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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가 잃어버린 소중한 것

한희철 한희철............... 조회 수 83 추천 수 0 2022.11.24 09:46: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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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가 잃어버린 소중한 것

 

오래전에 읽었지만 마음속에 따뜻한 온기로 남아 있는 책이 있습니다. 레이첼 나오미 레멘이 쓴 <할아버지의 기도>라는 책입니다. 어린 시절 레이첼은 두 개의 극히 상반된 가치관 사이에서 갈등을 겪으며 자라납니다. 레이첼은 종교 자체를 ‘인민의 아편’ 정도로 여기는 사회주의자의 딸로 태어났습니다. 의사와 간호사로 전문직에 종사하는 그의 부모는 자신의 딸이 더 많이 공부하고 더 잘 하기를 바랐습니다. 시험에서 98점을 받았을 때 아버지는 나머지 2점은 어디에 잃어버렸느냐고 항상 물었고, 레이첼은 어린 시절 내내 잃어버린 2점을 찾기 위해 고군분투하며 살았으니까요.
그러나 레이첼의 삶에 깊은 영향을 미쳤던 이는 따로 있었습니다. 레이첼이 일곱 살 때 돌아가신 외할아버지였습니다. 어린 시절 레이첼은 금요일 오후마다 학교 수업이 끝나면 곧장 외할아버지 댁으로 가서 또 하나의 다른 세상이었던 외할아버지와 시간을 보내곤 했습니다. 외할아버지는 자신의 외손녀를 ‘네쉬메레’라는 특별한 이름으로 불렀는데, 네쉬메레는 ‘사랑스러운 작은 영혼’이라는 뜻이었습니다.
히브리 신비 철학의 전통을 이어오는 카발라 학자였던 외할아버지를 통해 레이첼은 축복의 의미를 배우게 됩니다. 식탁 앞에서, 손을 씻을 때, 일몰의 시간, 잃어버린 물건을 다시 찾을 때, 일의 시작과 끝에서 드리는 축복의 말이 있었고 외할아버지는 일상의 삶 속에서 지극히 사소한 일을 하면서도 언제나 축복의 말을 하곤 했습니다.
거룩한 분이 모든 것을 거룩하게 하신다고 믿으며, 우리 안에 있는 거룩한 분의 불씨를 타오르게 하기 위해서는 축복이 필요하다고 믿었던 외할아버지의 말을 네쉬메레는 이렇게 마음에 담아두고 있었습니다. “네쉬메레야, 그분이 사람을 창조하신 목적에 맞게 살도록 도와주는 것이 우리가 할 몫이란다. 사람들에게 자유와 행복을 느끼게 하기 위해서 축복이 필요하단다.”
축복은 한 사람이 다른 사람에게 베푸는 것이 아니라 진정한 만남의 순간이라는 것을, 우리가 서로의 삶을 축복해 줄 때 더욱더 친밀해지고 그 속에서 잃어버렸던 나 자신을 찾게 된다는 것을, 누군가가 우리를 축복할 때 우리는 우리 자신의 선(善)에서 끊임없이 우리를 소외시키는 두려움과 무기력함과 불신에서 해방된다는 것을, 축복이 우리를 자유롭게 해준다는 것을, 그런 점에서 축복은 봉사와는 다른 것이라는 것을, 우리의 미래는 전문적인 기술에 달려있는 것이 아니라 삶에 얼마나 충실한가, 그리고 그 삶을 얼마나 축복할 수 있는가에 달려있다는 것을 레이첼은 외할아버지를 통해서 배우게 됩니다.
외할아버지로부터 배운 삶의 성찰을 의사로서 자신의 일에 연관을 짓게 된 것은 꽤 오랜 세월이 흐른 뒤였지만, 전문가로 살면서 동시에 마음으로 사는 것이 가능하다는 것을, 마음으로 사물을 대하고 인간적인 의사가 되는 것이 전문가로서 뒤떨어지는 것이 아님을 레이첼은 외할아버지가 전해준 축복의 빛 아래에서 깨닫게 됩니다.
문득 오래전 읽었던 책이 떠오른 것은 요즘의 우리 삶 때문입니다. 오늘 우리가 잃어버린 것들이 한두 가지겠습니까 만 우리가 잃어버린 가장 소중한 것이 축복 아닐까 싶고, 우리 삶에 축복이 빠져 있다는 생각이 들면 허전함보다는 묵중한 통증이 이어지기 때문입니다.

 

아름다운사회 교차로 2022.11.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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