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개인적인 맨토들의 글을 모았습니다. 천천히 읽으면 더 좋은 글들입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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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희철 목사] 어머니의 품을 쓰레기로 채울 수는 없다
사진 한 장이 주는 위력은 참으로 큽니다. 한 장의 사진 안에는 사진에 담긴 형상 이상의 많은 것들이 담겨 있기 때문입니다. 단지 풍경이나 인물의 표정 이상의 것들이 담깁니다. 때로는 기쁨이, 눈물이, 절망이, 희망이 웅변처럼 담겨 있습니다.
히말라야 산에서 찍은 한 장의 사진이 그랬습니다. 그야말로 만년설로 덮인 고산설봉, 정상으로 오르기 위해 수많은 사람들이 줄을 서서 기다리는 사진이었습니다. 그것은 마치 복날을 맞은 서울 한복판의 식당 앞 삼계탕을 먹기 위해 긴 줄을 선 모습과 크게 달라 보이지 않았습니다. 에베레스트에 오르는 것이 더 이상 엄숙하거나 장엄한 시간이 아니라 하나의 상품으로 전락했다는 느낌을 지울 수가 없었습니다.
히말라야 산의 높이는 8,848.86m로, 웅장한 크기와 높이 때문에 티베트어로는 ‘세계의 어머니’(초모랑마)라 부르고, 네팔에서는 ‘하늘의 바다’(사가르마타)로 불립니다. 영국의 탐험가 조지 에버레스트의 이름에서 명명한 것이라지만, 그곳에 사는 사람들에게는 세상의 다른 곳과는 구별이 되는 신성한 땅이지요.
높은 곳을 정복하는 것, 오를 수 있는 한 가장 높은 곳을 오르고 싶어 하는 것은 인간의 본능일까요, 지금도 세계 최고봉을 오르기 위해 에베레스트를 찾는 사람들의 걸음은 끝없이 이어지고 있는데, 최근에 본 사진 한 장은 또 다른 충격으로 다가왔습니다.
영험하게 여겨질 만큼 아름답고 신비한 산 곳곳에 쓰레기들이 나뒹굴고 있는 사진이었습니다. 그야말로 온갖 쓰레기들로, 다 쓴 산소통, 음식 용기, 버려진 텐트, 대소변까지 이곳이 에베레스트가 맞나 싶을 만큼 끔찍한 모습이었습니다.
한 사람이 산에 남기는 쓰레기는 10kg 정도인데, 한 해 에베레스트에서 수거되는 쓰레기양은 무려 5,400㎏에 이른다고 합니다. 새롭게 버려지는 것에 더해 지구 온난화로 눈과 얼음이 녹으며 그동안 남아 있던 쓰레기까지 떠내려 온다니 설상가상인 셈이지요.
세계 각처에서 몰려와 정상에 오르기 위해 머무는 캠프 주변은 쓰레기와 악취로 몸살을 앓는데, 그것은 보기에 좋지 않은 문제만이 아닙니다. 온갖 쓰레기는 히말라야에 사는 이들의 건강을 위험에 빠뜨립니다. 특히 등산객들이 남긴 대소변은 토양에 그대로 스며들어 주민들의 식수를 오염시키고, 콜레라와 A형 간염 등을 유발하는 결과로 이어집니다.
사진 아래 달린 댓글들은 이런 해결책을 제시합니다. “등산객과 장비의 무게를 달아 보증금 5000달러를 맡기라 해라. 내려올 때 올라갈 때보다 10%라도 무게가 늘면 보증금을 반환해 주는 거다. 만약 돌 같은 것을 넣어 사기를 치면 엄청난 벌금을 물려라. 그들이 산을 청소하게 하라.” “등산객들이 더 많은 것을 갖고 내려오게 해야 한다. 10년 동안만 이렇게 하면 다 치워질 것이다.” 어머니의 품(초모랑마)을 쓰레기로 채울 수는 없습니다. 그것이 어디 에베레스트뿐일까요, 비단에 수를 놓은 듯 아름다운 우리 땅 금수강산(錦繡江山)도 마찬가지입니다. 자연은 물론 이 땅에서 일어나는 모든 역사를 쓰레기로 채우는 일이 없게 되기를 간절한 마음으로 빕니다.
교차로 2023.8.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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