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개인적인 맨토들의 글을 모았습니다. 천천히 읽으면 더 좋은 글들입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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진짜 얼굴
‘이 또한 지나가리라’라는 말은 이번에도 맞는 말이었습니다. 코로나가 한창 창궐하기 시작하던 때를 떠올리면 지금도 아찔합니다. 확진자가 한 명만 나와도 뉴스에서 난리였고, 밀접 접촉자로 분류된 사람들도 완전 격리의 시간을 보내야 했습니다.
그 시간은 차라리 공포에 가까워 한 때는 마스크를 구입하기 위하여 동분서주 발품을 팔야 했습니다. 약국 앞에는 긴 줄을 섰고, 한 사람이 한 번에 구입할 수 있는 양도 제한이 되었습니다. 외국에 있는 자녀에게 마스크를 보내기 위해서는 값비싼 우송비를 지불해야 했는데, 그렇게 하고도 도착하는 시간이 오래 걸려 애를 태워야 했습니다.
코로나 팬데믹 기간 동안 마스크는 생활필수품으로 자리를 잡았습니다. 코로나 와중에 태어난 아이들은 태어날 때부터 누구나 마스크를 쓴 모습을 보았기에, 당연히 이 세상은 마스크를 쓰고 사는 줄로 알았을 것입니다. 입 모양을 보고 말을 배워야 하는 아이들이 마스크로 인해 말을 더디 배우는 현상까지 나타날 정도였습니다.
코로나19 첫 확진자가 나온 지 3년 만에 마스크 의무에서 벗어나는 상황이 되었습니다. 언제 끝이 날지 짐작할 수 없었던 어둠의 긴 터널을 빠져나오는 듯합니다. 물론 여전히 마스크를 써야 하는 몇 몇 공간이 따로 있지만, 대부분은 의무에서 권고사항으로 바뀌었습니다.
코로나에 대한 인식도 가벼워졌고 규정도 완화 되었지만 거리에서는 여전히 마스크를 쓰고 있는 사람들이 훨씬 더 많습니다. 예배 시간도 크게 다르지 않아 자율적인 선택에 맡겼지만, 대부분의 교우들은 마스크를 쓴 채 예배를 드립니다.
그러는 사이 재미난 신조어가 생겨났습니다. ‘마기꾼’이라는 말을 처음 들었을 때는 그 뜻을 짐작할 수가 없었습니다. 하지만 설명을 듣고는 피식 웃음이 났습니다. ‘마기꾼’은 ‘마스크’와 ‘사기꾼’의 합성어로, 마스크를 벗은 모습이 상상한 얼굴과 다름을 뜻하는 말이었습니다. 마스크를 쓴 모습이 실제의 얼굴보다 더 매력적인 ‘마기꾼’의 ‘마스크 룩’은 사기라는 것입니다.
이런 현상은 우리나라에만 있는 것은 아니지 싶습니다. 미국에서도 마스크를 쓴 모습이 더 멋져 보인다는 의미의 ‘마스크 피싱’이라는 단어가 생겨났습니다. 일본에서는 ‘가오 판츠’라는 말이 젊은이들 사이에서 번졌는데, ‘얼굴 팬티’라는 뜻입니다. 마스크를 하지 않으면 마치 팬티를 입지 않은 것처럼 얼굴이 허전하게 느껴진다는 의미였습니다.
벗어도 된다는 마스크를 여전히 쓰는 이유는 서로 다를 것입니다. 다 끝난 것이 아닌 코로나에 대한 방비일 수도 있고, 미세먼지를 막으려는 생각도 있고, 다른 사람을 배려하는 마음일 수도 있고, 안 쓰면 허전한 습관으로 자리를 잡았기 때문일지도 모릅니다.
화장하지 않은 얼굴을 감출 수 있는 편리함 때문일지도 모르고, 자신의 기분이나 감정을 다른 사람에게 노출시키지 않는데 도움이 되기 때문일지도 모릅니다. 이런저런 이유로 우리는 여전히 마스크를 쓴 채 살아가지만, 그럴수록 그리운 것은 누군가의 본래의 모습을 마주하는 일입니다. 그 무엇으로도 가리지 않은 진짜 얼굴이 그립습니다.
<교차로> ‘아름다운 사회’ 2023.3.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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