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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비를 놓친 아이

한희철 한희철............... 조회 수 34 추천 수 0 2022.10.06 08:05:5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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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비를 놓친 아이

 

연암 박지원의 글쓰기 방법론을 소설 형식으로 서술하고 있는 『연암에게 글쓰기를 배우다』라는 책을 흥미 있게 읽은 적이 있습니다. 전개되는 이야기를 따라가다 보면 자연스레 연암의 글쓰기에 대해 배우고 생각하게 되니 기발한 착상이라 여겨집니다.
책에서는 여섯 가지로 연암의 글쓰기를 정리하고 있었습니다. 정밀하게 독서하라, 관찰하고 통찰하라, 원칙을 따르되 적절하게 변통하여 뜻을 전달하라, ‘사이’의 통합적 관점을 만들라, 실전에 적용할 수 있는 글을 쓰라, 분발심을 잊지 말라는 것입니다.
여섯 가지 가르침 중 마음에 와닿는 몇몇 대목을 이야기하면 다음과 같습니다. 글쓰기의 시작을 읽기에서 찾고 있는 것이 좋은 지적으로 여겨집니다. 그것도 천천히, 꼼꼼하게 읽는 데 있다는 것이지요. 느리게 읽기, 오래 씹기, 되새김의 중요함에 대해 생각하게 됩니다.
약(約)과 오(悟)의 이치도 새로웠습니다. 세상은 하나의 커다란 책, 그런데도 이해가 되지 않을 때에는 거리를 두고 객관적으로 바라보는 것이 도움이 되는데 그것이 바로 약(約)의 이치, 약을 알고 난 뒤 넓고 깊게 반복하다 보면 불현듯 통찰의 순간이 오는데 그것이 바로 오(悟)의 이치라는 것입니다. 관찰이 없으면 통찰도 없다는 말이 명쾌합니다.
이명(耳鳴)과 코골이 이야기는 이내 공감이 되었습니다. 자기만 알고 남들은 모르는 것이 이명이고, 자기만 모르고 남들은 다 아는 것이 코골이라는 것입니다. 아무리 글을 잘 썼다 해도 그 뜻이 제대로 전달되지 않으면 의미가 없다는 것이지요.
내 뜻을 제대로 전달하기 위해서는 옛 것을 모범으로 삼되 변통할 줄 아는 것과, 변통하되 바른 기준을 지킬 줄 아는 창조적인 변통이 필요하다는 가르침은 ‘사마천과 반고가 다시 태어난다 해도 결코 그들을 배우지 않으리라’는 말속에 잘 담겨 있다고 보입니다.
분발심을 잊지 말라며 사마천이 사기(史記)를 저술할 때의 마음을 나비를 잡는 아이의 모습에서 찾고 있는 것이 뜻밖이었습니다.
꽃에 내려앉은 나비를 잡기 위해 아이 하나가 살금살금 발꿈치를 든 채 다가갑니다.
마침내 아이는 엄지와 검지 사이를 집게처럼 벌리고 나비를 잡으려 합니다. 그러나 나비는 아이의 모든 동작을 꿰뚫고 있었다는 듯 두 개의 손가락이 하나로 합해지기 직전, 그 아찔한 틈을 놓치지 않고 사뿐 날아오릅니다.
그러면 나비를 놓친 아이가 자기를 바라보고 있던 다른 아이들을 향해 웃는데, 그 웃음 속에는 안타까움과 아쉬움, 미묘한 분노가 함께 깃들어 있지요. 궁형의 수모를 당하면서도 사기를 기록한 사마천의 마음은 안타까움과 아쉬움과 분노로 가득 차 있었는데, 바로 그것이 진심으로 쓰는 글이 세상을 움직일 수 있음을 믿는 분발심이 되었다는 것입니다.
그 대목에서 드는 생각이 있었습니다.
나비를 놓친 아이에게 어찌 안타까움과 아쉬움과 분노밖에 없을까, 나비가 달아나서 다행이라는, 나비를 잡지 못해서 오히려 잘 됐다는 마음이 얼마든지 있지 않을까요?
잡지 못한 나비에 대한 다행스러움과 고마움, 그것은 사랑일 수 있습니다. 글쓰기는 물론 인생살이에 있어서 언제라도 바탕이 되는 것은 사랑일 것입니다.

한희철 목사 교차로 2022.1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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