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신글모든게시글모음 인기글(7일간 조회수높은순서)
m-5.jpg
현재접속자

영혼의 샘터

옹달샘

 

개인적인 맨토들의 글을 모았습니다. 천천히 읽으면 더 좋은 글들입니다.

[시골편지] 예비군 아저씨

임의진 임의진............... 조회 수 14 추천 수 0 2022.07.03 20:58:20
.........

Cap 2022-07-03 20-54-23-835.jpg

[시골편지] 예비군 아저씨

 

동네 근처에 예비군 훈련소가 있다. 삐딱하게 군모를 눌러쓴 예비군들이 가끔 보이곤 해. 한동안 코로나19로 예비군 훈련이 없나 조용하던데, 앞으론 소집 훈련을 재개한다니 내 눈에도 띄겠군 그래. 예비군 훈련장 근처를 지나가면 확성기에 군가가 왱왱. “어제의 용사들이 다시 뭉쳤다. 직장마다 피가 끓어 드높은 사기. 총을 들고 건설하며 보람에 산다. 우리는 대한의 향토 예비군. 나오라! 붉은 무리 침략자들아. 예비군 가는 길에 승리뿐이다….” 붉은 무리는 누구를 가리키는진 잘 모르겠고. 작곡가 이화목은 가수 정미조가 노래해 히트시킨 ‘개여울’을 작곡한 분. ‘비둘기 집’ ‘안개 속에 가버린 사랑’ 등 수많은 명곡을 남겼는데 군가도 여러 편.

예비군들의 행진은 요쪽 말로 느려터진 싸목싸목(느린) 행진. 그러면 사투리에 능한 교관 병장이 “선배님들! 싸개싸개(빨리빨리) 갑시다잉” 한마디. “아따 애기가 울먹이고 고생 안허요. 도와가믄서 싸개싸개 합시다들.” 장교 출신 예비역이 거든다. “먹탱이(귀머거리)들 실기(가는 귀)가 묵어가꼬 먼말인지 당최 모르겄소잉.” 해찰을 부리며 뒤따르는 예비군 아저씨들. 과거 예비군 동원훈련 며칠 동안 고생을 하면서 지냈던 밤들을 기억한다. 별들이 참 많이도 뜬 밤이었지.

지구 한쪽에선 쉬지 않고 전쟁이 계속. 가까이 북녘에선 개혁 개방의 축포 대신 거푸 미사일을 쏘며 근육질을 보여준다. 여기에 남녘 새 정부는 강력한 군사훈련을 하겠다며 벼르고 있는데, 예비군들은 얼른 집에 가서 발 닦고 젖먹이 애기랑 놀아주고 싶어. 총 쏘는 법도 배웠건만 집에서 ‘높은 분’이 입으로 따다다다 쏘는 말 총탄에 평생 부상병 신세. 온 세상에 평화가 가득하길 기도해보지만 이뤄지기 힘든 일임을 집 안에서 몸소 체험. 특히 인척이나 지인들에 의한 언어폭력, 언어총탄들에 그만들 맞아 죽었으면 바라는 예비군들. 먹고살기도 힘든 세상에, 예비군 훈련만큼은 살살 좀 했으면. 언젠가 군가는 통째 잊고 ‘개여울’을 부르며 살았으면 바란다.

임의진 목사·시인  경향신문 2022.04.28

 
List of Articles
번호 제목 글쓴이 날짜 조회 수
11875 이현주 무덤을 찾아간 여인들(막16:1-8) 이현주 2022-07-18 20
11874 이현주 무덤에 안장되심(막15:42-47) 이현주 2022-07-18 6
11873 이현주 십자가 아래 여인들(막15:40-41) 이현주 2022-07-18 35
11872 이현주 마지막 숨을 거두심(막15:33-39) 이현주 2022-07-18 11
11871 이현주 십자가에 못 박히심 (막15:16-32) 이현주 2022-07-18 10
11870 이현주 빌라도와 군중 (막15:6-15) 이현주 2022-07-18 6
11869 이현주 빌라도와 예수 (막15:1-5) 이현주 2022-07-18 6
11868 이현주 베드로의 부인 (막14:66-72) 이현주 2022-07-18 16
11867 이현주 241.조롱당하심 (막14:53-65) 이현주 2022-07-18 11
11866 임의진 [시골편지] 니얼굴 file 임의진 2022-07-17 14
11865 임의진 [시골편지] 당근 말밥 file 임의진 2022-07-15 17
11864 한희철 진짜는 항상 아름답다 한희철 2022-07-14 52
11863 임의진 [시골편지] 곡예사의 첫사랑 file 임의진 2022-07-13 16
11862 임의진 [시골편지] 돈오리 비해피 file 임의진 2022-07-12 17
11861 임의진 [시골편지] 오래살기 대회 file 임의진 2022-07-10 23
11860 임의진 [시골편지] 어금니 file 임의진 2022-07-09 13
11859 임의진 [시골편지] 갑오징어 먹물 file 임의진 2022-07-08 19
11858 이현주 알몸으로 달아난 (막14:51-52) 이현주 2022-07-06 51
11857 이현주 체포당하심 (막14:32-50) 이현주 2022-07-06 9
11856 이현주 베드로의 부인 예고 (막14:27-31) 이현주 2022-07-06 11
11855 이현주 빵과 포도주 (막14:22-26) 이현주 2022-07-06 9
11854 이현주 배신 예고(막14:17-21) 이현주 2022-07-06 8
11853 이현주 유월절 음식상 (막14:12-16) 이현주 2022-07-06 5
11852 이현주 예수를 판 유다 (막14:10-11) 이현주 2022-07-06 9
11851 이현주 향유를 부은 여인 (막14:3-9) 이현주 2022-07-06 12
11850 이현주 음모 (막14:1-2) 이현주 2022-07-06 7
11849 이현주 231.무화과나무의 교훈 (막13:28-37) 이현주 2022-07-06 8
11848 한희철 인생의 해가 질 때에도 한희철 2022-07-06 32
11847 임의진 [시골편지] 불수감꽃 file 임의진 2022-07-04 11
» 임의진 [시골편지] 예비군 아저씨 file 임의진 2022-07-03 14
11845 임의진 [시골편지] 돈타령 file 임의진 2022-07-02 22
11844 임의진 [시골편지] 남바리 file 임의진 2022-07-01 20
11843 임의진 [시골편지] 토끼 간 file 임의진 2022-06-30 11
11842 한희철 가까운 곳에 있는 거룩함 한희철 2022-06-29 24
11841 임의진 [시골편지] 라울 따뷔랭 아저씨 file 임의진 2022-06-29 8

 

 

 

저자 프로필 ㅣ 이현주한희철이해인김남준임의진홍승표ㅣ 사막교부ㅣ ㅣ

 

개인적인 맨토들의 글을 모았습니다. 천천히 읽으면 더 좋은 글들입니다.

 

(글의 저작권은 각 저자들에게 있습니다. 여기에 있는 글을 다른데로 옮기면 안됩니다)

    본 홈페이지는 조건없이 주고가신 예수님 처럼, 조건없이 퍼가기, 인용, 링크 모두 허용합니다.(단, 이단단체나, 상업적, 불법이용은 엄금)
    *운영자: 최용우 (010-7162-3514) * 9191az@hanmail.net * 30083 세종특별시 금남면 용포쑥티2길 5-7 (용포리 53-3)
XE Login