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개인적인 맨토들의 글을 모았습니다. 천천히 읽으면 더 좋은 글들입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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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희철 목사] 선생님들, 힘내세요
아주 오래전, 초등학교에 다니는 조카의 일기장을 본 적이 있습니다. 아무리 어린 조카라 해도 누군가의 일기장을 볼 일은 결코 아니지요. 사실은 조카가 쓴 일기 밑에 달리는 선생님의 답글이 너무 재미있다는 이야기를 듣고는 조카의 허락을 받아 함께 보았던 것이었습니다.
“실내화를 안 가지고 학교에 갔다. 빈 실내화 주머니를 가지고 간 것이다. 맨발로 교실에 있었다. 동생 보고 실내화를 가지고 오라고 전화를 했는데도 동생이 실내화를 가지고 오지 않은 것이다. 학교에서 계속 맨발로 지냈다. 집에 와서 물어보니 학교에 가지고 왔는데 잊어버리고 나한테 안 준 것이었다. 다음부터는 꼭 챙겨야지.”
어느 날 조카는 실내화를 안 가지고 간 이야기를 일기에 썼습니다. 빈 실내화 주머니를 가지고 간 것이었지요. 결국 그날은 맨발로 지낼 수밖에 없었는데, 조카로서는 아쉬운 이유가 있었습니다. 실내화를 가져와 달라고 동생에게 전화를 했고 동생은 실내화를 학교까지 가지고 왔는데, 그만 누나에게 실내화 전해주는 일을 깜박했던 것입니다. 일기 끝에 동생을 원망하는 대신 다음에는 꼭 챙겨야겠다고 다짐을 적는 것이 착하게 다가왔습니다.
그날 조카의 일기 밑에는 선생님이 붉은색 펜으로 쓴 답글이 달려 있었습니다. “그렇게도 정신이 없었니? 6.25 땐 아기를 업고 간다는 게 베개를 업고 피난을 간 사람도 있었다더라.” 선생님의 글을 읽으며 웃음이 터졌습니다.
학급신문을 만들고는 좋아서 “헤헤헤”로 끝난 일기 밑에는 “혀까지 내놓고 웃는 거니? 정말 학급신문이 확 달라 보인다. 네가 쓱쓱 그려놓은 게 아주 예뻐 보인다. 선생님이 보기엔 우리 반 것이 가장 잘 만든 것 같다. 하하하.”라는 답글이 달렸습니다.
새로 사귄 친구가 욕을 잘하는 것을 보고 “난 왜 사귀는 친구마다 그런지 모르겠다.”고 쓴 일기 밑에는 “친구는 저절로 생기는 게 아니야. 서로 노력하다 보면 진정한 친구가 되는 거란다. 그리고 될 수 있으면 나쁜 점보다는 좋은 점을 보도록 하렴.”이라는 답글이 달려 있었고, 아빠가 구두를 사준 얘기를 쓴 일기 밑에는 “아침 조회시간에 구두가 예쁘다 생각했는데 그게 새로 산 것이구나. 너무 자랑하지 마. 친구들이 샘 낼 테니까.”라는 글이, “¤+¤ 무지무지 ¤”라고 날씨를 적은 날은 “날씨 표현이 재미있구나. 그런 공식이 있는 줄 몰랐어.”라고 적혀 있었습니다.
궁금해서 물어보니 반 아이들의 일기도 마찬가지라고 했습니다. ‘검’자 도장이나 ‘참 잘했어요’ 도장을 찍어주는 게 예사인 줄 알았는데, 그 선생님은 달랐습니다. 반 아이들의 일상과 느낌들을 따뜻한 관심과 사랑으로 받아주고 있었습니다. 한 번도 뵙지 못한 선생님, 하지만 선생님을 존경하는 마음이 진심으로 샘솟았습니다.
너무 마음고생이 심해 교직의 길을 포기하는 선생님들이 많다는 이야기를 들었습니다. 하지만 선생님들이 선 자리를 누구보다 소중하게 여기는 이들이 훨씬 더 많을 것입니다.
조카의 일기에 답글을 달아주신 선생님처럼 아이들에게 아름다운 꿈을 심어주시는 선생님들이 무수히 많다는 것을 잘 압니다. 이 땅의 모든 선생님들, 힘내세요.
<교차로>2023.1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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