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신글모든게시글모음 인기글(7일간 조회수높은순서)
m-5.jpg
현재접속자

영혼의 샘터

옹달샘

 

개인적인 맨토들의 글을 모았습니다. 천천히 읽으면 더 좋은 글들입니다.

[시골편지] 빠삐용 의자

임의진 임의진............... 조회 수 20 추천 수 0 2023.01.21 21:55:35
.........

Cap 2023-01-21 21-53-14-456.jpg

[시골편지] 빠삐용 의자

 

마당을 가진 집집마다 의자가 한 개쯤 꼭 있다. 나도 마당에 세어보니 의자가 여기저기 흩어져 여러 개. 내가 아니라도 새가 앉고 가끔 메뚜기나 사마귀, 무당벌레도 앉아. 흔들의자처럼 편한 그네도 하나 있는데 강아지랑 나는 보통 거기 앉거나 누워 해바라기를 즐겨. 발이 네 개인 의자는 울 강아지들처럼 정신없이 돌아다니지는 않아. 컹컹 짖지도 않고 가만히 앉아 고요해. 온종일 인내심을 가지고 쭉 기다려. 영국 사람들에게 흐르는 습관이 하나 있는데 ‘기다리며 차를 한 잔 마시는 일’이다. 이때 보통 쓰는 말이 ‘서두르지 말 것(Take Your Time)’. 기다리다 보면 1. 일이 저절로 해결되는 수가 있다. 2. 내 마음이 변하고, 일이 달리 보인다. 3. 모든 일은 결국 때가 있기 마련이다. 독일 작가이자 명상가 하이델로레 클루게가 들려주는 조언. 또 그이는 이렇게 살아보라 권하더군. “감정을 억누르지 말고 드러낼 것. 자신에게 용기를 주는 이와 사귈 것. 마음이 흐르는 일에 열광하고 도취할 것. 새로운 일을 발견하여 흥미를 갖고 계발할 것. 타인에게 친절과 미소, 애정을 의식적으로 행할 것. 아니면 아니라고 말할 것. 내면의 고요와 평화를 찾아 움직일 것. 먼저 가서 기다릴 것!” 당신은 약속 시간보다 훨씬 먼저 가서 차 한 잔 시켜 놓고 누굴 기다려 본 적이 있는가?

광주 금남로엔 오래 묵은 카페 <베토벤>이 있다. 난 고등학생 때부터 베토벤을 다녔는데, 일년에 한 번 찾아가도 단골은 단골. 법정 스님이 일 보러 오시면 들르곤 하셨던 찻집. 엊그제 벗들과 방문했는데 주인장 여사님이 “목사님. 절집 달력이라도 새해 선물로 드릴게요” 하면서 달력과 절집 소식지 하날 주셨다. 그 종이쪽지에 스님이 송광사 불일암에 계실 때 손수 만들어 놓고 앉으셨던 일명 ‘빠삐용 의자’ 사진이 있더라. 지금은 부서질까봐 어디다 보관하고 있다덩만. 그곳에 앉아 때를 기다리는 일, 이 고해의 세계를 탈출할 생각에 가슴이 벅차오르는 순간, 의자는 우주선 발사대나 마찬가지렷다. 당신의 빠삐용 의자는 시방 어디에 있는가.

임의진 목사·시인2022.12.15

List of Articles
번호 제목 글쓴이 날짜 조회 수
12094 이현주 병사들에게 조롱당하심 (눅22:63-65) 이현주 2023-01-26 9
12093 이현주 빌라도 앞에 서심 (눅23:1-5) 이현주 2023-01-26 16
12092 이현주 빌라도와 헤로데 (눅23:6-12) 이현주 2023-01-26 14
12091 한희철 웃을 수 있다면 한희철 2023-01-25 38
12090 임의진 [시골편지] 아기타스 file 임의진 2023-01-24 26
12089 임의진 [시골편지] 유목민 file 임의진 2023-01-23 26
12088 임의진 [시골편지] 캐럴을 부르는 밤 file 임의진 2023-01-22 17
» 임의진 [시골편지] 빠삐용 의자 file 임의진 2023-01-21 20
12086 임의진 [시골편지] 눈도장 file 임의진 2023-01-20 25
12085 임의진 [시골편지] 동무동무 말동무 file 임의진 2023-01-19 19
12084 한희철 마지막 교실 한희철 2023-01-18 36
12083 임의진 [시골편지] 눈구름 file 임의진 2023-01-17 19
12082 임의진 [시골편지] 마라닉 file 임의진 2023-01-16 13
12081 이현주 다윗의 자손일 수 없는 그리스도 (눅20:41-44) 이현주 2023-01-15 23
12080 이현주 율법학자들의 위선을 경계하심(눅20:45-47) 이현주 2023-01-15 15
12079 이현주 가난한 과부의 헌금 (눅21:1-4) 이현주 2023-01-15 28
12078 이현주 아름다운 성전의 붕괴를 예고하심 (눅21:5-6) 이현주 2023-01-15 15
12077 이현주 마지막 날을 가리키는 징조들 (눅21:7-19) 이현주 2023-01-15 20
12076 이현주 예루살렘 파멸의 날 (눅21:20-24) 이현주 2023-01-15 15
12075 이현주 하늘의 징조들 (눅21:25-28) 이현주 2023-01-15 25
12074 이현주 무화과 나무와 여름철 은유 (눅21:29-33) 이현주 2023-01-15 25
12073 이현주 항상 깨어 기도할 것을 당부하심 (눅21:34-38) 이현주 2023-01-15 30
12072 이현주 유다가 대제사장들을 찾아가 만남 (눅22:1-6) 이현주 2023-01-15 23
12071 임의진 [시골편지] 비닐하우스 사람들 file 임의진 2023-01-14 31
12070 임의진 [시골편지] 오래 사는 복 file 임의진 2023-01-13 61
12069 임의진 [시골편지] 인싸와 아싸 file 임의진 2023-01-12 61
12068 한희철 익숙한 것은 위험하다 한희철 2023-01-11 65
12067 임의진 [시골편지] 댄서의 순정 file 임의진 2023-01-10 37
12066 임의진 [시골편지] 신이여 file 임의진 2023-01-09 48
12065 임의진 [시골편지] 멍때리기 file 임의진 2023-01-08 36
12064 임의진 [시골편지] 막국수 file 임의진 2023-01-07 52
12063 임의진 [시골편지] 젖니 아이들 file 임의진 2023-01-06 35
12062 한희철 씨앗을 심고 시간을 잊기 한희철 2023-01-04 70
12061 임의진 [시골편지] 브라질 앵무새 file 임의진 2023-01-03 57
12060 임의진 [시골편지] 멸치김치찌개 file 임의진 2023-01-02 37

 

 

 

저자 프로필 ㅣ 이현주한희철이해인김남준임의진홍승표ㅣ 사막교부ㅣ ㅣ

 

개인적인 맨토들의 글을 모았습니다. 천천히 읽으면 더 좋은 글들입니다.

 

(글의 저작권은 각 저자들에게 있습니다. 여기에 있는 글을 다른데로 옮기면 안됩니다)

    본 홈페이지는 조건없이 주고가신 예수님 처럼, 조건없이 퍼가기, 인용, 링크 모두 허용합니다.(단, 이단단체나, 상업적, 불법이용은 엄금)
    *운영자: 최용우 (010-7162-3514) * 9191az@hanmail.net * 30150 세종시 보람1길12 호려울마을2단지 201동 1608호
XE Login