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개인적인 맨토들의 글을 모았습니다. 천천히 읽으면 더 좋은 글들입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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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희철 목사] 김빠진 콜라
눈 감으면 코 베어간다는 말이 실감 나는 세상입니다. 속는 줄도 모르고 속고, 빼앗기는 줄도 모르고 빼앗기는 일이 빈번하게 일어납니다. 해외에서 물건을 구입하며 결제를 한 일이 있는데 그런 일이 없으면 연락해 달라는 문자를 받고 이게 무슨 일인가 눌렀다가 큰 낭패를 보기도 하고, 그토록 뻔한 거짓말과 수법을 구별할 줄 모르고 보이스 피싱으로 피해를 당한다며 피해자를 비웃던 사람들도 결국 자기가 피해를 당하는 일이 일어나고는 합니다.
그런 일을 이해하지 못했지만 막상 직접 당하고 보니 생각이 달라졌습니다. 어느 날 걸려온 전화에는 분명히 아들의 이름이 적혀 있었습니다. 당연히 아들인 줄 알고 반갑게 전화를 받았는데, 이어진 것은 비명 소리였습니다. 목소리도 그랬고 말투도 그랬습니다. 비명 소리는 영락없는 아들의 목소리였습니다.
어찌 자식 목소리도 구분하지 못하고 당할 수 있느냐며 무시를 해왔지만, 전화 속 목소리를 듣고 보니 그렇지가 않았습니다. 아들을 납치했으니 돈을 보내라는 요구였는데, 상황을 파악하고 대처하기까지 마음속을 지나갔던 두려움은 참으로 컸습니다.
이런 어처구니없는 일은 우리의 일상생활 속에서도 일어납니다. 중국 저장성 항저우시에서 실제로 있었던 일이라고 합니다. 그곳에 사는 50대 여성이 가까이 지내는 지인의 권유를 받고 암을 예방하는 데 효과적이라는 주사를 맞았습니다.
그 여성은 집 근처에 있는 마사지 숍을 자주 찾았고, 자연스럽게 주인과도 가깝게 지내게 되었습니다. 그 집의 단골손님이 된 여성은 자기에게 잘해주는 가게 주인을 수양딸로 삼을 정도로 친하게 지냈습니다.
그러던 어느 날 마사지 숍 주인이 이 여성에게 그럴듯한 정보를 전했습니다. 최근에 한 회사에서 새로운 항암주사를 개발했는데, 주사 한 방을 맞으면 여러 가지 암을 효과적으로 예방할 수 있다는 이야기였습니다. 그러면서 원래 주사 한 대 가격은 150만 위안(약 2억 8천만 원)이지만 특별히 21만 위안(약 3900만 원)에 할인을 해 주겠다며 설득을 했습니다.
결국 그 말을 듣고 주사를 맞기로 했는데, 가게 직원들은 기밀유지를 강조하며 절대로 가족에게 말하지 말 것을 신신당부했습니다. 마침내 가게 직원 한 사람이 그 여성에게 정체불명의 갈색 액체를 투여했습니다.
얼마 뒤 그 사실을 알게 된 여성의 딸이 마사지 숍을 찾아갔을 때는 이미 가게가 이전을 한 상태였고, 가게 주인과는 연락이 되질 않아 경찰에 신고를 했습니다. 경찰 조사 결과 그동안의 일들이 밝혀졌습니다. 항암주사를 개발한 회사의 고위직이라고 했던 사람도 마사지 숍 직원이었던 것이 드러났습니다.
조사 결과 드러난 사실 중에는 믿기 어려운 일도 있었습니다. 거액을 주고 맞은 주사가 알고 보니 김빠진 콜라였던 것입니다. 하필이면 김빠진 콜라였을까, 그냥 웃고 말기에는 허탄한 마음이 너무도 큽니다. 속고 속이는 인간의 어리석음 앞에서 마음의 김이 빠지는 느낌입니다.
교차로 2023.9.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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