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개인적인 맨토들의 글을 모았습니다. 천천히 읽으면 더 좋은 글들입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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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희철 목사] 태어나서 쓴 가장 큰 돈
따로 생각해 본 적이 없다 싶은 질문이 있습니다. 태어나서 내가 쓴 돈 중에 가장 큰돈은 어떤 돈일까, 어떤 일에 얼마를 썼을까 하는 질문입니다. 질문 앞에 서면 많은 일들이 지나갑니다. 집을 장만하거나 자동차를 샀던 일, 과감하게 떠났던 여행, 사랑하는 사람에게 전한 선물, 떠오르는 일들이 적지 않겠지요. 하지만 가난했던 시절, 없는 돈을 아끼고 아껴 꼭 갖고 싶었던 카메라를 처음 장만했을 때와는 비교하기가 어렵지 않을까요?
가깝게 지내는 지인이 SNS를 통해 글 하나를 보내주었습니다. 핸드폰이 널리 보급되면서 가볍게 오가는 글들이 하도 많아 눈여겨 읽지 못할 때가 많지만, 그 글은 그렇지가 않았습니다. 마음속 잔잔한 감동이 일었습니다.
한 학생에 관한 글이었습니다. 그 학생은 중학교와 고등학교 시절을 6평 남짓한 반지하 방에서 하루 10시간 넘게 식당에서 일을 하는 어머니와 살았다고 합니다. 대학에 진학을 할 때에도 원서 접수비가 문제가 되어 담임선생님의 도움을 받아 대학 두 곳에 지원을 할 정도로 몹시 가난했습니다. 그 학생은 어머니에게서 5만 원의 차비를 받아 서울로 왔는데, 서울에 도착한 후 그는 버스 표를 끊고 남은 돈을 잃어버렸다는 사실을 확인했습니다. 돈이 한 푼도 남아 있지 않은 학생은 터덜터덜 걸어가다가 어느 아파트 벤치에 앉아서 펑펑 울었다고 합니다.
그때 한 경비원이 다가왔습니다. 경비원은 사정을 듣더니 자신의 숙직실로 학생을 데려가 라면을 끓여주며 자신의 침대에서 자게 했습니다. 그러고는 다음 날 아침 면접 장소까지 차로 학생을 태워다 주었습니다.
심지어 경비원은 면접을 보기에는 입고 있는 옷이 너무 촌스럽다며 자신의 셔츠까지 벗어 주었습니다. 죄송한 마음에 거절을 하자 자신의 전화번호를 종이에 적어주며 나중에 대학에 붙으면 옷을 갖다 달라며 여비까지 챙겨주었습니다.
경비원의 도움으로 학생은 무사히 면접을 치렀고, 마침내 서울대에 합격을 했습니다. 합격자 발표가 난 뒤 학생은 당연히 경비 아저씨께 전화를 드렸고, 전화를 받은 경비 아저씨는 자기 일처럼 좋아하며 나중에 밥 한 끼 먹자고 했습니다.
학생은 대학교를 다니면서 과외와 아르바이트를 해서 틈틈이 돈을 모았는데, 그 돈이 50만 원이 되었습니다. 첫 학기가 끝나는 날 학생은 그렇게 모은 돈으로 양복 한 벌을 사서 경비 아저씨에게 전했습니다.
학생은 셔츠를 돌려 드리면서 그 셔츠에 맞는 양복도 꼭 선물해 드리고 싶었다고 했습니다. 생각하지 못한 선물을 받은 경비 아저씨는 처음에는 거절하셨지만 끝내는 양복을 고맙게 받으며 정말로 좋아하셨다고 합니다.
학생이 남긴 마지막 말이 따뜻한 울림으로 다가왔습니다. “태어나서 가장 큰돈을 쓴 날이지만, 정말 행복했다.” 그러고 보면 사랑을 담아 전한 것이 가장 큰돈일지도 모릅니다.
<교차로>2022.12.8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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