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개인적인 맨토들의 글을 모았습니다. 천천히 읽으면 더 좋은 글들입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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말에서 내리는 시간
어느새 8월 중순, 모기 입도 삐뚤어진다는 ‘처서’가 지나가고 있습니다. 여전히 우리를 지치게 하는 무더위가 쉽게 물러서지는 않겠지만, 그래도 이제부터는 쏟아지는 볕에 곡식과 과일이 저만의 빛깔과 무게로 익어갈 것입니다.
올해 휴가는 잘 다녀왔는지요? 어디로 떠나 어떤 시간을 보냈는지 궁금합니다. 갈수록 우리의 생활방식도 달라져, 일보다는 쉼에 대한 관심이 높아지는 것 같습니다. 수입은 조금 적어도 쉬고 싶을 때 편하게 쉴 수 있는 직장이 오히려 인기가 높다는 말을 들은 적이 있습니다.
코로나로 인해 조심스럽기도 했고, 피할 수 없는 일들이 이어지기도 한 까닭에 저는 아직 휴가를 다녀오지 못했습니다. 이왕 늦은 것, 선선한 바람이 불 때 한적한 곳에서 조용한 시간을 갖는 것도 좋겠다 싶어 기대를 하고 있습니다. 열어둔 문 사이로 밤하늘의 달을 보는 한가함閒을 즐기고 싶은 것이지요.
‘휴가’休暇 할 때의 ‘쉴 휴’休라는 글자는, 人(사람 인)자와 木(나무 목)자가 합해진 모습입니다. 글자 자체가 사람이 나무에 기대고 있는 모습을 표현하고 있습니다. 그늘에 들어 나무에 등을 기댄 채 쉬고 있는 모습이 떠오릅니다.
‘틈 가’暇라는 글자는, 日(해 일)자와 叚(빌릴 가)자가 합해진 모습입니다. 가叚자는 무언가를 손으로 건네주는 모습을 담은 것으로 ‘빌리다’라는 뜻이 있습니다. 그러니 暇라는 글자는 ‘날을 빌리다’라는 뜻을 가지고 있는 셈입니다.
흔히 휴가를 ‘바캉스’라고 부르는데, 이 말은 라틴어 ‘비우다’라는 말에서 왔다고 합니다. 익숙했던 일상에서 벗어나 나를 비우는 것이 휴가의 의미임을 돌아보게 합니다. 휴가를 우리말로 옮기자면 ‘겨를’이 어떨까 싶습니다. ‘겨를’이란 ‘어떤 일을 하다가 다른 일이나 생각으로 돌릴 수 있는 시간적인 여유’를 뜻합니다. 대개는 ‘잠시 쉴 겨를도 없이’처럼 부정적 형태로 쓰이지만, 본래의 뜻을 살린다면 얼마든지 휴가의 뜻을 담겠다 싶습니다.
인디언들은 말을 타고 달리다가 이따금씩은 일부러 말에서 내려 자기가 달려온 쪽을 한참 바라본다고 합니다. 그런 뒤에 다시 말을 타고 달린다는 것입니다. 지친 말에게 쉴 수 있는 시간을 주거나, 자신이 잠시 쉬어가기 위해서 그러는 것이 아니었습니다.
말을 타고 너무 빨리 달려와서 혹시라도 자신의 영혼이 미처 따라오지 못한 것은 아닐까, 자신의 영혼이 돌아올 때를 기다리는 것이라고 합니다. 한참을 기다려 자신의 영혼이 왔다 싶으면, 다시 말을 타고 달리는 것이지요.
미개하고 어리석다고 비난할 일이 아니다 싶습니다. 그러기에는 우리가 너무나도 분주하게 살아가고 있기 때문입니다. 언제 어디에다 내 소중한 영혼을 잃어버렸는지도 모른 채 내달리기만 하고 있는 우리들의 모습이, 말에서 내린 인디언의 모습과 겹칩니다.
가장 소중한 것을 잃어버린 채 쫓기듯이 살고 있는 것이 오늘 우리들의 삶이라면 일부러라도 걸음을 멈출 필요가 있습니다. 시간과 일에서 벗어나 소홀했던 영혼을 되찾는 시간이 필요한 것이지요. 우리야말로 말에서 내리는 시간이 필요합니다.
<교차로> '아름다운 사회' 2022.8.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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