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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까운 곳에 있는 거룩함

한희철 한희철............... 조회 수 29 추천 수 0 2022.06.29 19:47:4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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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까운 곳에 있는 거룩함
며칠 전에는 정말 많은 비가 내렸습니다. 기후위기의 한 징조 아닐까 싶을 만큼 시원한 비를 보기가 어려워졌습니다. 겨울 장마라는 말도 흔한 말이 되었고, 마른장마라는 말도 어렵지 않게 듣게 됩니다. 곡식을 심어야 하는데 물이 없어 때를 놓치는 일이 빈번해집니다. 마른 땅에 물을 대야 하는데 저수지와 호수의 물이 말라 바닥을 드러내기 일쑤지요.
그런 점에서 모처럼 많은 비가 종일 내리던 날은 아예 모든 일을 멈추고 내리는 비만 바라보고 싶을 만큼 반가운 마음이 컸습니다. 듣던 음악을 끄고 빗소리를 듣는 것만으로도 즐거웠습니다. 메말랐던 것은 대지만이 아니어서 마음도 메말랐던 것이었습니다.
시원하게 내리는 비를 보고 있자니 어릴 적 기억 하나가 떠올랐습니다. 초등학교 3학년 여름쯤으로 기억을 합니다. 까마득히 오래 전 일이지만 두어 가지 확실한 것도 있습니다. 그날도 비가 엄청 내렸다는 것과, 그날이 수요일이었다는 것입니다.
어찌 날씨며 요일까지 기억하느냐 할지 몰라도 그럴만한 까닭이 있습니다. 어릴 적 고향교회에서는 수요일 오후에 어린이예배를 드렸습니다. 대개는 선생님 한 분이 나오셔서 성경 이야기를 들려주었습니다. 열심 있는 선생님들이 정성으로 준비한 성경연속동화를 들려주었는데, 시간 가는 것이 아까울 만큼 재미있는 시간이었습니다. 침을 꼴깍 삼킬 만큼 아슬아슬한 순간이 되면, 다음 이야기는 다음 주에 들려줄게, 그렇게 이야기를 마치고는 했지요. 그러면 다음에 이어질 내용을 마음으로 상상하며 한 주를 보내곤 했는데, 시간이 더디 가고는 했습니다.
그렇게 억수 같이 비가 쏟아지던 수요일, 이상하게도 종소리가 들리지를 않았습니다. 시계가 귀하던 시절, 예배가 있는 날은 예배당 마당에 있는 종을 쳤었지요. 빗소리에 지워진 것인지, 비가 너무 많이 와서 선생님이 안 나온 것인지 몰랐습니다.
망설이다가 집을 나섰습니다. 당시만 해도 우산이 무척 귀했습니다. 비를 쫄딱 맞으며 예배당을 향해 달렸지요. 현관으로 들어서며 보니 신발장에는 누구의 신발도 보이지를 않았습니다. 비 어둠이 일찍 내린 텅 빈 예배당 문을 열었을 때, 예배당 안에는 아무도 없는 것이 아니었습니다. 앞쪽에 있는 문으로 들어오셨지 싶은 선생님 한 분이 제단 앞에 무릎을 꿇고 조용히 기도를 하고 있었습니다.
선생님이 누구였는지, 둘이서 예배를 드렸는지, 기도만 하고 마쳤는지, 그 다음 기억은 다시 흐릿합니다. 하지만 비 오던 수요일 그날의 기억은 마음속에 선명하게 남아 있습니다. 아무도 없는 텅 빈 예배당 제단 앞에 홀로 무릎을 꿇고 기도하던 선생님은 지금까지 마음에 남아 나를 가르칩니다. 놀랍고 특별한 일을 해서가 아니라, 마땅히 지켜야 할 자리를 지키는 것이 거룩한 일이라고 나직하게 가르칩니다.
세상의 시선에서 벗어나 지금 내가 제자리에 있는 것인지 자신이 없을 때면, 선생님은 따뜻한 기억으로 떠오르고는 합니다. 두리번거리지 말라고, 흔들리지 말라고 마음을 붙잡아 줍니다. 어디 따로 특별한 곳이 아니라, 거룩함은 우리 삶 가까운 곳에 있는 것이었습니다.
<교차로> ‘아름다운 사회’ 2022.6.2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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