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땅을 놀린 죄

한희철 한희철............... 조회 수 53 추천 수 0 2023.04.12 21:28:5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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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274688a981c4.6274688a981c7.jpg[한희철 목사] 땅을 놀린 죄

 

그래봐야 불과 30여 년 전, 그때만 해도 농촌의 풍경은 지금과는 확연히 달랐습니다. 아궁이마다 불을 때면 아침저녁 굴뚝을 통해 피어오르는 연기가 동네를 채우고는 했습니다. 겨울이 되면 나무를 하러 뒷산에 오르는 일이 흔했고, 눈이 오면 산토끼를 잡는 토끼몰이에 나서기도 했습니다. 마을 곳곳의 길들은 대개가 비포장이었고요.

웬만한 집 외양간엔 소가 살았습니다. 소는 한 식구 같았는데, 소를 키운 것은 내다 팔기보다는 농사일을 위해서였습니다. 소가 없으면 농사일을 감당하기가 어려웠기 때문입니다. 소에게 일을 가르치기 위해 겨우내 끌개를 끌게 하는 모습도 자주 보았습니다. 봄이 돌아오면 이 골짝과 저 논과 밭에서 소를 부리는 농부들의 우렁찬 소리가 쩌렁쩌렁했습니다. 지게를 지고 일 나가는 모습도 흔했고, 소달구지를 끄는 모습도 정겨운 모습 중의 하나였습니다. 정든 소가 늙어 죽으면 그 소를 땅에 묻어 장사 지내주었다는 이야기가 과히 낯설지 않을 정도였습니다.

농사는 지으면 지을수록 손해라는 말을 여러 번 들었습니다. 아무리 계산을 해도 수지 타산이 맞지를 않았던 것입니다. 가을철 쌀 수매를 하고 나면 막상 손에 쥐는 것은 얼마 되지 않았습니다. 그동안 농자재 값으로 나간 것, 빌려 쓴 돈 이자에 원금 얼마를 갚고 나면 남는 것은 별로 없었습니다. 그런 줄 뻔히 알면서도 농부들이 농사를 지은 이유는 따로 있었습니다.

한 번은 마을에 사는 한 가장이 농약을 마셨습니다. 제초제였습니다. 삶은 너무도 팍팍하고 무거운데, 제초제는 너무도 흔하고 가까운 곳에 있었습니다. 다행히 일찍 발견을 했고, 급히 병원으로 옮겨 목숨은 건질 수가 있었습니다.

병원을 찾아가 이야기를 나누는 마음이 쉽지를 않았습니다. 가뜩이나 야윈 몸에 마른 논 물 대듯 줄줄이 연결된 링거 줄이 더욱 안쓰러워 보였습니다. 많은 이야기 끝에 그가 속에 있는 말을 꺼냈습니다. “우리 같은 농투성이들은 100원 들여 30원을 건지드랙두 밭에 씨 뿌리는 사람들이예유. 농부가 땅을 놀리는 것은 하늘에 죄 받는 일이니깐유.”

이상하게도 마을 사람들은 ‘죄받는다’는 표현을 당연한 듯이 썼습니다. 죄를 지으면 받게 되는 것이 벌이라는 것을 모르지 않을 텐데도 그렇게 말했던 데는 이유가 있지 싶습니다. 죄와 벌을 동일시했기 때문일 것입니다.

최근 쌀값을 두고 정치권이 시끌시끌했습니다. 어떤 주장이든 그 주장을 하는 데는 일리도 있고 근거도 있을 것입니다. 하지만 한 가지 분명한 사실이 있습니다. 이 땅의 농부들은 지금도 수지 타산과 관련 없이 하늘이 맡겨주신 땅을 놀리면 죄를 받는다는 심정으로 밭을 갈고 씨를 뿌리고 있다는 사실입니다.

그들의 선한 무모함이 없다면, 없어도 그만일 것 같은 밥을 우리는 더 이상 먹을 수가 없게 됩니다. 밥을 먹지 않으면 살 수가 없습니다. 가뜩이나 모자란 이 땅의 식량을 지금은 수입에 의존한다 하지만, 세계의 식량이 모자라면 그것처럼 중대한 위기는 없을 것입니다. 손익 계산을 넘어 땅을 지키는 땀을 소중하게 지키는 것이 마땅합니다. 

<교차로>2023.4.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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