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신글모든게시글모음 인기글(7일간 조회수높은순서)
m-5.jpg
현재접속자

영혼의 샘터

옹달샘

 

개인적인 맨토들의 글을 모았습니다. 천천히 읽으면 더 좋은 글들입니다.

1520. 지경 다지기

한희철 한희철............... 조회 수 4397 추천 수 0 2002.01.02 21:19:12
.........

□한희철1520.지경 다지기

 

집을 지며 지경다지기를 하기로 했다. 사실 터야 포크레인으로 다져 편편하니 무얼 세워도 좋을 만큼 반반해졌고, 포크레인이 오간터에 굳이 따로 터를 다질 일은 없었지만, 그래도 굳이 터 다지기를 하기로 했던 것이다. 

얘길 들으니 터 다지기가 마을에서 사라진지 어언 30여년이 지났다 했다. 동네 누구네가 집을 진다하면 낮엔 제각각 일하고 밤엔 모두들 모여 터를 다져 주었던 지경 다지기! 

그 아름다운 전통이 이 땅에서 사라진지 30년이라니, 아쉬운 마음이 터다지기를 고집하게 했다. 

집을 같이 짓기로 한 마을 분들께 얘기하자 좋다며 하자고 했다. 돼지를 한 마리 잡았고 음식을 차렸다. 

얘길 들은 마을 사람들이 거반 다 올라왔다. 미리 준비해 둔 지경다지기 돌 두 개에다 줄을 엮었다. 박민하 할아버지가 선소리를 하시겠다며 기꺼이 올라오셨다. 

땅에 고하고 절을 하고... 터 다지기를 시작할 때의 순서를 기도와 말씀으로 대신했다. 마을 사람들과 빙 둘러서서 이 땅이 거룩한 땅이 되게 해 달라 기도했다. 

이어 지경다지기, 선소리를 주는 박민하 할아버지의 선창을 따라 돌을 들어 올리는데 그 큰돌이 번쩍번쩍 춤을 추듯 들렸다간 땅으로 떨어지며 집터를 다지기 시작했다. 

신기했다. 그리고 신비로웠다. 

온 마을 사람들이 다 모여 집터를 다지며 그 터에 세워질 집을 축원하는 이 기막힌 축제라니. 집이란 업자에게 돈을 주어 만들어지는 것을 말하는 게 아니라, 함께 사는 사람들의 정이 모여 세워지는 공간을 말함이었다. 

함께 올라온 놀이방 아이들도 신기한 눈빛으로 터다지는 모습을 지켜보았고, 더러더러 어른들 사이에 끼어 함께 줄을 잡아당기기도 했다. 

물려받고 물려줘야 할 우리의 당연하고 아름답고 소중한 유산은 그렇게 30여년 만에 불쑥 재현됐을 뿐 또다시 아득하게 묻히고 말았다. (얘기마을1997)

List of Articles
번호 제목 글쓴이 날짜 조회 수
1699 한희철 1545. 새집에 새 집 한희철 2002-01-02 4567
1698 한희철 1544. 이 선생님께 드립니다1 한희철 2002-01-02 5996
1697 한희철 1543. 울렁이는 몰골 한희철 2002-01-02 6286
1696 한희철 1542. 이웃에 있는 스님 한희철 2002-01-02 4372
1695 한희철 1541. 함께 집짓기 한희철 2002-01-02 4356
1694 한희철 1540. 햇살 놀이방 아이들 한희철 2002-01-02 4384
1693 한희철 1539. 거지 순례단 한희철 2002-01-02 4368
1692 한희철 1538. 기도의 벽 한희철 2002-01-02 4340
1691 한희철 1537. 여름성경학교 한희철 2002-01-02 4342
1690 한희철 1536. 안집사님네 한희철 2002-01-02 4354
1689 한희철 1535. 아무도 돌보지 않는다 한희철 2002-01-02 4362
1688 한희철 1534. 쓰레기 매립장 한희철 2002-01-02 4362
1687 한희철 1533. 서서 오줌누는 사람 한희철 2002-01-02 4371
1686 한희철 1532. 낫 한자루 한희철 2002-01-02 4348
1685 한희철 1531. 허재비 한희철 2002-01-02 4344
1684 한희철 1530. 어떻게 살아온 삶인데 한희철 2002-01-02 4379
1683 한희철 1529. 뭐라고 뭐라고 한희철 2002-01-02 4352
1682 한희철 1528. 눈물 한희철 2002-01-02 4341
1681 한희철 1527. 몰두의 즐거움 한희철 2002-01-02 4351
1680 한희철 1526. 하담을 쌓다. 한희철 2002-01-02 4401
1679 한희철 1525. 쓸쓸하신 하나님 한희철 2002-01-02 4354
1678 한희철 1524. 지경다지기 후기 한희철 2002-01-02 4352
1677 한희철 1523. 주일 다과회 한희철 2002-01-02 4400
1676 한희철 1522. 비가 온다 한희철 2002-01-02 4384
1675 한희철 1521. 고마운 친구들에게 한희철 2002-01-02 4373
» 한희철 1520. 지경 다지기 한희철 2002-01-02 4397
1673 한희철 1519. 오디 따먹은 얼굴 한희철 2002-01-02 4372
1672 한희철 1518. 어린이 주일 한희철 2002-01-02 4373
1671 한희철 1517. 도반의 편지 한희철 2002-01-02 4386
1670 한희철 1516. 이슬 사진 한희철 2002-01-02 4328
1669 한희철 1515. 하늘 수레 트럭 한희철 2002-01-02 4369
1668 한희철 1514. 햇살과 같은 사랑 한희철 2002-01-02 4362
1667 한희철 1513. 담배 농사 한희철 2002-01-02 4332
1666 한희철 1513. 개구리 요란하게 우는 밤에 한희철 2002-01-02 4348
1665 한희철 1512. 착각 한희철 2002-01-02 4328

 

 

 

저자 프로필 ㅣ 이현주한희철이해인김남준임의진홍승표ㅣ 사막교부ㅣ ㅣ

 

개인적인 맨토들의 글을 모았습니다. 천천히 읽으면 더 좋은 글들입니다.

 

(글의 저작권은 각 저자들에게 있습니다. 여기에 있는 글을 다른데로 옮기면 안됩니다)

    본 홈페이지는 조건없이 주고가신 예수님 처럼, 조건없이 퍼가기, 인용, 링크 모두 허용합니다.(단, 이단단체나, 상업적, 불법이용은 엄금)
    *운영자: 최용우 (010-7162-3514) * 9191az@hanmail.net * 30150 세종시 보람1길12 호려울마을2단지 201동 1608호
XE Login