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신글모든게시글모음 인기글(7일간 조회수높은순서)
m-5.jpg
현재접속자

영혼의 샘터

옹달샘

 

개인적인 맨토들의 글을 모았습니다. 천천히 읽으면 더 좋은 글들입니다.

[시골편지] 눈구름

임의진 임의진............... 조회 수 19 추천 수 0 2023.01.17 22:26:57
.........

Cap 2023-01-17 22-24-40-939.jpg

[시골편지] 눈구름

 

수염, 장발, 도복, 도사들로 혼탁한 세상. 트레이드 마크 턱수염을 깎고 긴 머리도 싹둑 잘라 버렸다. 너무 단정해서 목사님 같다고들(?) 그런다. 마음 같아선 스님처럼 삭발도 해보고파. 예전에 절밭을 지나가면 허수아비도 승복을 입고 서 있곤 그랬다. “풀 쪼던 호미 그대로 두고 스님 밥 지으러 간 사이 허수아비 혼자 콩밭을 지킵니다. 떡 벌어진 허수아비 스님을 닮진 않았지만 모자와 저고리만은 스님 걸 그대로 물려받았습니다.” 별이 된 초등교사 임길택 샘 시는 누구 말마따나 가을날 들꽃처럼 가난해서 참 좋아. 여기서 퀴즈. 허수아비 아들이 누구게? 허수지 누구야. 허수는 어딜 가고 아비 혼자 밭을 지키누. 허수의 고독과 설움, 책무의 무거움까지 마음 쓰인다.

김장철이니 산밭도 텅텅 비어가. 고구마가 먼저 빠져나가고, 배추와 무가 빠져나가고, 대파도 날쑥 빠져나가고 있다. 깨밭 콩밭 다 털린 뒤, 허수아비가 지킬 게 별로 없어지면 비로소 가을걷이 끝.

빈터에 첫눈은 언제 내릴랑가 몰라라. 첫눈 오면 아궁이에 불 때면서 고구마 구워 먹으며 듣고픈 노랫가락. “낙엽지면 설움이 더해요. 차라리 하얀 겨울에 떠나요. 눈길을 걸으며 눈길을 걸으며 옛일을 잊으리라. 가을엔 가을엔 떠나지 말아요. 차라리 하얀 겨울에 떠나요.” 허걱 벌써 겨울인데 어째. 지난 한 주는 도쿄에서 어슬렁. 섬나라는 날이 따뜻하고 화창했다. 그곳 식구가 더 놀자며 떠나지 말라 말렸으나 하얀 겨울까지 언제 기둘려. 사요나라~ 귀국길. 하늘 어딘가 첫눈 실은 눈구름이 있을 텐데, 비행기 창문 너머로 찾아보았다.

“요즘 무슨 생각을 그리 골똘히 하세요?” 친구가 물어. “첫눈은 언제 내릴까 생각하는 중이요” 싱거운 대답. 싱거우나 사실이 그래. 반가울 눈구름과 ‘인생 먹구름’을 구별하여, 마음을 쫑그린다. 첫눈에 보자는 약속은 없다만, 허수아비라도 나랑 놀아 주려나?

 

임의진 목사·시인

2022.11.24

List of Articles
번호 제목 글쓴이 날짜 조회 수
12094 이현주 병사들에게 조롱당하심 (눅22:63-65) 이현주 2023-01-26 9
12093 이현주 빌라도 앞에 서심 (눅23:1-5) 이현주 2023-01-26 16
12092 이현주 빌라도와 헤로데 (눅23:6-12) 이현주 2023-01-26 14
12091 한희철 웃을 수 있다면 한희철 2023-01-25 38
12090 임의진 [시골편지] 아기타스 file 임의진 2023-01-24 26
12089 임의진 [시골편지] 유목민 file 임의진 2023-01-23 26
12088 임의진 [시골편지] 캐럴을 부르는 밤 file 임의진 2023-01-22 17
12087 임의진 [시골편지] 빠삐용 의자 file 임의진 2023-01-21 20
12086 임의진 [시골편지] 눈도장 file 임의진 2023-01-20 25
12085 임의진 [시골편지] 동무동무 말동무 file 임의진 2023-01-19 19
12084 한희철 마지막 교실 한희철 2023-01-18 36
» 임의진 [시골편지] 눈구름 file 임의진 2023-01-17 19
12082 임의진 [시골편지] 마라닉 file 임의진 2023-01-16 13
12081 이현주 다윗의 자손일 수 없는 그리스도 (눅20:41-44) 이현주 2023-01-15 23
12080 이현주 율법학자들의 위선을 경계하심(눅20:45-47) 이현주 2023-01-15 15
12079 이현주 가난한 과부의 헌금 (눅21:1-4) 이현주 2023-01-15 28
12078 이현주 아름다운 성전의 붕괴를 예고하심 (눅21:5-6) 이현주 2023-01-15 15
12077 이현주 마지막 날을 가리키는 징조들 (눅21:7-19) 이현주 2023-01-15 20
12076 이현주 예루살렘 파멸의 날 (눅21:20-24) 이현주 2023-01-15 15
12075 이현주 하늘의 징조들 (눅21:25-28) 이현주 2023-01-15 25
12074 이현주 무화과 나무와 여름철 은유 (눅21:29-33) 이현주 2023-01-15 25
12073 이현주 항상 깨어 기도할 것을 당부하심 (눅21:34-38) 이현주 2023-01-15 30
12072 이현주 유다가 대제사장들을 찾아가 만남 (눅22:1-6) 이현주 2023-01-15 23
12071 임의진 [시골편지] 비닐하우스 사람들 file 임의진 2023-01-14 31
12070 임의진 [시골편지] 오래 사는 복 file 임의진 2023-01-13 61
12069 임의진 [시골편지] 인싸와 아싸 file 임의진 2023-01-12 61
12068 한희철 익숙한 것은 위험하다 한희철 2023-01-11 65
12067 임의진 [시골편지] 댄서의 순정 file 임의진 2023-01-10 37
12066 임의진 [시골편지] 신이여 file 임의진 2023-01-09 48
12065 임의진 [시골편지] 멍때리기 file 임의진 2023-01-08 36
12064 임의진 [시골편지] 막국수 file 임의진 2023-01-07 52
12063 임의진 [시골편지] 젖니 아이들 file 임의진 2023-01-06 35
12062 한희철 씨앗을 심고 시간을 잊기 한희철 2023-01-04 70
12061 임의진 [시골편지] 브라질 앵무새 file 임의진 2023-01-03 57
12060 임의진 [시골편지] 멸치김치찌개 file 임의진 2023-01-02 37

 

 

 

저자 프로필 ㅣ 이현주한희철이해인김남준임의진홍승표ㅣ 사막교부ㅣ ㅣ

 

개인적인 맨토들의 글을 모았습니다. 천천히 읽으면 더 좋은 글들입니다.

 

(글의 저작권은 각 저자들에게 있습니다. 여기에 있는 글을 다른데로 옮기면 안됩니다)

    본 홈페이지는 조건없이 주고가신 예수님 처럼, 조건없이 퍼가기, 인용, 링크 모두 허용합니다.(단, 이단단체나, 상업적, 불법이용은 엄금)
    *운영자: 최용우 (010-7162-3514) * 9191az@hanmail.net * 30150 세종시 보람1길12 호려울마을2단지 201동 1608호
XE Login