땜에 더더욱 사람을 못 알아보겠어. 인사를 해오면 뉜지 모르면서도 답해드리고 ‘누구지?’ 계속 머리를 굴리게 돼. 두려운 건 역병이 끝난 뒤 마스크를 모두 벗게 될 때도 사람을 못 알아보면 어쩐다지? 알코올성 치매가 왔구나 하겠지. 정치도 발전이 더딘 건 건망증 때문이겠다. 잊을 만하면 불쑥 되돌이표. 당신이 그 일을 잊는 순간을 기다려온 것. 정신을 바짝 차리고, 가슴에 새기는 습관을 길러야 해. 다리미를 들고 다니진 말자고.

임의진 목사·시인  <경향신문>2022.03.10

List of Articles
번호 제목 글쓴이 날짜 조회 수
11290 이현주 범아일여2 이현주 2020-12-29 25
11289 이현주 범아일여1 이현주 2020-12-29 26
11288 이현주 생명의 논리 [1] 이현주 2020-12-29 37
11287 이현주 하나님의 일 이현주 2020-12-20 58
11286 이현주 최고의 직업 [1] 이현주 2020-12-20 53
11285 이현주 시선 이현주 2020-12-20 34
11284 이현주 지금 여기 이현주 2020-12-20 44
11283 이현주 불경죄 이현주 2020-12-20 24
11282 이현주 마지막 순간 이현주 2020-12-20 46
11281 이현주 어미 비둘기 이현주 2020-12-13 28
11280 이현주 갈대 이현주 2020-12-13 23
11279 이현주 새벽기도 이현주 2020-12-13 37
11278 이현주 세상에 원... 이현주 2020-12-13 39
11277 이현주 슬픈 날 이현주 2020-12-13 40
11276 이현주 분명히 말해둔다 이현주 2020-12-13 44
11275 이현주 불멸의 다이아몬드 이현주 2020-12-06 33
11274 이현주 잘했다! 이현주 2020-12-06 31
11273 이현주 지금이라도 이현주 2020-12-06 29
11272 이현주 나는 가만있는데 이현주 2020-12-06 41
11271 이현주 여기까지 왔구나! 이현주 2020-12-06 37
11270 이현주 문득 이현주 2020-12-06 30
11269 이현주 흐르는 개울 이현주 2020-11-28 58
11268 이현주 새소리 이현주 2020-11-28 37
11267 이현주 몇 번이나? 이현주 2020-11-28 32
11266 이현주 때로는 우주라 부르지만 이현주 2020-11-28 33
11265 이현주 험난한 길 이현주 2020-11-28 39
11264 이현주 산 속의 오케스트라 이현주 2020-11-28 30
11263 이현주 죽은 나무들 위에 이현주 2020-11-22 52
11262 이현주 가난한 사람이 복이 있다고 이현주 2020-11-22 40
11261 이현주 누가 말리겠느냐? 이현주 2020-11-22 32
11260 이현주 내가 너를 보는 것이 이현주 2020-11-22 27
11259 이현주 성남 가는 버스 이현주 2020-11-22 31
11258 이현주 이냥 이렇게 이현주 2020-11-22 32
11257 이현주 누군가? 이현주 2020-11-15 41
11256 이현주 아서라, 마라 이현주 2020-11-15 60

 

 

 

저자 프로필 ㅣ 이현주한희철이해인김남준임의진홍승표ㅣ 사막교부ㅣ ㅣ

 

개인적인 맨토들의 글을 모았습니다. 천천히 읽으면 더 좋은 글들입니다.

 

(글의 저작권은 각 저자들에게 있습니다. 여기에 있는 글을 다른데로 옮기면 안됩니다)

    본 홈페이지는 조건없이 주고가신 예수님 처럼, 조건없이 퍼가기, 인용, 링크 모두 허용합니다.(단, 이단단체나, 상업적, 불법이용은 엄금)
    *운영자: 최용우 (010-7162-3514) * 9191az@hanmail.net * 30083 세종특별시 금남면 용포쑥티2길 5-7 (용포리 53-3)
XE Login