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신글모든게시글모음 인기글(7일간 조회수높은순서)
m-5.jpg
현재접속자

영혼의 샘터

옹달샘

 

개인적인 맨토들의 글을 모았습니다. 천천히 읽으면 더 좋은 글들입니다.

인생의 해가 질 때에도

한희철 한희철............... 조회 수 32 추천 수 0 2022.07.06 07:54:38
.........
인생의 해가 질 때에도
어릴 적 동네 친구들과 즐겨 했던 놀이 중에 땅따먹기라는 놀이가 있습니다. 그야말로 작은 돌멩이 하나씩만 있으면 얼마든지 가능한 놀이였습니다. 이밥을 배불리 먹는 날이 언제 올까 싶을 만큼 시절은 가난했지만, 그럴수록 우리들은 놀이의 천재가 되었습니다. 하루해가 심심하게 기운 날은 별로 없었을 겁니다.
운동장이나 마당에 작은 땅만 있으면 충분했습니다. 서너 명의 아이들이 모여 땅 위에 금을 긋고는 땅따먹기를 시작했습니다. 금은 둥근 모양이나 네모 모양으로 그었는데, 모양에 상관없이 금 안의 공간은 우리들만의 제국이 되곤 했습니다.
놀이를 시작하며 가장 먼저 했던 일은 자기 집을 마련하는 것이었습니다. 내 집으로 삼고 싶은 곳을 찾아 손가락을 한껏 펴고 집의 중심이 되는 지점에 엄지를 고정 시킨 뒤 새끼손가락으로 원을 그었습니다. 컴퍼스로 원을 그리듯 손가락으로 그린 만큼이 내 집이 되었습니다. 손이 크면 그만큼 큰 집에서 시작할 수가 있었지만, 그 정도는 서로가 받아들일만한 공평함이었습니다.
내 순서가 돌아오면 내 집 안에서 돌을 튕기기 시작합니다. 알맞은 크기의 납작한 돌을 고르는 것이 매우 중요했습니다. 길을 가다가도 눈에 띄는 돌이 보이면 그냥 지나치지 않고 챙겨두었던 것은 그런 이유 때문이었습니다.
한 번, 두 번, 세 번, 손가락으로 돌을 튕겨 처음 떠났던 집으로 돌아오면 돌이 지나간 만큼이 내 땅이 되는데, 거기에는 중요한 규칙이 한 가지 있습니다. 세 번째에는 반드시 내 집으로 들어와야 했습니다.
아무리 큰 땅을 차지해도 세 번째 돌이 집으로 돌아오지 못하면 아무 소용이 없었습니다. 넓은 땅을 차지하고 싶은 욕심에 돌을 멀리 보낼 수는 있지만, 처음에 그어놓은 금 밖으로 나가든지 세 번째 돌을 튕겨 집으로 돌아오지 못하면 헛수고가 됩니다. 다음 친구에게 차례가 넘어가고, 내 차례가 돌아오기를 기다려야 했습니다.
어떤 날은 땅을 많이 차지하기도 하고, 어떤 날은 잃기도 했지요. 내 땅이 아닌데도 땅을 많이 차지하면 큰 부자가 된 양 마음이 뿌듯했고 꿈이 달았습니다. 땅을 잃은 날은 마음이 축 가라앉고 어서 다음날이 찾아와 잃어버린 땅을 되찾아야지 다짐을 하기도 했습니다.
나이 때문일까요, 어릴 적 땅따먹기를 떠올리면 선명하게 다가오는 생각이 있습니다. 땅을 많이 따든 모두 잃든, 하루해가 저물면 집으로 돌아가야 했다는 사실입니다. 놀이에 열중하고 있는 동안 어느새 깔려드는 땅거미와 함께 동내를 채우는 것이 있었습니다. 저녁밥 먹으라고 부르는 어머니들의 목소리였습니다. 그러면 누구도 예외가 없었습니다. 다 두고 집으로 돌아갔고, 찾아온 어둠이 우리가 보낸 시간의 흔적들을 다 덮고는 했습니다.
우리의 인생이 무엇 다를까 싶습니다. 세상을 사는 동안에야 더 많은 땅, 더 넓은 집, 더 많은 재산을 모으기 위해 애를 쓰지만 인생의 해가 지면 모두 두고 떠날 수밖에 없습니다. 차지한 것이 크다고 작다고 아웅다웅할 일이 아니다 싶습니다.
<교차로> ‘아름다운 사회’ 2022.7.6
List of Articles
번호 제목 글쓴이 날짜sort 조회 수
11885 이현주 인사 (눅1:1-4) 이현주 2022-07-29 17
11884 이현주 하나님 오른편에 (막16:19-20) 이현주 2022-07-29 22
11883 이현주 251.열한제자에게 나타나심(막16:14-18) 이현주 2022-07-29 21
11882 한희철 내면의 폭군 한희철 2022-07-27 33
11881 임의진 [시골편지] 메리지아레 file 임의진 2022-07-26 28
11880 임의진 [시골편지] 또옵써 file 임의진 2022-07-24 22
11879 임의진 [시골편지] 도시가스 file 임의진 2022-07-23 38
11878 한희철 누구나 괴물이 될 수 있다 한희철 2022-07-20 46
11877 임의진 [시골편지] 짝달비 file 임의진 2022-07-19 18
11876 이현주 믿지 않는 제자들(막16:9-13) 이현주 2022-07-18 27
11875 이현주 무덤을 찾아간 여인들(막16:1-8) 이현주 2022-07-18 20
11874 이현주 무덤에 안장되심(막15:42-47) 이현주 2022-07-18 6
11873 이현주 십자가 아래 여인들(막15:40-41) 이현주 2022-07-18 35
11872 이현주 마지막 숨을 거두심(막15:33-39) 이현주 2022-07-18 11
11871 이현주 십자가에 못 박히심 (막15:16-32) 이현주 2022-07-18 10
11870 이현주 빌라도와 군중 (막15:6-15) 이현주 2022-07-18 6
11869 이현주 빌라도와 예수 (막15:1-5) 이현주 2022-07-18 6
11868 이현주 베드로의 부인 (막14:66-72) 이현주 2022-07-18 16
11867 이현주 241.조롱당하심 (막14:53-65) 이현주 2022-07-18 11
11866 임의진 [시골편지] 니얼굴 file 임의진 2022-07-17 14
11865 임의진 [시골편지] 당근 말밥 file 임의진 2022-07-15 17
11864 한희철 진짜는 항상 아름답다 한희철 2022-07-14 52
11863 임의진 [시골편지] 곡예사의 첫사랑 file 임의진 2022-07-13 16
11862 임의진 [시골편지] 돈오리 비해피 file 임의진 2022-07-12 17
11861 임의진 [시골편지] 오래살기 대회 file 임의진 2022-07-10 23
11860 임의진 [시골편지] 어금니 file 임의진 2022-07-09 13
11859 임의진 [시골편지] 갑오징어 먹물 file 임의진 2022-07-08 19
11858 이현주 알몸으로 달아난 (막14:51-52) 이현주 2022-07-06 54
11857 이현주 체포당하심 (막14:32-50) 이현주 2022-07-06 9
11856 이현주 베드로의 부인 예고 (막14:27-31) 이현주 2022-07-06 11
11855 이현주 빵과 포도주 (막14:22-26) 이현주 2022-07-06 9
11854 이현주 배신 예고(막14:17-21) 이현주 2022-07-06 8
11853 이현주 유월절 음식상 (막14:12-16) 이현주 2022-07-06 5
11852 이현주 예수를 판 유다 (막14:10-11) 이현주 2022-07-06 9
11851 이현주 향유를 부은 여인 (막14:3-9) 이현주 2022-07-06 12

 

 

 

저자 프로필 ㅣ 이현주한희철이해인김남준임의진홍승표ㅣ 사막교부ㅣ ㅣ

 

개인적인 맨토들의 글을 모았습니다. 천천히 읽으면 더 좋은 글들입니다.

 

(글의 저작권은 각 저자들에게 있습니다. 여기에 있는 글을 다른데로 옮기면 안됩니다)

    본 홈페이지는 조건없이 주고가신 예수님 처럼, 조건없이 퍼가기, 인용, 링크 모두 허용합니다.(단, 이단단체나, 상업적, 불법이용은 엄금)
    *운영자: 최용우 (010-7162-3514) * 9191az@hanmail.net * 30083 세종특별시 금남면 용포쑥티2길 5-7 (용포리 53-3)
XE Login