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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무도 무릎을 꿇는 자가 없었다

한희철 한희철............... 조회 수 46 추천 수 0 2022.11.09 17:52: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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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무도 무릎을 꿇는 자가 없었다
그날 그 시간 그 자리에는 얼마나 많은 꿈들이 사라진 것일까요? 얼마나 눈부신 꿈들이 채 피기도 전에 소멸된 것일까요? 얼마나 아름다운 만남들이, 얼마나 소중한 관계들이 한 순간에 끊어지고 만 것일까요? 테이프로 둘러진 채 텅 비어버린 골목에는 얼마나 많은 사연들이 뒤엉겨 있는 것일까요?
사랑하는 딸을 졸지에 잃은 한 어머니는 자신이 겪는 고통을 두고 “숨이 쉬어지지 않는다.”고 했습니다. 그 말에 숨이 턱 막힙니다. 누가 같은 일을 당했어도 마찬가지겠다 싶기 때문입니다.
한국으로 유학을 온 아들을 잃은 미국인 아버지 스티브는 “수억 번 가슴이 바늘로 찔리는 것 같다.”고 아픔을 토로했습니다. 그 말이 가슴을 찌릅니다. 내 아이가 같은 희생을 당했다 생각하면 이내 공감할 수 있는 말이기 때문입니다.
어느 누구에게 아들이 소중하고 사랑스럽지 않을까만 스티브는 아들을 ‘어디에서나 친구를 쉽게 사귈 수 있는 놀라운 영혼의 소유자’로 기억하고 있었습니다. 믿을 수 없을 만큼 우정을 소중히 여겼고 그를 아는 누구에게나 훌륭한 친구였다니, 수억 번 바늘에 찔리는 것 같다는 아픔에 공감을 하게 됩니다.
스티브는 그날 아들과 친구들이 중간고사를 마치고 놀러 간다는 것은 알고 있었으나, 할로윈 행사를 즐기러 이태원으로 간다는 것은 알지 못했다고 합니다. 그는 아들에게 “밖에 나가 있는 것을 알고 있다. 조심해라. 사랑한다.”고 문자 메시지를 보냈는데, 그것이 아들에게 보낸 마지막 문자가 되고 말았습니다. 아들로부터 받지 못한 대답 대신 그에게 돌아온 것은 아들이 이태원 압사 사고로 숨졌다는 미국 대사관으로부터의 연락이었습니다.
참사 이후 진행되는 일들을 보며 미국인 아버지는 “한국 경찰에 완전히 실망했다. 그들은 자신의 일을 하지 않았고, 책임을 져야 한다.”며 분노하고 있습니다. 주변 사람들이 그에게 아들을 찾으러 서울로 갈 의향이 있냐고 묻지만 자신이 서울에 가면 분노를 참지 못해서 결국 감옥에 가게 될 것 같다고 하는 모습을 보며, 그의 분노와 아픔이 얼마나 큰 것인지를 헤아리게 됩니다.
서울 한 복판에서 일어난 대규모의 참사, 몇 몇 부서 몇 몇 책임 있는 자들만이라도 주어진 본분을 다했다면 얼마든지 없어도 좋았을 비극이었기에 안타까움과 분노가 더합니다. 이런 와중에 이 일에 가장 큰 책임을 져야 할 이들이 보이는 태도는 일어난 비극과는 너무나도 대조적입니다. 책임을 피하기 위한 변명과 꼼수들과 거짓말, 전혀 아픔을 공감하지 못하는 태도는 아픔의 언저리에도 닿지를 못합니다.
책임소재를 묻고 있는 외신 기자들 앞에서 자신의 영어 실력과 유머 감각을 내보이며 웃는 모습도 그랬지만, 신발과 옷 등 희생자들이 남긴 모든 것들이 어지러이 나뒹굴고 있는 골목을 손가락으로 가리키고 있는 모습은 바라보는 이들을 절망시키기에 충분했습니다.
아무도 없었습니다. 아픔과 고통의 자리에 털썩 무릎을 꿇고, 밀려오는 송구함을 견디지 못해 바닥에 엎드리는 자는 아무도 없었습니다. 어떤 설명이나 변명도 필요하지 않습니다. 무릎을 꿇는 자가 아무도 없었다는 그 하나의 부재가 이번 일이 어디에서 비롯된 것인지를 모두 말해줍니다.
<교차로> ‘아름다운 사회’ 2022.1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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